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준비하는 기초는 닦아 놓을 것
黃 仁 星
1962년 부산 출생. 서강大 경제학과 졸업. 美 워싱턴大 경제학 석사, 北加州大 경제학 박사, 1994년 이후 삼성경제연구소 근무.
상반기에는 경제의 軟着陸에 주력할 듯
월드컵, 지방선거, 미국 기업의 회계부정과 세계 증시 불안, 아시안 게임, 북한의 경제특구 지정, 미국과 이라크 간 전쟁說, 대통령 선거, 소파(SOFA) 개정을 요구하는 촛불시위, 북한의 핵 동결 파기, 베네수엘라 총파업과 油價 상승.
2002년은 연초부터 연말까지 굵직한 사건들이 끊임 없이 이어지는 다사다난한 해였다. 경제적으로는 세계 경제의 침체 등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선전한 한 해로 평가할 수 있다. 2002년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6%대로 세계 주요국 중 중국 다음으로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이를 글로벌 디커플링(Global Decoupling), 즉 세계 경제의 흐름에서 따로 떨어진 「나홀로 성장」이라 표현했는데, 對外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있어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이는 2001년 중반 이후 지속된 소비 위주의 경기부양 조치가 주요 원인이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002년 8월10일자 신문에서 『신용카드와 쇼핑백을 든 채 백화점을 드나드는 소비자들이 한국 경제가 올해 6% 성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성장의 축이 과거 재벌에서 소비자들로 전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03년에도 소비중심의 성장이 지속될 수 있다면, 세계 여건에 관계없이 우리 경제는 6%에 가까운 안정 성장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경제상황을 보면 이러한 기대는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백화점 매출이 감소하는 등 소비가 점차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종 연구기관에서 발표하는 소비심리지표도 악화되어 미래 소비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중심 성장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으며, 평균 가구당 부채가 3000만원을 넘어서 일반 국민들은 이자 갚기에도 버거운 실정이다. 따라서 올해에도 작년 수준의 경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출이 중요하고, 이런 점에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세계 경제가 중요하다.
2003년 세계 경제의 향방은 미국과 이라크 간 전쟁 가능성, 北核 문제에 따른 北美 및 동북아 지역의 긴장, 미국의 경제회복 여부 등 위협 요인들이 산재해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2003년 세계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여러 위협 요인들이 상호 연쇄작용을 일으키며 경제에 큰 주름살을 줄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에 따라 FTA 확산 예상
미국과 이라크 간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주변국으로 확산될 경우에는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세계 證市도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세계 경제의 둔화는 불가피하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 경제의 再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경제는 현재 경상수지와 재정수지의 「쌍둥이 적자(twin deficit)」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베네수엘라 파업사태로 크게 오른 油價가 이라크 전쟁으로 장기간 지속될 경우 미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소비가 위축되며 경기둔화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여러 위협 요인들이 현재화할 경우, 세계 경제가 위축되며, 우리 경제는 성장의 축을 수출로 전환하지 못하고, 성장기조 자체가 꺾일 수 있다. 따라서 상반기 중에는 경제의 연착륙의 유도가 정부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투명으로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불안한 상황이라, 연착륙을 위해서 급격한 정책 변경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문제점으로 부각된 家計(가계)부실이나 부동산 가격 급등도 점차 안정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현재의 정책기조 유지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거시정책 기조는 당분간 중립기조를 기본 골격으로 운용될 전망이다.
다만 대내외 불안요인이 돌출될 경우, 예산의 조기집행 등 경기의 급격한 위축을 막는 범위에서 정책을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제도개혁 등 新정부가 표방하는 주요 정책들은 하반기 이후에나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盧武鉉 당선자의 경제정책 기조는 효율과 형평의 조화 또는 성장을 통한 분배로 요약될 수 있다. 효율성의 측면에서는 기술경쟁력 강화, 성장잠재력 확충, 투명성 증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직접·일률규제는 시장규율로 대체한다는 대원칙下에 각종 인·허가나 準조세 등 기업경영에 부담을 주는 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지역의 토지이용 및 거래에 대한 제도를 정비하는 등 기업환경 인프라 개선에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방안 중 핵심은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의 건설이다. 동북아 협력체계 구축, 물류·비즈니스 중심국가 건설, 남북 경제교류 협력의 세 가지가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의 세부 과제이다.
