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있는 현금만 2700억원, 대진 대학 등 7개 학교 운영, 한 달에 성금 100억원, 1372개 方面조직, 불우이웃 돕기에 냈다 하면 억대, 분규중에도 143억 내고 호텔같은 양로원 단지 구입. 한국의 4大 종교로 急浮上한 이 증산교의 本流 종단은 그러나 내분에 휘말려 있다. 신도들은 농민과 도시 서민, 李종무원장은 순박한 시골 아저씨 같았다
뭔가 심상찮은 탐험의 예감
大巡眞理會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 무슨 의연금 모금이나 불우이웃돕기운동을 할 때 돈을 億臺로 척척 내서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일이다. 또 길거리를 지나다가 느닷없이 나타나는 큰 건물에 대순진리회 어느 方面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우리는 역시 놀란다. ▲도대체 대순진리회의 正體性은 무엇이며 신도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은 신도수가 800만명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숫자는 정말 믿을 만한 것인가. 그렇다면 천주교 신도(약300만명)의 3배 가까이 되도록 우리가 몰랐단 말인가.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단시일 안에 대단한 팽창을 이룩할 수 있었나.
최근 몇년간 만해도 대진대학교와 6개의 고등학교, 대형 종합병원 3곳, 여주 포천 등지의 대형 도장 등을 새로 지었거나 건축중에 있다. 우리들의 계산법으로 따지면 수천억은 투입돼야 했다. ▲그렇다면 그 엄청난 돈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또 최근 종단분규의 소식이 들려 오는데 그들은 무엇 때문에 다투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의 지도자는 누구일까.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나는 대순진리회에 관한 이런 궁굼증을 그들의 지도자를 통해 풀어 보기로 하고, 물어물어 그들의 본부가 있다는 서울 광진구 중곡동 中谷道場을 찾아갔다. 도장의 정문 앞에 다다르니 사람의 기를 콱 꺾을 듯한 높고 큰 기와집 더미가 낯선 손을 압도한다. 설명서를 보니 8개棟(건평 872坪)의 건물이 이곳에 들어차 있는데 본당인 靈臺(영대)는 龍馬胞胎穴(용마포태혈)에 丑坐未向(축좌미향)으로 앉아 있단다. 역시 그렇군! 뭔가 심상찮은 탐험이 될 것 같다.
중곡동 도장의 정문에서 마주 보이는 곳에 이층짜리 기와집이 있었는데 그 일층 오른쪽엔 「재단법인 본소」, 왼쪽엔 「대순진리회 기획부」라는 노란 나무 간판이 걸려 있었다. 기획부 옆에 있는 6∼7평은 됨직한 사무실이 대순진리회의 首長격인 종무원장실이라고 했다. 사무실 가운데 티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그저 그런 안락의자 10개가 양쪽으로 나뉘어 놓여 있었다. 벽은 사무실 칸막이 할 때 쓰는 조립식 재료 같은 걸로 마감돼 있었다. 벽엔 예술적 가치가 그다지 있어 보이지 않는 글씨와 그림이 걸려 있었다. 냉방시설도 돼 있지 않은지 선풍기 두 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고급스럽다거나 공을 들였다는 표현을 쓸 수 없는 사무실로 중소기업 사장실만도 훨씬 못해 보였다.
분규에 휩싸여 三派로 갈라진 宗團
내가 막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宗團 大巡眞理會 李有鍾(65) 宗務院長은 맞은편 의자에 앉아 임원들과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하고 있었다.
희고 짧은 머리, 덤덤한 표정, 1960년대 노타이 차림의 복장. 얼른 시골의 이웃집 아저씨가 떠올랐다. 저 양반이 우리를 그토록 놀라게 한 주인공이었다니!
심각한 표정엔 까닭이 있었다. 최근 종단이 법정분규에 휘말려 있기 때문이었다. 1996년 1월23일 종단의 최고지도자 朴漢慶 都典이 化天(타계)하고 당시 종무원장으로 활동하던 현재의 李종무원장이 都典(宗團 최고지도자)의 직무를 4년 가까이 대행해 왔으나, 1999년 7월16일 새벽 2시, 이에 이의를 제기한 반대파들이 당시 본부역할을 하던 경기도 驪州道場을 차지해 버렸다고 한다. 그후 李종무원장은 그곳에서 쫓겨나 현재의 中谷道場으로 옮겨왔다는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대순진리회는 종무원장이 누구인가를 가려달라는 법정소송에 이어 그때까지 적립된 誠金(신도들이 낸 헌금)등 2400억(이자까지 합치면 2700억원이 넘음)원을 서로 찾겠다는 소송에다, 교리에 대한 相異한 신념까지 겹쳐 종단은 현재 中谷道場派, 驪州道場派, 그리고 중도파인 抱川道場派로 三分돼 있는 형편이다.(〈표1〉 참조)
법적 판단은 뒤에 있겠으나 지금도 대외적으로 종무원장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李有鍾씨를 종무원장으로 부르기로 한다.
―종무원장님, 고향이 충청도 같은데요?
질문을 던지자 그는 둥글둥글하고 느릿느릿한 충청도 사투리로 대답했다.
『예, 충북 옥천군 군북면 대정리 578번지 자밭(尺田)이라는 동네에서 태어났습니다. 丙子年(1936) 潤三月에 태어났어요』
丙子年이 나오고 潤三月이 나오는 걸로 봐서 그의 사고체계가 우리 같은 보통 사람과는 사뭇 다르게 짜여져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농사를 지으셨겠습니다.
『대대로 농사를 지었지요. 논이 열 댓 마지기 됐고, 밭도 힘에 겨울만큼 있었으니 중농은 됐어요』
그는 아버지 李範三씨와 어머니 吳玉任씨 사이의 5남매(3男2女) 중 둘째로 全州 李氏 가문에서 태어나 큰 어려움 없이 자랐으나, 형님이 일찍 별세하는 바람에 학업을 중도 포기해야 했다.
『대전 한밭중학교를 졸업하고 대전공고 토목과에 3개월 다녔는데 형님이 돌아가셨어요. 아버님이 제 동생하고 나를 놓고, 「늬들 중에 누구 하나 나랑 집 지켜야지」 하셔서 내가 학교 그만두고 농사지었지요』
그때가 퍽 아쉬웠던 듯했다.
『31세까지 농사를 지었지요. 꿀벌도 치고, 참외농사도 지어 보구, 옥수수 농사도 지어 보구, 느타리버섯도 해 보구…』
아무리 둘러 봐도 빛나는 학력이나 경력이 없다.
―대순진리회는 언제 믿게 됐습니까.
『1966년에 入道해서 1967년에 부산으로 가족들 먼저 보냈지요. 나는 재산정리해서 뒤따라 가려고 하는데 都典님(朴漢慶)이 移宮하는 바람에…』
―移宮은 또 무슨 얘깁니까?
『都典님이 부산 太極道場을 버리고 서울로 오셨지요』
姜甑山이 大巡眞理會의 뿌리
얘기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든다. 여기서 잠시 대순진리회의 뿌리에 대해 살펴본다.
대순진리회는 姜甑山(이름 一淳, 1871~1909)의 가르침에 뿌리를 박고 있다. 강증산은 전북 고부에서 몰락한 양반의 후예로 태어났다. 어려서는 집안형편이 어려워서 남의 집살이도 했고 나무꾼으로 생활하기도 했다. 그는 21세에 결혼해서 처가에서 훈장을 하기도 했다. 당시 우리 사회가 대단히 혼란스러운 때여서 그는 인간과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종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儒佛仙 三敎의 교리를 통달하고 陰陽 風水 醫術 占卜 道術 등을 연구했다.
마침내 그는 1901년부터 8년 동안 짧고 치열한 布德 生活을 하는데 하늘과 땅의 새 판을 짜는 天地公事를 하게 된다.
강증산은 하늘과 땅 그리고 지하, 이 세 세상인 天地人 三界를 주관하고 있다면서 여러 異蹟을 보였다고 대순진리회는 설명한다. 스님의 수명을 연장시켜 주기도 했고, 이미 죽어 시체가 된 주막집 주인 아들을 살려내기도 했고, 바람, 비, 서리, 눈, 천둥, 번개를 마음대로 오게 하고 멎게 했다는 것이다.
그가 수많은 제자들에게 많은 말씀과 이적으로 가르침을 남기고 1909년 별세하자, 그의 부인(高判禮)과 제자들은 모두 자기가 법통을 이어 받았다며 敎 하나씩을 세웠는데 한때는 100여 파가 넘기도 했다.
이 가운데 1925년 趙鼎山(이름 哲濟 1895~1958)에 의해 세워진 太極道가 바로 大巡진리회의 모체다. 경남 함안 출신인 그는 15세 때 만주로 갔는데 거기서 강증산으로부터 법통을 이어 받으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국내로 돌아와서 1918년 無極道를 세웠다가 1948년 본부를 부산에 세우고 敎名을 太極道로 바꾸었다. 그는 부산 감천동에 3000여 세대 1만 여 명을 모아 신앙촌을 건설했다. 지금도 大巡진리회 道人들은 조정산을 道主라고 부른다.
1958년 조정산이 세상을 떠나자 충북 괴산 출신의 朴漢慶(호 牛堂 1917~1996)이 최고지도자(都典)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조정산의 아들과 분규가 빚어져서, 1969년 박우당은 자기를 따르는 신도들을 이끌고 서울 광진구 중곡동으로 옮겨와 별도의 종단인 大巡眞理會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李有鍾 종무원장이 말하는 移宮은 이때의 일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대순진리회는 敎를 창시한 강증산을 九天上帝로, 道主 조정산을 趙聖玉皇上帝로, 그리고 都典 박우당을 朴聖上帝로(중곡도장파의 경우) 각각 받들고 있다.
大巡진리회라고 하는 이름도 강증산의 행적에서 따왔다고 한다. 여기엔 강증산이 天地人 三界를 개벽해서 蒼生을 건지려고 天下를 大巡(크게 돌아 봄)하다가 이 땅에 내려와서 펼친 眞理를 널리 전파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또 大巡은 無極, 太極, 圓을 뜻한다고 한다.
大巡진리회의 교리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陰陽合德(음양합덕), 神人調和(신인조화), 解寃相生(해원상생), 道通眞境(도통진경)을 宗旨(종지)로 받들고, 誠, 敬, 信으로 修道하고 安心, 安身으로 修行하며, 無自欺(무자기, 자기를 속임이 없음)를 근본으로 人間改造 精神改革을 해서, 布德天下(포덕천하;天下에 布敎함), 救濟蒼生(구제창생), 保國安民, 地上天國을 이룩한다는 것이다.
처녀 따라 入道하고 그날로 치성 올려
다시 탐험으로 돌아간다.
―移宮하는 바람에 서울로 오셨군요.
