金 熙 相
(예)육군중장, 前국방대학총장. 미국 RFA논설 고문, 중국지역안보연구소 고문, 경남大 교수.
(예)육군중장, 前국방대학총장. 미국 RFA논설 고문, 중국지역안보연구소 고문, 경남大 교수.
外信에 의하면 평양은 지금 완전히 전쟁 분위기라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방공연습 사이렌이 울리고 연일 전쟁연습과 준비에 분주하기 짝이 없다고 한다. 식량난에 고통받고 전쟁 준비에 시달리는 주민들은 오히려 전쟁을 기다리는 표정들이고 북한의 고위 관리는 조만간 決戰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先制攻擊」까지 거론하고 있다고 한다. 이라크와의 전쟁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도 한반도 주변에 군사력을 증강했느니 아니라느니 말들이 많다.
그런데 이 汎세계적인 위기감 속에서도 가장 위협에 가까이 있는 서울은 오히려 여전히 太平聖代(태평성대)다. 우리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한쪽에서는 전쟁을 하겠다고 기세를 올리고 선전포고라고 해도 좋을 말들을 함부로 내뱉고 있는데도, 다른 한편에서는 염려는커녕 관심조차 없는 듯하니 말이다. 그 와중에도 南北 고위 관계자들은 변함없이 환한 미소로 축배를 교환하고 있으니 자칫 우방국들의 미묘한 오해를 만들기 십상일 정도다. 하기야 한국동란 이래 지금까지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공갈 그리고 도발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북한이 이런 식의 極限戰術(극한전술)로 위기를 조성하고 언성을 높여 협박할 때마다 매번 우리도 같이 긴장하다 보니 짓밟힌 자존심은 차치하더라도 그동안 정치·경제·사회적 피해도 적지 않았다. 때로는 「의도적 무시」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대응 전술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 사회에 이러한 적극적인 의지와 자신감, 혹은 깊은 전략적 고려를 바탕으로 한 공감대나 합의 같은 것이 있느냐 하는 것은 의문이다. 단순한 방심이 아니라 「의도적 무시」 전술이라면 조용한 가운데서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실질적인 태세는 확립되어 있어야 한다. 침략자의 도발을 예방하는 확실한 방법은 그에게 「도발하면 철저히 응징하고 보복할 것이라는 나의 단호한 의지와 그럴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인식」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軍事學(군사학)적 公理(공리)랄 수 있는 소극적 평화를 유지하는 抑制(억제) 논리의 기본이다.
흔히 대화와 평화를 향한 나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만으로 전쟁을 회피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도 하지만, 모름지기 평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켜지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노예적 평화를 감수하려 하지 않는 한 나의 善意만으로 항상 평화를 향유할 수는 없는 일인 것이다. 평화를 지키는 방법도 평화적 수단만 있는 것이 아니다. 평화적 방법이 소중한 것은 틀림없지만 오히려 현실에서는 非평화적 방법이 훨씬 더 효율적이었고, 평화적 수단에의 지나친 집착은 자칫 더 큰 참화의 원인이 되고 말 수도 있다는 것이 역사의 차가운 교훈이다.
대비 태세가 배제된 단순한 방심은 흔히 그 자체가 침략자의 도발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법이다. 전략적 기습이 가능하다면 더 말할 여지가 없다. 군사학에서 기습은 전투력의 발휘 효율을 최소한 3배 이상 높여 준다고 믿고 있다. 상대방의 기습을 허용할 정도의 턱없는 방심은 침략자를 유혹하는 도발에의 초대장과 다름없다.
더욱이 상대방은 북한이다. 일반적으로 한 사회가 과도히 排他的(배타적) 민족주의 의식이 강하거나 독재국가라면, 또 이른바 聖戰文化(성전문화)가 지배한다든 지 국제질서의 현상유지에 대한 불만이 크다든지 하면 전쟁도발의 위험은 클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렇게 일반적인 군사논리로만 따져 보면 지금의 북한은 전쟁 도발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집단이다. 전쟁지도체제와 다름없는 통치체제, 변함없이 지속되는 군사제일주의는 그러한 의구심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점차 체제유지의 한계상황으로 몰려 가고 있는 오늘 북한에 있어 무력 적화통일 외에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효한 다른 방법도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오늘 북한이 전쟁의 의지를 불태우는 상대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 라고 믿거나, 남북관계가 이렇게 우호적인데 북한이 무슨 억하심정으로 우리를 공격하겠는가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지만 없는 살림에 휴전선 상에 배치된 저 턱도 없이 많은 화포와 전차 전투기들이 태평양 건너 미국을 공격하겠다고 마련해 둔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북한 스스로 「전쟁이 나면 핵전쟁이 될 것이고 남한도 그 피해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협박까지 하고 있고, 설사 남북관계가 아무리 좋아도 기회만 있으면 또다시 언제든 도발할 수 있음은 그동안의 수많은 사례들이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그렇다고 지금 당장 우리도 북한처럼 전쟁 준비를 소리 높여 외치고 법석을 떨라는 말은 아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 현명한 행동도 아니다. 그러나 나라 전체는 몰라도 우리 軍에서는 무언가 긴장된 결연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조용한 가운데서도 어떠한 도발도 철저한 응징이 뒤따를 것임을 무겁게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방을 책임진 軍의 당연한 사명이 아니던가? 적어도 아무리 同族이라도 스스로 칼날 앞에 심장을 열어 놓은 채 그 善意만 믿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敵의 의지를 읽으려 하지 말고 敵의 태세와 능력을 보라」는 10월 전쟁의 교훈을 되새겨 볼 때다.●