동북아 경제협력체제 구축은 동북아와 북방 특수를 적극 주도하여 성장의 토대로 삼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경유하는 횡단철도를 건설하는 한편, 에너지협력기구를 만들어 러시아와 중국의 가스와 油田(유전)을 공동 개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한다는 방안이다. 국가 건설 방안은 국제공항이 있는 인천공항 주변과 부산신항, 광양항 등을 물류 허브(hub·軸)로 하여 한국을 동북아의 물류 및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남북 경제교류 협력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특구, 경의선·동해선 연결구간을 남북공동 경제구역으로 지정하는 한편, 북한의 경제회복을 위해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기구의 지원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동북아 경제 중심 국가 건설과 맞물려 앞으로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2년 칠레와의 FTA 체결에 이어 2003년에는 싱가포르, 멕시코, 일본 등과도 추가적인 체결이 예상된다. 한국뿐 아니라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중국, 일본도 FTA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어 향후 東아시아 전체가 FTA를 본격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위의 세 가지 방안 중 남북 경제교류 협력은 현재 북한 핵사찰 문제와 맞물려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北核 문제로 인해 美北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전까지 남북관계는 냉각과 긴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협력 사업은 한동안 보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의선 및 동해선의 철도와 도로 연결, 개성공단 건설의 경제성에 대한 再검토가 이루어지고, 경제 협력의 제도적 장치 마련도 지연될 수 있다.
민간 기업의 對北사업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對北사업 환경의 악화로 그동안 추진해 오던 사업들을 축소하고 신규사업의 경우, 중국 등 제3국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국제사회가 對北 경제제재를 결정할 경우에는 현재 북한시장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도 일부 철수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부패척결 등 사회 全분야에 걸친 투명성 증대 추진
효율성을 높이는 盧정부의 방안은 경제시스템을 더욱 투명하게 개혁하려는 것이다.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은 다방면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新정부 출범에 따라 부패 척결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부패 척결에 대한 압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反부패 활동은 현재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타임誌는 2002년 「올해의 인물」에 자신이 속한 내부의 비리를 외부에 알린 3명의 「내부 고발자(whistle blower)」를 선정했다. 우리 시민단체들도 反부패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내부 고발자 보호 등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전자정부를 추진하면서 국민의 알 권리라든가 행정의 투명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재를 등용할 때 과거의 지연과 학연에 의존하는 경향에서 인사청문회 제도 등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人選(인선)에 대한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경영도 전반적으로 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新정부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위해 社外이사의 확대나 理事(이사) 보수 내역의 공개, 집단소송제 도입 등을 고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2002년 11월 미국식 회계, 공시제도를 반영한 회계개혁안을 이미 발표한 상태라서,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투명경영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대는 높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특히 新정부는 재벌정책에 대해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단계적이고 기업 자율적으로 이를 추진한다는 것을 기본적인 방향으로 하고 충격적이고 인위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입장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보다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준하는 각종 제도가 이미 마련된 만큼 시장규율에 맡기자는 입장이어서, 정책 추진에 있어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을 통한 형평성 개선
新정부의 경제정책이 과거와 차별되는 부분은 형평성을 강조한 데 있다. DJ 정부는 「생산적 복지」를 강조하는 등 복지 증진에도 힘을 기울였으나, IMF 극복이라는 당면과제로 인해 분배보다는 성장을 강조하는 정책들이 수행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3년 만에 IMF를 졸업하게 되었으나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고, 중산층이 감소하는 등 형평의 문제가 남게 되었다.
新정부의 복지 정책은 「참여 복지」다. 생산적 복지가 低소득층 등에 대한 복지서비스와 그들의 갱생 프로그램을 연결시킨 것이라면, 참여 복지는 온 국민의 참여를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국가가 해당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하여 全국민이 복지혜택을 받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경우, 일부 계층에 의료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全국민을 대상으로 필수예방접종을 무료로 제공하고 40代 이상 고위험자는 국가가 따로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것이다. 서민·중산층 그리고 여성과 장애인, 노인 등의 삶의 질 향상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각 가정의 보육료를 국가가 지원한다든지, 장애연금제도 도입이나 장애인 차별금지법 제정, 기초생활보호대상자 확대 등이 그러한 예다.