『부산으로 내려갔던 가족이 다시 고향으로 와서 함께 살다가 1975년에 서울 중곡동으로 이사왔어요』
―그래 이 道가 전 가족이 이사를 다닐 만큼 좋으시던가요?
『아, 그럼요. 좋구 말구요. 어떻게든 도통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지요』
그는 31세 때 21세 처녀 朴姬圭 선감을 만나 입도하게 된다.
『할아버지가 총각 때부터 산에 열심히 기도를 하러 다니셨어요. 할아버지는 평생 기도만 하다 돌아가셨지요. 그 영향인가 나도 입도를 빨리 하게 됐지요』
그를 결정적으로 끌어들인 건 처녀 선감의 이 한 마디 때문이었다.
『내가 「도를 닦아도 조상 제사는 지내는 겁니까」했더니 「그럼 잘 지내야지요」 그래요. 그 소리가 하도 고마워서 얼른 入道했어요』
―그날 바로?
『예, 그날 대전 가서 사과 배 사오고, 집에서 떡해서 밤 1시에 입도치성을 드리셨지요』
―치성을 드리다니요?
『제사 지내는 것과 똑같이 三色實果 고기 올리고 메(밥) 떠놓고 치성 올려요』
―누구한테 치성을 올리는겁니까?
『兩位上帝님께 올리는거지요』
―양위상제라 하면?
『九天上帝님(강증산), 趙聖玉皇上帝님(조정산) 두 분을 말하지요. 「저도 오늘부터 道人이 되겠습니다」하고 폐백인사 드리는 겁니다』
―아니 도통을 하겠다고 논 팔고 집 팔아서 고향을 뜬다고 했을 때, 동네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가요? 젊은 사람이 미쳤다고 안 하던가요?
『하지 왜 안해요』
―그럼 어머님이나 부인, 또는 형제간에 반대는 없었습니까?
『안했지요. 내가 하는 일이라면 다 따랐지요. 또 동네 사람들도 후에 내가 절반 정도 입도시켰으니께 별반 반대도 없었구』
―1975년에 서울로 가산을 정리해가지고 오셔서 뭘 해서 먹고 살았습니까?
『안식구가 중곡동에서 구멍가게를 했지요』
―이곳엔 언제부터 도장을 짓기 시작했습니까?
『1969년부터 도장을 짓기 시작했는데 1970년에 本殿 3층을 준공하고, 1971년에 靈臺(영대)를 준공하고, 1972년에 대순진리회 본부 현판을 걸었지요』
이것이 바로 대순진리회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대순진리회는 여기에 뿌리를 박고 뻗어 나갔으니까.
血緣 地緣 學緣 따라 교세 넓혀
―宣監(선감)이라는 직위 이름이 자주 나오는데 어떤 것입니까?
『포덕해 놓은 戶數(호수)가 1000호 이상 되면 선감이 됩니다』
―종무원장님은 지금도 선감이신가요?
『그럼, 옥천 선감이지요, 선감이 되면 號를 받는데 도전님께서 호를 주실 적에 그 사람 고향, 포덕한 도인이 많은 곳, 처음 포덕을 시작한 곳, 이런 것을 감안해서 地名으로 주시는 거지요. 나는 호를 沃川으로 받았어요. 천안방면 소속이지만』
―선감 위에는 뭡니까?
『그 위엔 없습니다. 10만 호를 가지고 있어도 선감이지요』
―기독교에서는 설교를 하고, 불교에서는 설법을 하는데, 여긴 어떻게 합니까?
『우린 道談이라고 하지요』
―도담을 어디서 어떻게 합니까?
『개개인 집에 찾아다니면서 할 수도 있고, 사랑방에서 할 수도 있고, 회관 같은 데서 할 수도 있고…』
이렇게 이들은 布德(포덕:포교)을 하고 道談(도담:설교)을 하는 방법이 기성 종교와는 사뭇 다르다. 앞에서 李종무원장의 경우, 먼저 부인과 동생 같은 가족에게 포덕하고 다음에 동네사람들을 포덕했다. 포덕된 사람들은 같은 방법으로 血緣, 地緣, 學緣을 따라 신도수를 늘려간다. 이렇게 마치 피라미드 판매망처럼 조직망을 펴가며 포덕을 하는데, 그들은 이런 방법의 포덕을 淵源布德(연원포덕)이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낯모르는 사람을 포덕할 때 일어나는 잡음을 없애가며 소리 소문 없이 신도수를 기하 급수적으로 늘려나갔던 것 같다. 이런 연원포덕의 방법이 중요한 성장요인의 하나였다.
아무리 방법이 좋다 하더라도 신도들은 무엇에 이끌려서 그토록 구름처럼 몰려들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종무원장께서 포덕을 할 때 주로 무슨 말을 하셨습니까?
『나는 주로 민족종교 얘기를 했지요. 예를 들면, 지금 TV에서 한국 사람하고 일본사람하고 권투를 하면 당신은 누가 이기기를 바라는가? 한국 사람이니 한국 사람이 이기기를 바라는게 당연하잖은가? 그럼 죽은 신은 어떠냐? 마찬가지다. 한국 사람 죽은 귀신은 한국 사람 도와주고 싶을 것이고, 일본 사람 죽은 귀신은 일본 사람 도와주고 싶을 것이다. 돌아가신 朴正熙 대통령이 하느님한테 빌 수만 있다면 「대한민국 좀 잘되게 도와주십시오!」 이렇게 하지,「일본 좀 잘되게 해주십시오」는 안 할거다. 그러면 우리나라 신명들이 많은데 다른 나라 신명들한테 나 잘되게 해달라 비는 건 남의 다리 긁는 거지, 내 다리 긁는 건 아니다. 내 다리는 안 시원해! ― 이렇게 하지요』
―아하, 그런 방법을 썼더니 많이 딸려오던가요?
『알아듣는 사람이 많았지요』
또 제사문제도 다른 종교가 「못 지낸다」거나 「지낼 수 있다」고 옹색하게 답변하고 있을 때, 「무슨 소리냐, 잘 지내야지」하고 시원스럽게로 치고 나온 것도, 시골 포덕을 했던 초창기에 상당한 흡인력이 있었을 것이다. 入道해서도 그들이 일상적으로 올리는 치성의식이 제사의식과 비슷해서 아무런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됐을 것이다.
사실 민족종교라는 얘기는 젊은이들한테도 크게 어필했다고 한다. 1980년대 후반 우리 것을 찾는 열풍이 불었을 때는 신도가 1년에 10만 호씩 늘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이러한 열풍은 젊은 대학생들에게까지 불어닥쳐서 일류대학의 어느 학과는 정원의 3분의 1이 떼지어서 入道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토론과 논쟁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몰려들자, 종단 내의 분위기까지 바뀌게 되었다. 일방통행이 더 이상 안 통했던 것이다. 그래서 대학생들한테 포덕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릴 정도였다고 한다.
―선감은 언제 되셨습니까?
『1979년에 됐습니다』
―1966년에 入道해서 1979년에 선감이 됐으면 빨리 된 건가요?
『빠른 편도 아니지. 10년 정도면 선감이 됐으니까』
―그럼 포덕을 잘 하신 겁니까, 다른 장점이 있으신 겁니까?
『잘한 것도 별반 없고, 밑의 사람 잘 둬서 잘 된 거지요. 나는 무능한 사람이오. 시골서 농사짓던 아저씨처럼 보인다구 하는 것이 그게 제일 정확한 얘기요』
선감은 1000戶를 포덕하면 될 수 있는데, 본인이 열심히 포덕을 하지 않더라도 밑에 이미 포덕된 아들代, 손자代, 증손자代의 신도들이 많이 포덕을 하면 금세 선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30代의 젊은 선감은 5년 만에 선감이 됐다고 했는데, 최근들어 빠른 사람은 3년 만에 선감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800만 신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1000호를 포덕했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습니까?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자기 앞의 신도들한테 誠金을 받아서 위에 보고하게 돼 있지요. 그때 우리는 완전히 記名式으로 金아무개 천원, 朴아무개 만원…, 이렇게 세세하게 써서, 小計, 總計 다 내서 올립니다. 그러니께 선감은 언제나 자기 앞의 道人 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거지요』
만약 어떤 신자가 해외 여행 같은 사유로 성금을 못 냈다면, 또 그 가족이 안 냈다면, 그 달치 성금 명단에서는 이름이 빠진다고 했다. 그들은 이 명단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 신도수는 매달 틀리게 나온다고 한다. 대순진리회 종무원 기획부가 밝힌 신도수는 〈표2 〉와 같이 1997년 말 현재 195萬戶가 넘는 것으로 집게 돼 있다. 현재는 종단이 분규에 휩싸여 있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고 있는데, 실제로는 좀 줄었을 것 같다고 한다.
이들이 통칭 신도수를 800만명이라고 하는 것은 戶數에 평균 가족수 4를 곱해서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래도 이 800만명이라는 숫자에 논리적으로 수긍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 인구를 4500만명으로 볼 때, 종교인구의 비율이 50% 정도이므로 2250만명이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995년 정부가 실시한 인구 센서스 결과를 보면, 불교 신자가 1032만명, 개신교 신자가 876만명, 천주교 신자가 295만명이다. 6년 동안 신자가 늘어나지 않았다고 해도 이 세 종교의 신도수만 합쳐도 2203만 명이 된다. 그렇다면 나머지 47만 속에 도대체 800만 명이 비집고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는 이 문제를 어떻게 설명하는가.
『인구 조사하는 사람들이 와서 물으면 우리 도 믿는 사람들은 다 불교 믿는다고 해버리고 말지요. 아무것두 안 믿는다구 하는 사람도 많구』
이 말에도 선뜻 동의하기가 힘들다. 불교의 신자수가 5년 전의 통계보다 226만 명쯤 늘긴 했지만, 이 숫자가 다 대순진리회 도인들이라고 볼 수는 없다. 불교 신자의 증가율(28%)이 개신교(34%)나 천주교(58%)보다 낮으므로 大巡진리회 신도들이 떼지어 『나는 불교를 믿습니다』하고 손을 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도인 800만명 모두가 『나는 아무 것도 안 믿습니다』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그럴 것인가.
1995년의 통계청의 통계가 다 진실이라고 볼 수 없는 구석도 있다. 유교, 원불교, 천도교, 대종교, 기타종교의 신자 합계가 겨우 56만명이라고 돼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무렵의 종교연감(1996-1997년판)을 보면, 원불교가 127만, 천도교가 117만으로 돼 있다.
이에 반해 조사대상자의 입에서 나온 숫자를 더한 통계청의 통계엔 원불교가 8만7000, 천도교가 2만8000으로 돼 있다. 이 숫자도 믿을 만하지 못하다. 군소종교를 믿는 신자들은 여러 가지 위축감으로 정확하게 말하기를 기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 숫자는 축소된 숫자일 개연성이 있다. 127만과 8만 7000, 117만과 2만8000. 진실은 이 과장과 축소 사이 어디쯤엔가 숨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논리 속에 大巡진리회의 신자수도 숨어 있을 것이다. 1995년 통계청의 통계를 보면 大巡진리회는 통계항목으로 잡혀 있지 않았다. 반면 비슷한 시기의 종교연감에는 大巡진리회의 신자수가 833만명으로 나와 있다. 이것으로 보면 상당수의 大巡진리회 신자들이 떳떳하게 신자임을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엄청난 과장과 축소. 진실은 어디쯤에 숨어 있을 것인가.