그런데 이 汎세계적인 위기감 속에서도 가장 위협에 가까이 있는 서울은 오히려 여전히 太平聖代(태평성대)다. 우리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한쪽에서는 전쟁을 하겠다고 기세를 올리고 선전포고라고 해도 좋을 말들을 함부로 내뱉고 있는데도, 다른 한편에서는 염려는커녕 관심조차 없는 듯하니 말이다. 그 와중에도 南北 고위 관계자들은 변함없이 환한 미소로 축배를 교환하고 있으니 자칫 우방국들의 미묘한 오해를 만들기 십상일 정도다. 하기야 한국동란 이래 지금까지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공갈 그리고 도발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북한이 이런 식의 極限戰術(극한전술)로 위기를 조성하고 언성을 높여 협박할 때마다 매번 우리도 같이 긴장하다 보니 짓밟힌 자존심은 차치하더라도 그동안 정치·경제·사회적 피해도 적지 않았다. 때로는 「의도적 무시」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대응 전술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 사회에 이러한 적극적인 의지와 자신감, 혹은 깊은 전략적 고려를 바탕으로 한 공감대나 합의 같은 것이 있느냐 하는 것은 의문이다. 단순한 방심이 아니라 「의도적 무시」 전술이라면 조용한 가운데서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실질적인 태세는 확립되어 있어야 한다. 침략자의 도발을 예방하는 확실한 방법은 그에게 「도발하면 철저히 응징하고 보복할 것이라는 나의 단호한 의지와 그럴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인식」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軍事學(군사학)적 公理(공리)랄 수 있는 소극적 평화를 유지하는 抑制(억제) 논리의 기본이다.
흔히 대화와 평화를 향한 나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만으로 전쟁을 회피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도 하지만, 모름지기 평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켜지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노예적 평화를 감수하려 하지 않는 한 나의 善意만으로 항상 평화를 향유할 수는 없는 일인 것이다. 평화를 지키는 방법도 평화적 수단만 있는 것이 아니다. 평화적 방법이 소중한 것은 틀림없지만 오히려 현실에서는 非평화적 방법이 훨씬 더 효율적이었고, 평화적 수단에의 지나친 집착은 자칫 더 큰 참화의 원인이 되고 말 수도 있다는 것이 역사의 차가운 교훈이다.
대비 태세가 배제된 단순한 방심은 흔히 그 자체가 침략자의 도발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법이다. 전략적 기습이 가능하다면 더 말할 여지가 없다. 군사학에서 기습은 전투력의 발휘 효율을 최소한 3배 이상 높여 준다고 믿고 있다. 상대방의 기습을 허용할 정도의 턱없는 방심은 침략자를 유혹하는 도발에의 초대장과 다름없다.
더욱이 상대방은 북한이다. 일반적으로 한 사회가 과도히 排他的(배타적) 민족주의 의식이 강하거나 독재국가라면, 또 이른바 聖戰文化(성전문화)가 지배한다든 지 국제질서의 현상유지에 대한 불만이 크다든지 하면 전쟁도발의 위험은 클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렇게 일반적인 군사논리로만 따져 보면 지금의 북한은 전쟁 도발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집단이다. 전쟁지도체제와 다름없는 통치체제, 변함없이 지속되는 군사제일주의는 그러한 의구심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점차 체제유지의 한계상황으로 몰려 가고 있는 오늘 북한에 있어 무력 적화통일 외에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효한 다른 방법도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오늘 북한이 전쟁의 의지를 불태우는 상대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 라고 믿거나, 남북관계가 이렇게 우호적인데 북한이 무슨 억하심정으로 우리를 공격하겠는가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지만 없는 살림에 휴전선 상에 배치된 저 턱도 없이 많은 화포와 전차 전투기들이 태평양 건너 미국을 공격하겠다고 마련해 둔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북한 스스로 「전쟁이 나면 핵전쟁이 될 것이고 남한도 그 피해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협박까지 하고 있고, 설사 남북관계가 아무리 좋아도 기회만 있으면 또다시 언제든 도발할 수 있음은 그동안의 수많은 사례들이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그렇다고 지금 당장 우리도 북한처럼 전쟁 준비를 소리 높여 외치고 법석을 떨라는 말은 아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 현명한 행동도 아니다. 그러나 나라 전체는 몰라도 우리 軍에서는 무언가 긴장된 결연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조용한 가운데서도 어떠한 도발도 철저한 응징이 뒤따를 것임을 무겁게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방을 책임진 軍의 당연한 사명이 아니던가? 적어도 아무리 同族이라도 스스로 칼날 앞에 심장을 열어 놓은 채 그 善意만 믿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敵의 의지를 읽으려 하지 말고 敵의 태세와 능력을 보라」는 10월 전쟁의 교훈을 되새겨 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