현재 이익집단들의 기대치가 높아져 있어 구체적인 정책이 수립되고 시행되는 과정에서 이해집단의 반발도 예상되고, 자칫 정책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확대에 있어서는 재원 마련이나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 등 직업별 재원부담에 대한 형평성의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정에 대한 보육료 지원은 여성 인력의 사회참여를 확대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현재 장기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고령화를 가속시킬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는 2003년에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인구가 8%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선진국에 비해 노령인구 비중은 낮지만, 고령화 속도는 매우 빠르다. 선진국의 경우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7% 기준)에서 고령사회(65세 이상 14% 기준)에 이르는 데 40∼100년이 걸렸다. 우리나라는 20년 후면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령화 현상은 평균 수명의 연장에도 그 원인이 있으나, 출산율 저하도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가 1990년 15.4명에서 2002년 11.6명으로 줄어들었다. 출산율 저하는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이에 따른 晩婚 풍조가 主원인이 되었다. 따라서 가정에 대한 보육료 지원은 장기적으로 인구의 고령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지방분권화를 통한 지역간 형평성 提高
행정수도 이전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수도권 一極(일극) 집중의 폐해가 논의되고 분권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논의는 과거 朴正熙 대통령 시대에도 있었다. 1977∼1978년 충남 공주군 장기면에 약 2000만 평 규모의 임시 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하였으나, 국가안보 등의 문제로 중단되었다.
이후 행정기능 전체를 옮기기보다는 일부 기능을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추진되어, 대전에 관세청 등 廳(청)단위 11개 중앙행정기관과 그에 속한 약 4000명의 공무원이 이주하였다.
1990년에 이전을 확정짓고 1993년부터 건설하여 1998년에 입주를 하는 데까지 약 10년이 소요되었다. 따라서 현재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논의가 있지만, 단기간에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2003년은 행정수도 이전의 장기 방안이 마련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수도권 一極 집중 폐해의 보완책으로 중앙정부의 기능분산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앙행정 권한의 지방이양이 촉진되고, 지방분권특별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하는 등 지방분권화가 가속될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태라 非수도권 지역 자치단체들은 교부세, 국고보조금 등의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간의 대립 예상
지난해에 취임한 지방자치 3기 단체장들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본격 나설 전망이다. 과거의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은 산업단지의 미분양사태나 고급인력의 부족 등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앞으로 地自體들은 공동브랜드 도입, 지역축제와 특산물 연계 등 틈새산업 발굴과 친환경적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가 교통축과의 연결이나 역세권 개발에 관련하여 地自體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현재 아산 신도시 등으로 수도권 대학이나 공공기관 등이 移轉(이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호남고속철도 분기점이 선정되고(2003년 중),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된(2004년 4월) 이후에는 移轉 움직임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월드컵 열기와 촛불 시위, 大選 열기 등에서 인터넷 등 개방적 네트워크로 무장한 20∼30代의 젊은 세대가 영 파워의 위력을 떨쳤다. 20∼30代 젊은 세대의 사회 참여가 확대되고 그 위상도 높아짐에 따라 올해에는 사회전반에 걸쳐 세대교체의 바람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 이후 세계 정치무대에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50세), 영국의 블레어 수상(49세), 미국의 부시 대통령(57세), 중국의 후진타오 총서기(60세) 등 젊은 지도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우리나라도 50代 중반의 새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대통령 연령이 20년 이상 젊어졌다.
이에 따라 각료나 기관장, 정당지도부 등의 연령이 크게 낮아지고 기업을 비롯한 사회 각 부문에서 年少化 경향이 빠르게 파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2004년 總選에 대비하여 젊은 인재들을 수혈하는 한편, 참신한 이미지 발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세대교체에 따라 사회를 움직이는 질서체계도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폐쇄적 연고주의나 수직적 의사결정, 밀실 정치에서 개방·수평·투명성 중심으로 질서체계가 재편될 전망이다.