한달에 성금 70億씩 들어와
사실 이러한 신도수 부풀리기는 다른 종교에도 공통적이다. 1999년 말 불교 단체가 문화관광부에 보고한 걸 보면 불교신자가 3380만명으로 돼 있다. 이것은 우리 나라 전체의 종교 인구 2250만명보다 무려 1130만명이나 많은 숫자다. 그리고 1995년의 인구 통계의 불교 신자 1032만명의 3배가 넘는다.
大巡진리회 종무원의 한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1990년대 초에 이미 100만 戶를 돌파했는데 그때까지 전연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었지요. 왜냐하면 연원포덕을 했기 때문에. 동학도 연원포덕을 했지요. 그바람에 1860년에서부터 1894년 동학혁명이 일어날 때까지 불과 30여 년 사이에 全국민의 절반 정도에까지 동학이 퍼지지 않았습니까.
우리도 그렇습니다. 구천상제님(강증산)이 돌아가신 1909년부터 1922년까지 불과 13년 사이에, 구천상제님을 신앙의 대상으로 모시는 교인이 800만이나 됐어요. 그중에 제일 큰 게 보천교로 신도가 600만이나 됐단 말입니다. 이 사실은 당시의 신문에도 나와 있습니다.
중국의 파룬공도 보세요. 1992년부터 1998년 사이 불과 6년 동안에 1억이 따르게 됐다고 해서 중국이 깜짝 놀란 거 아닙니까. 大巡진리회는 이런 것보다는 아주 느리죠. 1969년부터 지금까지 30여 년 사이에 이렇게 성장한 거니까요. 신흥종교는 다 이런 면이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190만 호도 고개가 갸우뚱해지지 않을 수 없다. 1995년 통계청의 통계를 보면 전국의 가구수가 약 1300만 가구로 나와 있다. 이것으로 보면 전체 가구의 14.6%가 大巡진리회의 도인네 집이라는 계산이 된다. 즉, 일곱 집 가운데 한 집은 大巡진리회 신도네 집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가. 우리가 느끼는 것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
신도수는 이렇게 迷宮에 빠져 있는데도 성금은 숫자만큼 들어온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성금은 한 달에 얼마씩 들어왔습니까?
『분규가 있기 전에는 한 달에 70억씩 들어왔지요. 70억이라고 해도 평균 한 戶에 3천 몇 백원 밖에 안 돼요』
―지금 여기 중곡도장으로는 얼마나 들어옵니까?
『한 달에 12억밖에 안 들어와요』
―성금은 어디에다 쓰지요?
『선감들이 다 걷어서 성금 총액의 4할은 공제해서 방면 유지비로 쓰고 나머지 6할은 본부에 올리고 했어요』
들어오는 성금의 액수를 보면 한 戶에 3000원에서 4000원 정도를 내는 것 같다.
大巡진리회 신도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어디에도 잡혀 있지 않지만, 초기에는 시골 포덕이 많아 신도가 시골에 많았다고 한다. 성별로 볼 때도 여성측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이다. 연령별로는 높은 쪽이. 학력별로는 낮은 쪽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大巡진리회 道人들은 원한 쌓인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아니, 의도적으로 종단이 그렇게 원한 쌓인 낮은 골짜기를 찾아다니며 그들을 끌어 들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작전이 우리가 확인한 것처럼 크게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요즘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포덕돼 들어오는 신도들의 추세가, 시골에서 도시로, 여성에서 남성으로, 높은 연령에서 낮은 연령으로, 低학력에서 高학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종단의 지도자들은 이 점이 좋기도 하고 두렵기도 할 것이다. 앞으로 일방통행은 잘 안 통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에 1372개 세포조직
혹시 方面이 무언가 실마리를 풀어 줄지도 모르겠다.
李종무원장으로부터 방면 공부를 해보자.
『선감이 되면 우리는 號를 받는데 그 호를 따라서 방면이 생겨요. 천안선감 밑에 생겨난 도인들은 천안방면이 되는 거고, 안동선감 밑의 도인들은 안동방면 소속이 되는 겁니다』
―그러면 천안방면 신자들은 천안 부근에 많이 삽니까?
『천안 방면이라고 하지만 실지 천안에 사는 사람들은 단 1%도 안 돼요. 서울 경기지방에 더 많이 살지』
―왜 그렇습니까?
『號만 천안이라고 받았지 포덕은 서울에서 해서 그렇지요』
―그거 참 헷갈리네요.
『金海 金氏는 서울에 있어도 김해 김씨고, 안동에 있어도 김해 김씨고, 천안에 있어도 김해 김씨고…. 용산방면은 미국 뉴욕에 가 있어도 용산 방면이오! 우리 조직은 姓氏처럼 자연발생적인 조직이오. 김해 김씨 始祖 金首路王밑에 무슨 公派, 무슨 公派가 여럿 있는 것처럼 우리도 처음에 方面 하나로 시작한 것이 그 밑에 여러 방면이 생기니까, 위에 있던 큰 方面은 系列로 된 거지요』
여기서 보면 천안에서 이웃집에 사는 신자라도 방면이 다르면 서로 남의 식구가 된다. 그렇게 되면 誠金을 바치는 곳, 회관, 도담을 듣거나 기도를 하는 장소가 서로 다르게 된다.
1997년 7월 현재로 大巡진리회에는 모두 1372개 方面이 있는데, 이 方面들은 크게 4個 系列로 나뉘어 있다. 이 계열은 방면이 불어나서 만들어진 것이다. 天安方面系列에는 옥천, 상계, 전농, 대전, 용곡, 합덕등 231개 방면이 소속돼 있고, 慶山方面系列에는 대구, 영천, 성주,서울, 목포, 군산, 포항등 880개 방면이 소속돼 있고, 釜山方面系列에는 부산, 강릉, 금릉, 성동등 233개 방면이 소속돼있고, 그밖에 聯立系列에는 강남, 영주, 공주등 28개 방면이 소속돼 있다.
이 방면이라고 하는 단위 속에는 최소한 1000호의 신도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 전체 1372방면에는 적어도 137만2000호의 신도가 있어야 한다. 만약 大巡진리회가 밝힌 이 두 가지 숫자, 1372방면과 1000호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실수일 가능성이 큰 숫자를 얻을 수 있다. 즉, 한 戶에 신자가 한명씩만 있다 쳐도 大巡진리회의 신도수는 137만명 이상이 되는 것이다. 이것만이라고 해도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천주교 신자의 거의 절반 가까이 되는 숫자다.
문화관광부에서도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종무국의 담당자는 『大巡진리회의 신도수를 800만으로 보는 것은 무리고, 대체로 180만명에서 200만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볼 때 매우 엉성한 추정이긴 하지만, 大巡진리회의 신도수는 130만명에서 200만명 정도는 된다고 할 수 있다.
마침내 宗務院長이 되다
다시 탐험으로 돌아가자.
―언제 종무원장이 되셨던가요?
『1995년 8월12일이었지요. 여주 도장 밑에 조그만 별장이 있었는데, 위(도전)에서 환후가 계셔서 거기 계셨어요. 임원들이 다 모였는데 위에서 「원장(종무원장) 새로 내야겠다」 그러시면서 (당시 종무원장으로 있던) 慶錫圭(82) 원장 대신에 성주 安永一 선감을 여주본부도장 종무원장으로 시키셨어요. 나를 포천도장 종무원장으로 시키셨고, 강원도 고성에 있는 土城 종무원장으로 全好德선감을 시켰어요.
도전님께선 경우 없는 일은 안하셔요. 우리 道憲(24조)에는「종무원장은 淵源功績(포덕실적)과 敎化實績에 따라 道典이 임명한다」고 돼 있거든요. 그래서 당시 사업(포덕)이 젤 많은 선감이 中央議會 의장으로 있던 安永一 선감이니까 安선감을 여주 본부도장 종무원장으로 시킨 거요.
그런데 2~3일 뒤에 安선감이 「제가 건강 때문에 종무원장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래, 의장이야 누워서도 할 수 있지만 종무원장은 신경써야지. 그럼 옥천선감(李有鍾)이 (본부도장) 종무원장 해요」 그래요』
―그럼 종무원장님이 포덕한 戶數가 그 당시 두 번째였나요?
『그렇지, 한 40만 호됐지요』
당시 大巡진리회의 조직을 보면, 都典(朴牛堂) 밑에 여주, 포천, 토성에 각각 한 명씩 세 명의 종무원장을 두어서 각각 소속된 종무를 보도록 돼 있는데, 본부도장인 여주도장의 종무원장은 전체를 통괄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다가 도전이 타계한 이후 여주의 종무원장이 최고책임자인 도전의 직무까지 代行하게 되면서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것이다.
李종무원장은 그때부터 47개월 간 여주도장에서 밀려날 때까지 그곳에서 본부 종무원장의 직을 수행해 왔다고 한다. 맹장수술을 하느라고 이틀 저녁을 병원에서 잔 것을 제외하곤 4년간 꼬박 도장에서 자가면서 지켰다고 했다.
그런데도 지금 여주도장측에서는 李종무원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慶錫圭(82·도전 박우당의 처남)씨가 大巡진리회 전체를 대표하는 종무원장이라고 주장했다(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1)경석규씨가 종무원장에서 해임된 적이 없는데 이것은 경석규씨가 (2) 사업자 등록에 1984년부터 계속 대표자로 등재돼 있었고 (3) 1983년부터 최근까지 종단의 기관지인 대순회보 발행인으로 있었던 것으로도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곡 도장(이유종측)은, (2)와 (3)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도전이 살아 있을 때 도전 이름을 쓰기 민망해서 이름을 빌려 썼을 뿐, 실질적이고 고유한 종무원장의 권한은 이유종씨가 수행해 왔다고 주장한다. 또 임명장 같은 증거가 없었던 것은 종단의 관행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운명의 1999년 7월16일 새벽 2시
―종무원장이 하는 고유한 일은 무엇입니까?
『도전님께 誠(성금)을 올렸고(명세서를 보고했고), 치성(제사와 비슷한 의식) 드릴 때 구령을 불렀지요』
―구령이라니?
『整列! 取席(취석)! 首(면수:머리를 약간 숙임)! 拜(절함)! 興(일어남)! 이런거죠. 우리는 이런 의식의 구령을 그 단체의 최고 책임자가 해 왔지요』
―그밖에는?
『종단의 종무를 봤지요. 종단의 결재도 했고』
―종무원장이 되셨으면 취임식이 있었겠지요?
『없었어요.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냥 입으로 하는 거지 뭐』
―아니 그럼 누가 뭐 됐다는 발령도 없고, 의식도 없고 그렇단 말입니까?
『우린 지금까지도 그렇습니다. 전에도 도전님께서 종무원장은 아무개가 하고, 총무부장은 아무개가 하라고 말씀으로 정해주셨지 임명장은 안 주셨지요』
운명의 날이 닥쳐왔다. 1999년 7월16일 새벽2시, 반대파들은 李종무원장의 「찬탈행위」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행동을 개시했다. 그 결과 그는 정든 여주도장을 떠나와 초창기의 땀방울이 밴 중곡도장으로 돌아와야 했다.
여주도장측도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면 그럴 만한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여주측이 주장하는 것을 요약하면 (1)종단의 대표자가 이유종씨가 아니고 경석규씨라고 주장하는 것 외에도, (2)이유종 종무원장측이 무당굿과 비슷한 해인굿을 해서 背道行爲를 했기 때문에 참을 수 없었고, (3)영대에 도전의 신위를 올리는 문제에 대해서도 여주측은 반대해서, 도전은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밖에 (4)그때까지 모아져 있던 성금 2400억원(예금통장, 이자까지 포함하면 2700억 이상)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여주측의 일부는 자기들이 찾아 써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해 이기고 있고, 중곡도장측은 돈을 내주면 안 된다고 역시 소송을 제기해 묶어놔 버렸다.
또 (5)감정적인 앙금도 양측에 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전 생존시에 피차에 동급이라고 생각했던 고위직 선감들이, 최고 지도자 도전이 타계한 이후 갑자기 서열이 바뀌게 되자 미처 받아들일 여유가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번득이는 카리스마를 갖고 있던 도전이 각 방면의 수임 선감들을 지휘했는데, 도전 타계 이후 아직 지휘권이 확립되지 않은 李종무원장이 고위지도자들을 지휘하려 하자 여기에 감정적으로 반발했던 증거들이 몇 군데서 엿보인다.
최고책임자 他界할 때마다 紛糾 일어나
사실 이러한 일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1909년 강증산 선생이 타계한 이후에도 가족과 제자들 사이에 분열이 있었고, 1958년 조정산 선생이 타계한 후에도 가족과 제자들 사이에 분파가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인 이번의 분열도 같은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교주 또는 최고 책임자가 타계할 때마다 갈등과 분열을 겪는 일은 신흥 종교들이 흔히 겪는 일로, 아직 후계체제가 확립되지 않은 데서 오는 비극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大巡진리회가 지도자 선출방식을 확실하게 해놓지 않으면 또다시 후계 문제를 놓고 풍파가 오지 말란 법은 없을 것이다.
분열양상도 시간이 지날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1999년 7월만 해도 중곡도장파(신도수 약 40만 호)와 포천도장파(신도수 60만 호)가 한편에 서 있었으나, 2000년 후반에 와서는 포천도장파가 중도파로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여주도장파(신도수 48만 호)도 2000년 후반부터 주류 사이에 갈등이 일기 시작해서 일부는 소외돼 있으며 진짜 종무원장으로 받들어졌던 경석규씨는 지난 6월 말 논란 끝에 물러났다고 한다.(〈표3〉참고바람)
―좌우명은?
『나는 차라리 바보 소리는 듣고 살아도 나쁜 놈 소리는 듣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솔직히 나는 감투욕심 물질욕심 없어요. 나는 부자 돼서 떵떵거리고 싶은 생각은 젊어서도 없었고 지금도 없어요. 天心을 지키고 德을 베풀면 좋은 일이 온다고 믿고 있어요』
『班長은 해봤다』
―감투욕심 없다 하셨는데 무슨 감투 써본 적 있으세요?
『里長은 안 해 봤어도 班長은 한번 해 봤어요. 작은 아버지가 이장을 보셨는데, 잡종금 걷는 거고, 비료대 걷는 거고 다 우리 반이 늘 꼴찌요. 작은 아버지지가 하두 좀 도와달래서 내가 반장을 봤는데, 내가 보고 나선 잡종금이구 뭐구 다 일등을 했어요. 그만큼 동네 사람들이 날 믿고 따랐지요』
―지난 5월 북한에 쌀 240t을 주셨는데, 그거 얼마 안 되잖아요.
『3000가마요!』
―북한을 어떻게 돕게 되셨나요?
『우린 전연 모르는 일이 벌어졌어요. 어떤 분이 나한테 내용증명을 보냈는데, 저쪽(여주도장측)에서 작년 말 러시아 연해주에 2100만 평이나 되는 땅을 임차해서 농장을 개발한 다음 거기서 나오는 곡식을 북한에 보낸다는 내용을 연해주 정부와 계약했다는 거요. 그런데 거기 문제가 있어!』
―문제라니요?
『그게 계약만 해놓고 잘 안 돼서 말썽이 생겼어요』
―그래서 저쪽 대신 사업을 맡으신 겁니까?
『그렇지요. 道政室 회의에서 결정해서 한 겁니다. 이걸 안 지키면 국제간 신의가 떨어지게 생겼잖아요. 또 우선 영농비 8000만원만 있으면 될 것 같아서 시작했지요. 그래서 작년에 그곳에서 농사지은 쌀 180t에다 60t을 따로 사서 북한 함경도 지역 불교단체에 보낸 거지요. 그래서 북한과도 약속을 지킨 거지요. 내가 지난 4월말에 연해주에 가서 이런 일 처리하고 다 둘러보고 왔어요』
―앞으로도 계속 사업을 하시겠군요.
『지금 식량이 부족하잖아요. 장차 그걸 농사지어다가 식량을 좀 댈까 합니다. 여의도 27배라나. 이게 모두 논이오』
―작년 8월 말에 뉴욕에 다녀오셨지요?
『유엔에서 세계종교지도자대회를 해서 大巡진리회 대표로 다녀왔지요. 사람이 왕래를 해야 神明도 왕래한다는 생각에서 갔었던 거지요』
―해외는 많이 다니셨나요?
『그때 첨 갔지요』
『굶어죽어두 아버진 道 닦을 거여』
그는 23세에 고향 근처 마을에 사는 처녀(崔禮子·64)와 중매로 결혼해 2남 1녀를 두었다.
―큰 아드님(연천·42)은 뭐 하세요?
『갸가 겨우 중학교만 졸업했어요. 고등학교 진학을 못 시켰지. 내가 도 닦을라구 중학교 금방 졸업한 놈을 놓구 타협을 했어. 「늙으신 할머니 모시고 어린 동생들 데리고, 네가 밥 벌으면 밥 먹을 테고, 죽 벌면 죽 먹을 테고, 죽 못 먹어서 굶어 죽어두 아버진 도 닦을 거여」 이렇게 설득시켜서 1974년에 마포 신수동에 미싱 바늘 만드는 공장에 취직을 시켰어요. 3년 후에 공장이 지방으로 가서 그걸 그만 두고 구두일을 했는데 허리가 아파 못 해요. 그후에 제빵기술을 배워서 분당 6평짜리 집에서 가게도 하고 공장도 하니 오죽하겠어요? 지금도 그걸 하는데 먹는지 굶는지 모르지』
―아버지 도 닦을 때 어린 아드님은 가족을 먹여 살렸단 말입니까?
『그렇지』
―작은 아드님(규천·37)은?
『1975년 이사올 때 작은 머슴애가 초등학교 6학년인데, 그까짓 거 다니나마나라고 그냥 뒀더니, 전학 안 시켰다고 누가 또 뭐라고 해서, 초등학교만 졸업시키구선 구이동 어디 중학교 과정이라는 데 다니면서 신문배달해서 졸업했어요. 그러니 뚜드려 맞어두 보구 돈두 뺏겨두 보구. 부모가 돼서 어린 것이 신문배달 하고 땀에 함빡 젖어 오기도 하고 돈도 뺏기고 오는 걸 보기도 하면 좀 안 됐지만, 그래, 그게 약어지는 거다, 세상 살라면 돌뎅이 같이 단단해져야 한다 하고 눈 딱 감았지. 갸(그애)는 중학교 졸업하고 금세공하는 데 댕겼는데 큰 아들보다는 작은 게 더 잘 살어요』
―종무원장님의 아드님이 또 아버지처럼 한다면 찬성하시겠어요?
『그래도 제 길 가라고 하지. 도 닦다 굶어 죽으면 그건 성공한 거요』
나는 큰소리로 물었다.
―아니 家長이 됐으면 처자식을 먹여 살리고 잘 키워야지 자신의 道만 성공하면 되겠어요?
그러나 그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도 닦는 데는 不顧家事(불고가사:가사를 돌보지 않음) 하지 않으면 안 돼요』
그는 뒤늦게 「공짜로」 딸(은영·26) 하나를 얻었다고 한다. 늦게 둔 딸은 오빠들이 도와줘서 그래도 대학 물을 먹었단다.
그는 옛말처럼 계속했다.
『우리 안식구두 고생 참 많이 했지. 첨에 가겟방 한다고 하다가 죄 때려 엎구. 그때 옥천방면이 컸을 땐데, 내가 선감이었지만 안식구가 파출부도 댕기구, 식당에 일하러두 댕기구…. 설움도 받구. …나도 처음엔 밥도 굶고. 사흘마다 공부 댕기니 직장에 댕길 수도 없었지』
―개인적으로 볼 때는 좋은 아버지도 아니고, 좋은 남편도 아니고, 좋은 아들도 아니고, 돈도 별로 없고, 그러니 성공한 인생이라고 볼 수가 없네요. 어떠세요?
『제로지 뭐 제로』
―자녀들이 분명히 아버지 원망할 겁니다.
『아녀. 이눔들 대학교라도 갈쳤으면 나한테 원망할지 모르는데, 학교를 쪼금 가르쳐 놓으니께, 고마워하지. 돈 달라 소리두 안 해요. 여기(중곡도장)로 도심 깊게 공부도 댕기구』
대학 병원 양로원에 수백억씩 투자
―여러 사람 덕분에 성공하셨습니다.
『나로서는 상상치도 못한 자리에 온 거요. 宣務(일반 신도 바로 위의 직위) 자리도 못하겠다고 한 사람인데 종무원장이라는 상상도 못한 자리까지 온 거요』
―저쪽(여주도장측) 사람들이 달랄 때 얼른 주시지 그랬어요.
『책임의식 때문에 이러고 있는 것이지, 종무원장 자리가 욕심이 나서 그러는 건 아니지요. 위(도전)에서 책임을 맡겨 주셨는데 이것이 힘들다고 해서 내놓으면 안 되지요. 나는 지금 도전님 대신하는 거요. 내가 내놓으면 도전님이 용서하지 않으실 거요. 불신임 결의를 해서 나를 내보내면, 도전님이 그래도 힘이 모자라서 그런 거지 배신한 건 아니다 하고 용서해주시겠지만』
―우리 보통사람들은 大巡진리회가 몇 억씩 무슨 돕기 성금을 낼 때 깜짝깜짝 놀래요.