그러나 영파워의 부상으로 舊세대와 新세대 간, 舊질서와 新질서 간의 의견대립이나 갈등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新정부 출범 이후 對北관계, 韓美관계, 경제정책, 복지정책 등 여러 정책 수립이나 집행과정에서 이러한 세대간 의견충돌이 예상된다.●
2002년은 연초부터 연말까지 굵직한 사건들이 끊임 없이 이어지는 다사다난한 해였다. 경제적으로는 세계 경제의 침체 등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선전한 한 해로 평가할 수 있다. 2002년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6%대로 세계 주요국 중 중국 다음으로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이를 글로벌 디커플링(Global Decoupling), 즉 세계 경제의 흐름에서 따로 떨어진 「나홀로 성장」이라 표현했는데, 對外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있어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이는 2001년 중반 이후 지속된 소비 위주의 경기부양 조치가 주요 원인이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002년 8월10일자 신문에서 『신용카드와 쇼핑백을 든 채 백화점을 드나드는 소비자들이 한국 경제가 올해 6% 성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성장의 축이 과거 재벌에서 소비자들로 전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03년에도 소비중심의 성장이 지속될 수 있다면, 세계 여건에 관계없이 우리 경제는 6%에 가까운 안정 성장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경제상황을 보면 이러한 기대는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백화점 매출이 감소하는 등 소비가 점차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종 연구기관에서 발표하는 소비심리지표도 악화되어 미래 소비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중심 성장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으며, 평균 가구당 부채가 3000만원을 넘어서 일반 국민들은 이자 갚기에도 버거운 실정이다. 따라서 올해에도 작년 수준의 경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출이 중요하고, 이런 점에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세계 경제가 중요하다.
2003년 세계 경제의 향방은 미국과 이라크 간 전쟁 가능성, 北核 문제에 따른 北美 및 동북아 지역의 긴장, 미국의 경제회복 여부 등 위협 요인들이 산재해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2003년 세계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여러 위협 요인들이 상호 연쇄작용을 일으키며 경제에 큰 주름살을 줄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에 따라 FTA 확산 예상 미국과 이라크 간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주변국으로 확산될 경우에는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세계 證市도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세계 경제의 둔화는 불가피하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 경제의 再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경제는 현재 경상수지와 재정수지의 「쌍둥이 적자(twin deficit)」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베네수엘라 파업사태로 크게 오른 油價가 이라크 전쟁으로 장기간 지속될 경우 미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소비가 위축되며 경기둔화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여러 위협 요인들이 현재화할 경우, 세계 경제가 위축되며, 우리 경제는 성장의 축을 수출로 전환하지 못하고, 성장기조 자체가 꺾일 수 있다. 따라서 상반기 중에는 경제의 연착륙의 유도가 정부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투명으로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불안한 상황이라, 연착륙을 위해서 급격한 정책 변경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문제점으로 부각된 家計(가계)부실이나 부동산 가격 급등도 점차 안정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현재의 정책기조 유지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거시정책 기조는 당분간 중립기조를 기본 골격으로 운용될 전망이다.
다만 대내외 불안요인이 돌출될 경우, 예산의 조기집행 등 경기의 급격한 위축을 막는 범위에서 정책을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제도개혁 등 新정부가 표방하는 주요 정책들은 하반기 이후에나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盧武鉉 당선자의 경제정책 기조는 효율과 형평의 조화 또는 성장을 통한 분배로 요약될 수 있다. 효율성의 측면에서는 기술경쟁력 강화, 성장잠재력 확충, 투명성 증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직접·일률규제는 시장규율로 대체한다는 대원칙下에 각종 인·허가나 準조세 등 기업경영에 부담을 주는 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지역의 토지이용 및 거래에 대한 제도를 정비하는 등 기업환경 인프라 개선에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방안 중 핵심은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의 건설이다. 동북아 협력체계 구축, 물류·비즈니스 중심국가 건설, 남북 경제교류 협력의 세 가지가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의 세부 과제이다.
동북아 경제협력체제 구축은 동북아와 북방 특수를 적극 주도하여 성장의 토대로 삼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경유하는 횡단철도를 건설하는 한편, 에너지협력기구를 만들어 러시아와 중국의 가스와 油田(유전)을 공동 개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한다는 방안이다. 국가 건설 방안은 국제공항이 있는 인천공항 주변과 부산신항, 광양항 등을 물류 허브(hub·軸)로 하여 한국을 동북아의 물류 및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남북 경제교류 협력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특구, 경의선·동해선 연결구간을 남북공동 경제구역으로 지정하는 한편, 북한의 경제회복을 위해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기구의 지원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동북아 경제 중심 국가 건설과 맞물려 앞으로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2년 칠레와의 FTA 체결에 이어 2003년에는 싱가포르, 멕시코, 일본 등과도 추가적인 체결이 예상된다. 한국뿐 아니라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중국, 일본도 FTA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어 향후 東아시아 전체가 FTA를 본격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위의 세 가지 방안 중 남북 경제교류 협력은 현재 북한 핵사찰 문제와 맞물려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北核 문제로 인해 美北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전까지 남북관계는 냉각과 긴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협력 사업은 한동안 보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의선 및 동해선의 철도와 도로 연결, 개성공단 건설의 경제성에 대한 再검토가 이루어지고, 경제 협력의 제도적 장치 마련도 지연될 수 있다.
민간 기업의 對北사업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對北사업 환경의 악화로 그동안 추진해 오던 사업들을 축소하고 신규사업의 경우, 중국 등 제3국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국제사회가 對北 경제제재를 결정할 경우에는 현재 북한시장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도 일부 철수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부패척결 등 사회 全분야에 걸친 투명성 증대 추진 효율성을 높이는 盧정부의 방안은 경제시스템을 더욱 투명하게 개혁하려는 것이다.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은 다방면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新정부 출범에 따라 부패 척결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부패 척결에 대한 압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反부패 활동은 현재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타임誌는 2002년 「올해의 인물」에 자신이 속한 내부의 비리를 외부에 알린 3명의 「내부 고발자(whistle blower)」를 선정했다. 우리 시민단체들도 反부패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내부 고발자 보호 등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전자정부를 추진하면서 국민의 알 권리라든가 행정의 투명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재를 등용할 때 과거의 지연과 학연에 의존하는 경향에서 인사청문회 제도 등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人選(인선)에 대한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경영도 전반적으로 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新정부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위해 社外이사의 확대나 理事(이사) 보수 내역의 공개, 집단소송제 도입 등을 고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2002년 11월 미국식 회계, 공시제도를 반영한 회계개혁안을 이미 발표한 상태라서,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투명경영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대는 높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특히 新정부는 재벌정책에 대해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단계적이고 기업 자율적으로 이를 추진한다는 것을 기본적인 방향으로 하고 충격적이고 인위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입장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보다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준하는 각종 제도가 이미 마련된 만큼 시장규율에 맡기자는 입장이어서, 정책 추진에 있어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을 통한 형평성 개선 新정부의 경제정책이 과거와 차별되는 부분은 형평성을 강조한 데 있다. DJ 정부는 「생산적 복지」를 강조하는 등 복지 증진에도 힘을 기울였으나, IMF 극복이라는 당면과제로 인해 분배보다는 성장을 강조하는 정책들이 수행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3년 만에 IMF를 졸업하게 되었으나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고, 중산층이 감소하는 등 형평의 문제가 남게 되었다.
新정부의 복지 정책은 「참여 복지」다. 생산적 복지가 低소득층 등에 대한 복지서비스와 그들의 갱생 프로그램을 연결시킨 것이라면, 참여 복지는 온 국민의 참여를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국가가 해당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하여 全국민이 복지혜택을 받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경우, 일부 계층에 의료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全국민을 대상으로 필수예방접종을 무료로 제공하고 40代 이상 고위험자는 국가가 따로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것이다. 서민·중산층 그리고 여성과 장애인, 노인 등의 삶의 질 향상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각 가정의 보육료를 국가가 지원한다든지, 장애연금제도 도입이나 장애인 차별금지법 제정, 기초생활보호대상자 확대 등이 그러한 예다.