『우리는 종교의 본질은 구제에 있다고 보고 都典님 재세시부터 구제사업을 열심히 했지요. 그래서 도전님께서, 가뭄극복이나 이웃돕기 성금을 낼 때 「우리도 戶當 한 200원씩만 내자」고 하셔서 그 말씀을 따르게 된 거지요. 그러면 여러 방면에서 그렇게 돈을 모아 내게 되는 데 워낙 호수가 많으니께 그렇게 많아 보이는 거지요. 또 형편 나은 사람은 좀더 내기도 하구』
21층 병원, 양로원·고아원 사업에 143억원 투자, 대학교 1개·고교 6개 운영
大巡진리회는 구호자선사업, 사회복지사업, 교육사업을 3大 사업으로 내세우고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구호자선사업의 일환으로 大巡진리회는 종합병원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분당제생병원(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1998년 8월 개원)은 현대식 시설을 갖춘 450병상 규모의 대형 병원이다. 놀라운 건 현재 완공 단계에 있는 △동두천 제생병원(경기도 동두천시 지행동, 1995년 1월 기공)의 규모다. 연건평이 3만평도 넘는다. 지하 4층에 지상 21층의 건물 안에 단일 건물로는 국내 최대인 1480 병상이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또 강원도 고성에 500 병상 규모의 △고성제생병원이 세워지고 있다. 이밖에도 그들은 불우이웃돕기 신체장애자돕기 이재민돕기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복지사업으로 미아보호운동 노인잔치 경로사상선양운동 같은 것을 해오다가 지난 5월22일 143억원에 사회복지법인을 인수해서 본격적인 사업(양로원 고아원)을 벌일 채비를 하고 있다.
▲교육사업으로, 大巡진리회는 1984년 학교법인 대진학원을 설립한 뒤 △대진대학교(경기도 포천군 포천읍 선단리, 1992년 4월 개교), △대진고등학교(서울 노원구 하계동, 1984년 12월 개교), △대진여자고등학교(서울 노원구 중계3동, 1988년 11월 설립), △분당대진고등학교(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 1994년 3월 개교), △대진전자공예고등학교(서울 강남구 수서동, 1995년 3월 개교), △일산 대진고등학교(경기도 고양시 대화동, 1995년 3월 개교), △부산 대진전자정보고등학교(부산 금정구 장전1동, 1996년 3월 개교)등 대학교 1개교와 고등학교 6개교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대진대학교는 60만 평의 캠퍼스에 번듯번듯한 36개 棟의 건물이 들어서 있어, 일시에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난 大巡진리회의 당당한 위세를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기도 하지만, 실속에 있어서도 명문대학으로 자라고 있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마다 대학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있다고 한다.
6개 고등학교도 각각 그 지역에서 냉난방 같은 시설이 좋기로 이름이 나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大巡진리회가 운영한다고 해서 학부모들이 꺼림칙해 했지만 막상 입시와 취업에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되니까 다들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잘 자리잡아가고 있는 학교들이 설립자인 종단이 흔들리면서 타격을 받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이들은 언제 이런 일을 했을까.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어디서 이 많은 돈이 나왔을까.
그냥 지나갈 수가 없다.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役事를 하셨습니까?
『다 성금 받아서 했지요. 도전님 살아계셨을 땐 본부에 성금이 100억 정도 들어오는 때도 있었어요. 한참 좋을 때는 천안방면에만 50억 넘게 성금이 들어왔어요. 또 대진대학을 지을 때(1992년)까지는 특성(특별성금)이 있었구요』
―특성은 대개 얼마씩 냈습니까?
『10만원 20만원에서 1000만원 2000만원까지…』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 엄청난 일을 어떻게….
『왜 못해요! 공사비가 사회에서 하는 것보다 3분의 1에서 어떤 것은 5분의1밖에 안 든 것도 있는데. 우리 道人 가운데는 온갖 기술자가 다 있어요. 그 큰 대진대학도 천안방면 신도들이 거의 다 지었는데요. 여주도장도 그렇구 포천도장도 구렇구 거의 다 신도들의 손으로 지었어요. 우리는 재료비만 있으면 우리 손으로 집 질 수 있어요』
종무원 임원들의 말로는 보통 도장 하나를 짓는데 수백억원씩 들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그만한 일은 별 것 아니었던 걸로 보인다. 오히려 더 큰 일도 거뜬히 해냈을 것 같다. 일반성금 외에 특별성금이 있었다면 한달에 100억원 이상,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왔을 테니까.
鄭周永도 놀란 집짓기 秘法
이제 집 짓는 얘기를 들어 보자. 大巡진리회의 「개미 役事」는 유명한 얘기다.
『이 중곡동 도장보다 열 배가 커두 넉 달이면 감쪽같이 다 지을 수 있어요. 여주도장에서 다섯 棟 건물을 짓는데, 집을 다 지어놓고, 밖에 있는 단청 기술자들을 불러놓고 도전님이 물어 보셨어요. 「다 할라면 얼마나 걸리겠느냐?」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3년 안에는 못 끝냅니다」 그러니께 「씰데없는 소리 하구 있어! 내 한 달이면 한다!」이러셔. 생전 단청도 안 해 본 선감, 교감만 있는데, 어떻게 할 거냐?』
그는 잠시 나를 쳐다보다가 계속했다.
『위(도전)에서 색깔을 다 타주셨어. 노인네들은 단청에 뽄 뜨라구 하구. 붓을 몇 만 자루를 샀어. 신도들을 조별로 나눠서 다 어디어디로 가라고 맡겼어. 그래가지고 일사천리로 한달 만에 다섯 棟을 다 끝냈어! 처음 땅 파서부터 단청 끝날 때까지 넉달 안에 다 끝냈다구요. 포천도장(9개 棟 연건평 5098坪)도 넉달에 다 끝냈어! 鄭周永씨가 대통령 입후보했을 때 포천에 와서 보구 「이걸 다 짓는 데 얼마나 걸렸느냐」고 하기에 「넉달 안에 다 지었다」고 하니까 「내가 건축하는 사람인데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했어요』
―단청은 그렇다 치고 다른 공사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합니까?
『사람이 많으니께, 다 달라붙어서 여러 棟에서 한꺼번에 동시에 슬라브를 쳐요. 다른 데 보면 아무리 빨라도 1주일, 열흘 걸려야 한 층씩 올라가는데, 그 사람들 보면 밑에 받쳤던 기둥을 뜯어 가지고 올라가거든. 그런데 우리는 그 기둥 그냥 두고 이삼일 만에 한 층씩 슬라브를 쳐버려! 어떤 땐 하루에 한 층씩 올라가기도 했어요』
―아이구, 그거 안 무너집니까?
『지하실서부터 끝까지 다 기둥이 받쳐져 있는데 왜 무너져요! 4층집을 짓는데, 한 층 올리는 데 사흘씩 걸린다고 해두 12일이면 다 올라가잖어. 그래놓고 충분히 양생이 되게 내버려 둔 다음 위에서부터 뜯어내리면 되잖어. 벽을 쌓는것도 사람들이 많으니께 뺑 둘러서서, 1층서두 쌓구 2층서두 쌓구 하니께 며칠이면 다 쌓아버려요. 그러구 내버려둬. 실컷 양생되게. 우리는 양생기간을 밖에서 보다 훨썩(훨씬) 더 오래 둔다구. 그러니께 완벽하지!』
여기서 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내가 아는 처녀 하나가 大巡진리회에 잡혀가서 못 나와 가지고 부모들이 찾으러 다니는 걸 봤어요. 또 TV 고발 프로그램에서도 그런 걸 봤구요.
『다 그런 건 아니고, 어떤 방면에서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 방면의 首任선감에 따라서 그런 민원이 일어나는 겁니다. 우리 천안 방면에선 물질강요다, 뭐 그런 건 하나도 없어요』
―본부에서 못하게 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렇게 해도 안 듣는 거 아닙니까?』
―신도수를 늘려라, 성금을 더 많이 걷어라 하고 경쟁을 시키는 것 아닙니까?
『위에서 시키는 건 없는데 경쟁의식을 갖게 된 선감이 무리를 하다 보니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봐야지요. 인신구속이다, 금품강요다, 이런 문제가 늘 같은 방면에서만 일어나요. 우리도 걱정하고 있어요』
최고 지도자들이 「말씀」을 어기고 있다
두 번째로, 우리는 중곡도장 안의 종무원장 숙소에서 만났다. 숙직실 비슷한 곳이었다. 5∼6평은 됨직한 커다란 장판방 둘이 미닫이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었는데, 그 위쪽 방에서 종무원장이 평소에 기거한다고 한다. 그는, 집에는 특별한 날이나 옷을 갈아입으러 들른다고 한다. 그러니 거기가 그의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방 안에는 옷가게에 있는 것 같은, 쇠파이프로 만든 옷걸이, TV, 앉은뱅이 책상이 별로 신경 쓰이지 않고 놓여 있었다. 전화는 방바닥에 그냥 놓여 있었다. 출입문으로 쓰는 미닫이엔 손잡이 부분의 문종이가 뚫려 있어서 덧붙여져 있었다. 다른 방에는 여러 채의 요와 이불이 널찍하게 쌓여 있었다.
그는 지난밤도 여기서 시골서 올라온 선감과 함께 잤다고 했다. 그의 표정은 지난번보다는 훨씬 밝아 보였다. 그러나 찬물을 한번 끼얹어 보기로 했다.
―종무원장실에 붙어 있는 訓誨(훈회,강증산 지음)를 보면 ①마음을 속이지 말라, ②言德(언덕)을 잘 가져라(남에게 말을 선하게 하라), ③척을 짓지 말라(남과 원한을 갖지 말라), ④은혜를 저버리지 말라, ⑤남을 잘 되게 하라, 이렇게 돼 있군요. 그런데 이 道의 최고지도자들께서 하시는 모습을 보면 여러분의 九天上帝님 말씀과는 딴판으로 가고 있어요. 이런데 누가 이 道를 믿겠다고 하겠습니까?
『道人이 변질되면 이 사회 사람보다도 훨씬 더 악해져요』
―이 道의 대표자를 뽑는 제도가 합리적이 아니어서 이런 분란이 온 측면은 없습니까? 종무원장님 살아계실 때 모든 사람이 순종할 수 있는 제도와 방밥을 만들어 놓으면 어떨까요?
『우리는 三位上帝(강증산·조정산·박우당)께서 남겨놓으신 遺志遺法(유지유법)을 지켜야지, 그 뜻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 道라고 볼 수가 없어요』
예수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더라면…
大巡진리회의 의식은 유교의 제사의식을 원용한 듯하다. 제물을 陳設(진설)하고, 분향을 하고, 拜禮(배례)를 하는 순서와 방식이 제사의식과 흡사하다. 大巡진리회는 정기적인 주요행사일에 上帝와 천지신명에게 치성을 올린다.
―의식이 제사지내는 것 같습니다.
『九天上帝님이 우리나라에 오셨으니까 우리 제사의식으로 하신 거지요. 예수님도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셨더라면 그쪽 의식이 우리나라 의식이 됐을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이 道를 천하에 전파하면 우리 풍속이 천하에 퍼지는 거지요』
―大巡진리회가 세에 비해서 일반에게 너무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도전님께서도 그렇게 내놓는 걸 바라시지 않았어요. TV에 한 번도 안 나오셨잖아요』
―布德天下하고 匡濟蒼生(광제창생, 널리 창생을 구함)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공개적이고, 전진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보는데요. 지금은 너무 폐쇄적인 것 같아요.
『우리도 포덕천하로 나갈 거요. 지금 중국 청도에도 포덕이 나가 있어요』
―하여튼 大巡진리회가 민족종교가 되려면 개명좀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질문에 심사가 좀 틀어진 것 같았다.
『뭘 개명을 햐. 말하는 거 보니께 道人되기는 틀렸구먼! 나는 「신앙」 하는 거지 「신학」을 하는 건 아니오. 도인들도 덮어놓고 들어와 열심히 닦는 사람이 질래(끝까지) 하지, 깐작깐작 따지는 사람은 떨어져 나가고 말어』
그래도 나는 깐작깐작 해봤다.
―주문을 보면 「소원성취케 하옵소서」 하는 말이 나오는데 일반 신도들은 자기 복 빌러 다니는 거 아닐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병 때문에 죽겠는 사람은 「병좀 낫게 해 주십시오」 하는 心告(마음 속으로 고함)를 드릴 것이고, 빚에 쪼들리는 사람은 「돈좀 벌게 해달라」는 생각을 빌 것이지요. 그러나 나는 나하나 잘되게 해달라고 빌어 본 적은 없어요』
둘쨋날 인터뷰를 마치고 그가 사는 종무원장 사택으로 갔다. 사택은 중곡도장에서 좁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뒤쪽에 있었다. 대지 47평에 건평 19평. 2층집이었다. 아래층엔 작은 아들네가 산다고 했다.
李종무원장네 집에선 어머니를 모시고 내외가 사는데, 어머니는 작은 아들네 집에 출타했다고 했다. 그 집은 종단 명의로 등기돼 있다고 했다. 그의 명의로 된 집은 여주에 있는 37평짜리 아파트인데, 그것이 그의 유일한 재산이라고 했다. 여주도장에 있을 때 식구들이 거기서 살았지만 중곡도장으로 옮겨온 이후엔 비어 있다고 했다.
사택 화장실에 들어가서 무심코 보니 양변기 옆쪽 구석에 비취색 사기요강이 놓여 있었다. 어머님이 쓰시는 것일까. 하여튼 종무원장댁 식구들의 의식 좌표, 또 大巡진리회의 의식 좌표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부인(崔禮子)과 작은 며느리, 딸이 정성껏 차린 평범한 점심상이 나왔다. 우리는 거실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나는 점심을 먹으면서 뭔가 자꾸 이상해서 두리번두리번 했다.
이 집에선 값나가는 가구도, 그림이나 글씨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런 집에 사는 사람이 대진대학과 고등학교, 여주도장, 병원을 짓는데, 양로원 고아원을 사는데,또 장학금으로 수 백억원을 척 내놓는 바로 저 사람이란 말인가. 그의 돈도 아니고, 사실 그 혼자 생각으로 내놓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의 의사가 절대적일 것이고, 그의 손을 통해서 나가는 것 아닌가.
『양로원 고아원 사업에 전념하겠다』
세 번째로 우리는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 왕대리에 있는 골든 밸리(Golden Valley)에서 만났다. 大巡진리회(李종무원장측)는 지난 5월12일 사회복지법인 여광복지회가 공사중에 있던 골든 밸리(양로원, 고아원)를 143억원에 인수했다. 여광복지회는 완공단계에서 자금이 여의치 않아 복지재단을 인계했다고 한다.
노란색 양로원 건물은 3만3000평의 숲속에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앞으로는 北星山이 바라다 보였고 뒤로는 남한강 줄기가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李종무원장은 옥상으로 나를 안내하곤, 앞산을 가리키며 風水論을 폈다.
『저 산이 北星山이오. 저 산이 祖山인데, 저 龍(산의흐름)이 한 바퀴 빙 돌아서 다시 祖山을 바라보고 이 건물이 앉았거든. 그래 여기가 回龍顧祖穴(회룡고조혈)의 명당이라는 거요』
―그럼 이런 명당 자리에서 전에 하던 분들은 왜 실패하고 나갔을까요?
『기가 약하면 못 견디고 나가게 돼 있어요』
양로원 구석구석을 보여 주면서 그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당구장, 노래방, 목욕탕, 입원실, 회의실, 식당…. 모든 시설이 아주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내가 이제껏 본 大巡진리회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나 막판에 돈이 몰렸던 듯 몇 군데가 부실하게 시공돼 있어서 그런 곳을 뜯어내고 다시 공사를 하고 있었다.
양로원엔 2인실 80실, 1인실 70실, 모두 150실의 방이 있었는데, 모두 호텔 수준이었다.
― 어떻게 사시게 됐어요?
『도전님 在世時에도 양로원 말씀을 여러 번 하셔서, 도전님 化天하시고 나서 양로원에 머리를 많이 썼어요. 그래서 그걸 추진하다가 쫓겨났지요. 그런데 지난 5월에 복지법인 팔려고 내논 게 있다는 걸 뒤늦게 알고 인수했어요. 도전님께서 하시려고 하던 걸 우리가 하게 됐으니께 요즘 거기다 낙을 붙이고 살고 있지요
이 골든 밸리는 유료로 운영되는 거지만 앞으로 우리는 무료양로원을 한번 잘해보고 싶어요. 도전님 在世時에 여주 교외하고 강원도 원주 富論에 땅을 사놓은 게 있는데, 두 군데 합하면 한 20만 평 돼요. 여기에 대대적으로 무료 고아원과 양로원을 지어서 운영할라고 합니다. 지금 초기에 입도한 선사 선무들이 다 70∼80이 됐는데 다들 외로워요. 이런 분들도 모셔다가 편히 살게 해드려야지. 고아원도 그래요. 우리 한국 자손을 어디다가 보냅니까? 유아 수출 왕국이란 말을 들을 제, 한없이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고아원도 잘 해봐야겠다 생각하는 거요』
『萬國의 朝貢을 받는 上等國이 된다』
그는 여주도장에서 나와서도 종단의 이름으로 진행되던 여러 공사의 공사비를 다 줬다고 했다.
『내가 쫓겨 나왔지만 여주도장에 대순회관과 창고 짓는 공사비(44억원), 대진대학교와 3개 고등학교 공사비(33억원), 동두천 제생병원(89억원), 분당 제생병원 공사비(60억원), 또 장학금(20억원), 이런 거 여기서 247억원이나 다 줬어요』
―아니 뺏긴 도장의 공사비는 왜 줬습니까?
『공사를 하다 말구 여길 왔는데, 계약이 내 이름으로 돼있어서 줘야 하기도 했지만 그게 다 大巡진리회 재산인데, 언젠가는 한 살림 될 텐데 해서 줬지요』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떤 나라가 되나요?
『상등국이 되지요. 한날(어느 날) 구천상제님이 「부우」하고 뱃고동 소리를 하셔서 「그게 무슨 소리오니까」 하니 「서양에 건너가 있는 文明神을 화물선에 실어서 건너오게 함이니라」 하셨어요』
―그때 그랬으면 지금 벌써 그 文明神이 와 있어야 할 텐데요.
『한꺼번에 몽땅 다 오는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오고 있겠지. 옛날 비결에도 우리 나라가 만국의 조공을 받는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일등국이 돼 가지고 하느님 궁궐이 대한민국에 설 적에 仙境이 열리지』
―後天 세상에도 부부가 있고 가족이 있고 직장이 있습니까?
『後天 세상은 조화로 사는 세상이지요. 근심 걱정이 없어요. 生老病死가 다 해결된 세상인데. 부부도 있지 그럼』
―영생하면 죽지 않으니 자식은 계속 생길 테고, 生老病死 걱정은 없겠지만 자식이 너무 많아 걱정이겠네요.
『그러니 후천에 가면 맘대로 못하는 게 자식밖에 없다고 그래요』
―도 닦으면서 제일 어려웠던 것은?
『천안 방면 사업할 때 고통스러운 때가 있었지요. 장안회관(낙화예식장) 질 적에도 참 어려웠지요. 다 여자 임원들이니 일은 내가 나서서 해야 하는데, 건축업계에 남 속이는 사람들은 많구, 위에서는 잘 못한다구 막 걱정은 하시지, 제대루 되진 않지…. 그때 내가 생병이 났어요. 하도 답답해서 한밤중에 도전님 계신 내정에 가서 배례를 하고, 무릎을 꿇고, 「잘 모르겠으니 바로 가르쳐 주십시오」 히고 心告를 드렸어요. 그때 도전님께서 내다 보신 거 같어. 그 이튿날 아침 도전님께서 아무 말씀도 않으시고 나를 보고 웃으시더라구. 공사 맡은 사람이 도전님께 엉뚱한 소리를 사뢰면 내 말은 듣지도 않구 또 뭐라고 하시고…. 그 때 참 답답한 일 많았어요』
―아니 도전님이 도통하셔서 그런 거 다 알고 계실 텐데.
『일부러도 속아 주시기도 하고…』
―이 순간에 가장 소망하는 건 무엇입니까?
『빨리 안정되기를 바라는 거지요』
―大巡진리회가 다시 하나가 될 수는 없습니까?
『그거야 萬修道人이 죄 바라는 거지요』
그는 재판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결국은 대표자 지위 확인이 떨어져야 돼』
―만약에 지면 어떻게 하실래요.
『그럴 리는 없는 거지만, 도장도 회관도 다 뺏겨두 천막을 치고라도 내 단독으로 해야지. 내가 울면서 산골짜기 가서 태을주를 읽더라도 내 정신 지켜야지. 그것이 수도자의 정신이오』
―그래도 신도들이 따를까요?
『있지. 따르는 사람이 있지!』
그는 그에 앞선 세 사람의 지도자처럼 농민이었다. 그래서 번득이는 지식과 날카로운 이론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보다 더 귀한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정신은 그의 몸과 함께 붙어 다니는 것 같았다.