현재 이익집단들의 기대치가 높아져 있어 구체적인 정책이 수립되고 시행되는 과정에서 이해집단의 반발도 예상되고, 자칫 정책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확대에 있어서는 재원 마련이나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 등 직업별 재원부담에 대한 형평성의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정에 대한 보육료 지원은 여성 인력의 사회참여를 확대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현재 장기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고령화를 가속시킬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는 2003년에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인구가 8%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선진국에 비해 노령인구 비중은 낮지만, 고령화 속도는 매우 빠르다. 선진국의 경우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7% 기준)에서 고령사회(65세 이상 14% 기준)에 이르는 데 40∼100년이 걸렸다. 우리나라는 20년 후면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령화 현상은 평균 수명의 연장에도 그 원인이 있으나, 출산율 저하도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가 1990년 15.4명에서 2002년 11.6명으로 줄어들었다. 출산율 저하는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이에 따른 晩婚 풍조가 主원인이 되었다. 따라서 가정에 대한 보육료 지원은 장기적으로 인구의 고령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지방분권화를 통한 지역간 형평성 提高 행정수도 이전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수도권 一極(일극) 집중의 폐해가 논의되고 분권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논의는 과거 朴正熙 대통령 시대에도 있었다. 1977∼1978년 충남 공주군 장기면에 약 2000만 평 규모의 임시 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하였으나, 국가안보 등의 문제로 중단되었다.
이후 행정기능 전체를 옮기기보다는 일부 기능을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추진되어, 대전에 관세청 등 廳(청)단위 11개 중앙행정기관과 그에 속한 약 4000명의 공무원이 이주하였다.
1990년에 이전을 확정짓고 1993년부터 건설하여 1998년에 입주를 하는 데까지 약 10년이 소요되었다. 따라서 현재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논의가 있지만, 단기간에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2003년은 행정수도 이전의 장기 방안이 마련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수도권 一極 집중 폐해의 보완책으로 중앙정부의 기능분산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앙행정 권한의 지방이양이 촉진되고, 지방분권특별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하는 등 지방분권화가 가속될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태라 非수도권 지역 자치단체들은 교부세, 국고보조금 등의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간의 대립 예상 지난해에 취임한 지방자치 3기 단체장들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본격 나설 전망이다. 과거의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은 산업단지의 미분양사태나 고급인력의 부족 등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앞으로 地自體들은 공동브랜드 도입, 지역축제와 특산물 연계 등 틈새산업 발굴과 친환경적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가 교통축과의 연결이나 역세권 개발에 관련하여 地自體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현재 아산 신도시 등으로 수도권 대학이나 공공기관 등이 移轉(이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호남고속철도 분기점이 선정되고(2003년 중),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된(2004년 4월) 이후에는 移轉 움직임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월드컵 열기와 촛불 시위, 大選 열기 등에서 인터넷 등 개방적 네트워크로 무장한 20∼30代의 젊은 세대가 영 파워의 위력을 떨쳤다. 20∼30代 젊은 세대의 사회 참여가 확대되고 그 위상도 높아짐에 따라 올해에는 사회전반에 걸쳐 세대교체의 바람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 이후 세계 정치무대에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50세), 영국의 블레어 수상(49세), 미국의 부시 대통령(57세), 중국의 후진타오 총서기(60세) 등 젊은 지도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우리나라도 50代 중반의 새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대통령 연령이 20년 이상 젊어졌다.
이에 따라 각료나 기관장, 정당지도부 등의 연령이 크게 낮아지고 기업을 비롯한 사회 각 부문에서 年少化 경향이 빠르게 파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2004년 總選에 대비하여 젊은 인재들을 수혈하는 한편, 참신한 이미지 발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세대교체에 따라 사회를 움직이는 질서체계도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폐쇄적 연고주의나 수직적 의사결정, 밀실 정치에서 개방·수평·투명성 중심으로 질서체계가 재편될 전망이다.
그러나 영파워의 부상으로 舊세대와 新세대 간, 舊질서와 新질서 간의 의견대립이나 갈등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新정부 출범 이후 對北관계, 韓美관계, 경제정책, 복지정책 등 여러 정책 수립이나 집행과정에서 이러한 세대간 의견충돌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