附記: 나는 이 칼럼과는 따로 분규문제만을 별도의 기사로 다루려고 계획하고 다른 당사자들과도 만나려고 여러 차례 노력했다. 나의 이런 뜻이 전달된 것을 확인했으나 당사자들은 인터뷰를 피하는 것 같았다. 이 글을 공정하게 쓰려고 최대한 노력하였으나 혹 미진한 점이 있다면 충분히 듣고 바로잡고 싶다는 점을 여기 밝힌다.●
大巡眞理會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 무슨 의연금 모금이나 불우이웃돕기운동을 할 때 돈을 億臺로 척척 내서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일이다. 또 길거리를 지나다가 느닷없이 나타나는 큰 건물에 대순진리회 어느 方面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우리는 역시 놀란다. ▲도대체 대순진리회의 正體性은 무엇이며 신도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은 신도수가 800만명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숫자는 정말 믿을 만한 것인가. 그렇다면 천주교 신도(약300만명)의 3배 가까이 되도록 우리가 몰랐단 말인가.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단시일 안에 대단한 팽창을 이룩할 수 있었나.
최근 몇년간 만해도 대진대학교와 6개의 고등학교, 대형 종합병원 3곳, 여주 포천 등지의 대형 도장 등을 새로 지었거나 건축중에 있다. 우리들의 계산법으로 따지면 수천억은 투입돼야 했다. ▲그렇다면 그 엄청난 돈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또 최근 종단분규의 소식이 들려 오는데 그들은 무엇 때문에 다투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의 지도자는 누구일까.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나는 대순진리회에 관한 이런 궁굼증을 그들의 지도자를 통해 풀어 보기로 하고, 물어물어 그들의 본부가 있다는 서울 광진구 중곡동 中谷道場을 찾아갔다. 도장의 정문 앞에 다다르니 사람의 기를 콱 꺾을 듯한 높고 큰 기와집 더미가 낯선 손을 압도한다. 설명서를 보니 8개棟(건평 872坪)의 건물이 이곳에 들어차 있는데 본당인 靈臺(영대)는 龍馬胞胎穴(용마포태혈)에 丑坐未向(축좌미향)으로 앉아 있단다. 역시 그렇군! 뭔가 심상찮은 탐험이 될 것 같다.
중곡동 도장의 정문에서 마주 보이는 곳에 이층짜리 기와집이 있었는데 그 일층 오른쪽엔 「재단법인 본소」, 왼쪽엔 「대순진리회 기획부」라는 노란 나무 간판이 걸려 있었다. 기획부 옆에 있는 6∼7평은 됨직한 사무실이 대순진리회의 首長격인 종무원장실이라고 했다. 사무실 가운데 티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그저 그런 안락의자 10개가 양쪽으로 나뉘어 놓여 있었다. 벽은 사무실 칸막이 할 때 쓰는 조립식 재료 같은 걸로 마감돼 있었다. 벽엔 예술적 가치가 그다지 있어 보이지 않는 글씨와 그림이 걸려 있었다. 냉방시설도 돼 있지 않은지 선풍기 두 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고급스럽다거나 공을 들였다는 표현을 쓸 수 없는 사무실로 중소기업 사장실만도 훨씬 못해 보였다.
분규에 휩싸여 三派로 갈라진 宗團
내가 막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宗團 大巡眞理會 李有鍾(65) 宗務院長은 맞은편 의자에 앉아 임원들과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하고 있었다.
희고 짧은 머리, 덤덤한 표정, 1960년대 노타이 차림의 복장. 얼른 시골의 이웃집 아저씨가 떠올랐다. 저 양반이 우리를 그토록 놀라게 한 주인공이었다니!
심각한 표정엔 까닭이 있었다. 최근 종단이 법정분규에 휘말려 있기 때문이었다. 1996년 1월23일 종단의 최고지도자 朴漢慶 都典이 化天(타계)하고 당시 종무원장으로 활동하던 현재의 李종무원장이 都典(宗團 최고지도자)의 직무를 4년 가까이 대행해 왔으나, 1999년 7월16일 새벽 2시, 이에 이의를 제기한 반대파들이 당시 본부역할을 하던 경기도 驪州道場을 차지해 버렸다고 한다. 그후 李종무원장은 그곳에서 쫓겨나 현재의 中谷道場으로 옮겨왔다는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대순진리회는 종무원장이 누구인가를 가려달라는 법정소송에 이어 그때까지 적립된 誠金(신도들이 낸 헌금)등 2400억(이자까지 합치면 2700억원이 넘음)원을 서로 찾겠다는 소송에다, 교리에 대한 相異한 신념까지 겹쳐 종단은 현재 中谷道場派, 驪州道場派, 그리고 중도파인 抱川道場派로 三分돼 있는 형편이다.(〈표1〉 참조)
법적 판단은 뒤에 있겠으나 지금도 대외적으로 종무원장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李有鍾씨를 종무원장으로 부르기로 한다.
―종무원장님, 고향이 충청도 같은데요?
질문을 던지자 그는 둥글둥글하고 느릿느릿한 충청도 사투리로 대답했다.
『예, 충북 옥천군 군북면 대정리 578번지 자밭(尺田)이라는 동네에서 태어났습니다. 丙子年(1936) 潤三月에 태어났어요』
丙子年이 나오고 潤三月이 나오는 걸로 봐서 그의 사고체계가 우리 같은 보통 사람과는 사뭇 다르게 짜여져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농사를 지으셨겠습니다.
『대대로 농사를 지었지요. 논이 열 댓 마지기 됐고, 밭도 힘에 겨울만큼 있었으니 중농은 됐어요』
그는 아버지 李範三씨와 어머니 吳玉任씨 사이의 5남매(3男2女) 중 둘째로 全州 李氏 가문에서 태어나 큰 어려움 없이 자랐으나, 형님이 일찍 별세하는 바람에 학업을 중도 포기해야 했다.
『대전 한밭중학교를 졸업하고 대전공고 토목과에 3개월 다녔는데 형님이 돌아가셨어요. 아버님이 제 동생하고 나를 놓고, 「늬들 중에 누구 하나 나랑 집 지켜야지」 하셔서 내가 학교 그만두고 농사지었지요』
그때가 퍽 아쉬웠던 듯했다.
『31세까지 농사를 지었지요. 꿀벌도 치고, 참외농사도 지어 보구, 옥수수 농사도 지어 보구, 느타리버섯도 해 보구…』
아무리 둘러 봐도 빛나는 학력이나 경력이 없다.
―대순진리회는 언제 믿게 됐습니까.
『1966년에 入道해서 1967년에 부산으로 가족들 먼저 보냈지요. 나는 재산정리해서 뒤따라 가려고 하는데 都典님(朴漢慶)이 移宮하는 바람에…』
―移宮은 또 무슨 얘깁니까?
『都典님이 부산 太極道場을 버리고 서울로 오셨지요』
姜甑山이 大巡眞理會의 뿌리
얘기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든다. 여기서 잠시 대순진리회의 뿌리에 대해 살펴본다.
대순진리회는 姜甑山(이름 一淳, 1871~1909)의 가르침에 뿌리를 박고 있다. 강증산은 전북 고부에서 몰락한 양반의 후예로 태어났다. 어려서는 집안형편이 어려워서 남의 집살이도 했고 나무꾼으로 생활하기도 했다. 그는 21세에 결혼해서 처가에서 훈장을 하기도 했다. 당시 우리 사회가 대단히 혼란스러운 때여서 그는 인간과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종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儒佛仙 三敎의 교리를 통달하고 陰陽 風水 醫術 占卜 道術 등을 연구했다.
마침내 그는 1901년부터 8년 동안 짧고 치열한 布德 生活을 하는데 하늘과 땅의 새 판을 짜는 天地公事를 하게 된다.
강증산은 하늘과 땅 그리고 지하, 이 세 세상인 天地人 三界를 주관하고 있다면서 여러 異蹟을 보였다고 대순진리회는 설명한다. 스님의 수명을 연장시켜 주기도 했고, 이미 죽어 시체가 된 주막집 주인 아들을 살려내기도 했고, 바람, 비, 서리, 눈, 천둥, 번개를 마음대로 오게 하고 멎게 했다는 것이다.
그가 수많은 제자들에게 많은 말씀과 이적으로 가르침을 남기고 1909년 별세하자, 그의 부인(高判禮)과 제자들은 모두 자기가 법통을 이어 받았다며 敎 하나씩을 세웠는데 한때는 100여 파가 넘기도 했다.
이 가운데 1925년 趙鼎山(이름 哲濟 1895~1958)에 의해 세워진 太極道가 바로 大巡진리회의 모체다. 경남 함안 출신인 그는 15세 때 만주로 갔는데 거기서 강증산으로부터 법통을 이어 받으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국내로 돌아와서 1918년 無極道를 세웠다가 1948년 본부를 부산에 세우고 敎名을 太極道로 바꾸었다. 그는 부산 감천동에 3000여 세대 1만 여 명을 모아 신앙촌을 건설했다. 지금도 大巡진리회 道人들은 조정산을 道主라고 부른다.
1958년 조정산이 세상을 떠나자 충북 괴산 출신의 朴漢慶(호 牛堂 1917~1996)이 최고지도자(都典)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조정산의 아들과 분규가 빚어져서, 1969년 박우당은 자기를 따르는 신도들을 이끌고 서울 광진구 중곡동으로 옮겨와 별도의 종단인 大巡眞理會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李有鍾 종무원장이 말하는 移宮은 이때의 일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대순진리회는 敎를 창시한 강증산을 九天上帝로, 道主 조정산을 趙聖玉皇上帝로, 그리고 都典 박우당을 朴聖上帝로(중곡도장파의 경우) 각각 받들고 있다.
大巡진리회라고 하는 이름도 강증산의 행적에서 따왔다고 한다. 여기엔 강증산이 天地人 三界를 개벽해서 蒼生을 건지려고 天下를 大巡(크게 돌아 봄)하다가 이 땅에 내려와서 펼친 眞理를 널리 전파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또 大巡은 無極, 太極, 圓을 뜻한다고 한다.
大巡진리회의 교리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陰陽合德(음양합덕), 神人調和(신인조화), 解寃相生(해원상생), 道通眞境(도통진경)을 宗旨(종지)로 받들고, 誠, 敬, 信으로 修道하고 安心, 安身으로 修行하며, 無自欺(무자기, 자기를 속임이 없음)를 근본으로 人間改造 精神改革을 해서, 布德天下(포덕천하;天下에 布敎함), 救濟蒼生(구제창생), 保國安民, 地上天國을 이룩한다는 것이다.
처녀 따라 入道하고 그날로 치성 올려
다시 탐험으로 돌아간다.
―移宮하는 바람에 서울로 오셨군요.
『부산으로 내려갔던 가족이 다시 고향으로 와서 함께 살다가 1975년에 서울 중곡동으로 이사왔어요』
―그래 이 道가 전 가족이 이사를 다닐 만큼 좋으시던가요?
『아, 그럼요. 좋구 말구요. 어떻게든 도통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지요』
그는 31세 때 21세 처녀 朴姬圭 선감을 만나 입도하게 된다.
『할아버지가 총각 때부터 산에 열심히 기도를 하러 다니셨어요. 할아버지는 평생 기도만 하다 돌아가셨지요. 그 영향인가 나도 입도를 빨리 하게 됐지요』
그를 결정적으로 끌어들인 건 처녀 선감의 이 한 마디 때문이었다.
『내가 「도를 닦아도 조상 제사는 지내는 겁니까」했더니 「그럼 잘 지내야지요」 그래요. 그 소리가 하도 고마워서 얼른 入道했어요』
―그날 바로?
『예, 그날 대전 가서 사과 배 사오고, 집에서 떡해서 밤 1시에 입도치성을 드리셨지요』
―치성을 드리다니요?
『제사 지내는 것과 똑같이 三色實果 고기 올리고 메(밥) 떠놓고 치성 올려요』
―누구한테 치성을 올리는겁니까?
『兩位上帝님께 올리는거지요』
―양위상제라 하면?
『九天上帝님(강증산), 趙聖玉皇上帝님(조정산) 두 분을 말하지요. 「저도 오늘부터 道人이 되겠습니다」하고 폐백인사 드리는 겁니다』
―아니 도통을 하겠다고 논 팔고 집 팔아서 고향을 뜬다고 했을 때, 동네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가요? 젊은 사람이 미쳤다고 안 하던가요?
『하지 왜 안해요』
―그럼 어머님이나 부인, 또는 형제간에 반대는 없었습니까?
『안했지요. 내가 하는 일이라면 다 따랐지요. 또 동네 사람들도 후에 내가 절반 정도 입도시켰으니께 별반 반대도 없었구』
―1975년에 서울로 가산을 정리해가지고 오셔서 뭘 해서 먹고 살았습니까?
『안식구가 중곡동에서 구멍가게를 했지요』
―이곳엔 언제부터 도장을 짓기 시작했습니까?
『1969년부터 도장을 짓기 시작했는데 1970년에 本殿 3층을 준공하고, 1971년에 靈臺(영대)를 준공하고, 1972년에 대순진리회 본부 현판을 걸었지요』
이것이 바로 대순진리회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대순진리회는 여기에 뿌리를 박고 뻗어 나갔으니까.
血緣 地緣 學緣 따라 교세 넓혀
―宣監(선감)이라는 직위 이름이 자주 나오는데 어떤 것입니까?
『포덕해 놓은 戶數(호수)가 1000호 이상 되면 선감이 됩니다』
―종무원장님은 지금도 선감이신가요?
『그럼, 옥천 선감이지요, 선감이 되면 號를 받는데 도전님께서 호를 주실 적에 그 사람 고향, 포덕한 도인이 많은 곳, 처음 포덕을 시작한 곳, 이런 것을 감안해서 地名으로 주시는 거지요. 나는 호를 沃川으로 받았어요. 천안방면 소속이지만』
―선감 위에는 뭡니까?
『그 위엔 없습니다. 10만 호를 가지고 있어도 선감이지요』
―기독교에서는 설교를 하고, 불교에서는 설법을 하는데, 여긴 어떻게 합니까?
『우린 道談이라고 하지요』
―도담을 어디서 어떻게 합니까?
『개개인 집에 찾아다니면서 할 수도 있고, 사랑방에서 할 수도 있고, 회관 같은 데서 할 수도 있고…』
이렇게 이들은 布德(포덕:포교)을 하고 道談(도담:설교)을 하는 방법이 기성 종교와는 사뭇 다르다. 앞에서 李종무원장의 경우, 먼저 부인과 동생 같은 가족에게 포덕하고 다음에 동네사람들을 포덕했다. 포덕된 사람들은 같은 방법으로 血緣, 地緣, 學緣을 따라 신도수를 늘려간다. 이렇게 마치 피라미드 판매망처럼 조직망을 펴가며 포덕을 하는데, 그들은 이런 방법의 포덕을 淵源布德(연원포덕)이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낯모르는 사람을 포덕할 때 일어나는 잡음을 없애가며 소리 소문 없이 신도수를 기하 급수적으로 늘려나갔던 것 같다. 이런 연원포덕의 방법이 중요한 성장요인의 하나였다.
아무리 방법이 좋다 하더라도 신도들은 무엇에 이끌려서 그토록 구름처럼 몰려들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종무원장께서 포덕을 할 때 주로 무슨 말을 하셨습니까?
『나는 주로 민족종교 얘기를 했지요. 예를 들면, 지금 TV에서 한국 사람하고 일본사람하고 권투를 하면 당신은 누가 이기기를 바라는가? 한국 사람이니 한국 사람이 이기기를 바라는게 당연하잖은가? 그럼 죽은 신은 어떠냐? 마찬가지다. 한국 사람 죽은 귀신은 한국 사람 도와주고 싶을 것이고, 일본 사람 죽은 귀신은 일본 사람 도와주고 싶을 것이다. 돌아가신 朴正熙 대통령이 하느님한테 빌 수만 있다면 「대한민국 좀 잘되게 도와주십시오!」 이렇게 하지,「일본 좀 잘되게 해주십시오」는 안 할거다. 그러면 우리나라 신명들이 많은데 다른 나라 신명들한테 나 잘되게 해달라 비는 건 남의 다리 긁는 거지, 내 다리 긁는 건 아니다. 내 다리는 안 시원해! ― 이렇게 하지요』
―아하, 그런 방법을 썼더니 많이 딸려오던가요?
『알아듣는 사람이 많았지요』
또 제사문제도 다른 종교가 「못 지낸다」거나 「지낼 수 있다」고 옹색하게 답변하고 있을 때, 「무슨 소리냐, 잘 지내야지」하고 시원스럽게로 치고 나온 것도, 시골 포덕을 했던 초창기에 상당한 흡인력이 있었을 것이다. 入道해서도 그들이 일상적으로 올리는 치성의식이 제사의식과 비슷해서 아무런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됐을 것이다.
사실 민족종교라는 얘기는 젊은이들한테도 크게 어필했다고 한다. 1980년대 후반 우리 것을 찾는 열풍이 불었을 때는 신도가 1년에 10만 호씩 늘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이러한 열풍은 젊은 대학생들에게까지 불어닥쳐서 일류대학의 어느 학과는 정원의 3분의 1이 떼지어서 入道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토론과 논쟁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몰려들자, 종단 내의 분위기까지 바뀌게 되었다. 일방통행이 더 이상 안 통했던 것이다. 그래서 대학생들한테 포덕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릴 정도였다고 한다.
―선감은 언제 되셨습니까?
『1979년에 됐습니다』
―1966년에 入道해서 1979년에 선감이 됐으면 빨리 된 건가요?
『빠른 편도 아니지. 10년 정도면 선감이 됐으니까』
―그럼 포덕을 잘 하신 겁니까, 다른 장점이 있으신 겁니까?
『잘한 것도 별반 없고, 밑의 사람 잘 둬서 잘 된 거지요. 나는 무능한 사람이오. 시골서 농사짓던 아저씨처럼 보인다구 하는 것이 그게 제일 정확한 얘기요』
선감은 1000戶를 포덕하면 될 수 있는데, 본인이 열심히 포덕을 하지 않더라도 밑에 이미 포덕된 아들代, 손자代, 증손자代의 신도들이 많이 포덕을 하면 금세 선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30代의 젊은 선감은 5년 만에 선감이 됐다고 했는데, 최근들어 빠른 사람은 3년 만에 선감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800만 신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1000호를 포덕했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습니까?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자기 앞의 신도들한테 誠金을 받아서 위에 보고하게 돼 있지요. 그때 우리는 완전히 記名式으로 金아무개 천원, 朴아무개 만원…, 이렇게 세세하게 써서, 小計, 總計 다 내서 올립니다. 그러니께 선감은 언제나 자기 앞의 道人 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거지요』
만약 어떤 신자가 해외 여행 같은 사유로 성금을 못 냈다면, 또 그 가족이 안 냈다면, 그 달치 성금 명단에서는 이름이 빠진다고 했다. 그들은 이 명단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 신도수는 매달 틀리게 나온다고 한다. 대순진리회 종무원 기획부가 밝힌 신도수는 〈표2 〉와 같이 1997년 말 현재 195萬戶가 넘는 것으로 집게 돼 있다. 현재는 종단이 분규에 휩싸여 있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고 있는데, 실제로는 좀 줄었을 것 같다고 한다.
이들이 통칭 신도수를 800만명이라고 하는 것은 戶數에 평균 가족수 4를 곱해서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래도 이 800만명이라는 숫자에 논리적으로 수긍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 인구를 4500만명으로 볼 때, 종교인구의 비율이 50% 정도이므로 2250만명이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995년 정부가 실시한 인구 센서스 결과를 보면, 불교 신자가 1032만명, 개신교 신자가 876만명, 천주교 신자가 295만명이다. 6년 동안 신자가 늘어나지 않았다고 해도 이 세 종교의 신도수만 합쳐도 2203만 명이 된다. 그렇다면 나머지 47만 속에 도대체 800만 명이 비집고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는 이 문제를 어떻게 설명하는가.
『인구 조사하는 사람들이 와서 물으면 우리 도 믿는 사람들은 다 불교 믿는다고 해버리고 말지요. 아무것두 안 믿는다구 하는 사람도 많구』
이 말에도 선뜻 동의하기가 힘들다. 불교의 신자수가 5년 전의 통계보다 226만 명쯤 늘긴 했지만, 이 숫자가 다 대순진리회 도인들이라고 볼 수는 없다. 불교 신자의 증가율(28%)이 개신교(34%)나 천주교(58%)보다 낮으므로 大巡진리회 신도들이 떼지어 『나는 불교를 믿습니다』하고 손을 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도인 800만명 모두가 『나는 아무 것도 안 믿습니다』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그럴 것인가.
1995년의 통계청의 통계가 다 진실이라고 볼 수 없는 구석도 있다. 유교, 원불교, 천도교, 대종교, 기타종교의 신자 합계가 겨우 56만명이라고 돼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무렵의 종교연감(1996-1997년판)을 보면, 원불교가 127만, 천도교가 117만으로 돼 있다.
이에 반해 조사대상자의 입에서 나온 숫자를 더한 통계청의 통계엔 원불교가 8만7000, 천도교가 2만8000으로 돼 있다. 이 숫자도 믿을 만하지 못하다. 군소종교를 믿는 신자들은 여러 가지 위축감으로 정확하게 말하기를 기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 숫자는 축소된 숫자일 개연성이 있다. 127만과 8만 7000, 117만과 2만8000. 진실은 이 과장과 축소 사이 어디쯤엔가 숨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논리 속에 大巡진리회의 신자수도 숨어 있을 것이다. 1995년 통계청의 통계를 보면 大巡진리회는 통계항목으로 잡혀 있지 않았다. 반면 비슷한 시기의 종교연감에는 大巡진리회의 신자수가 833만명으로 나와 있다. 이것으로 보면 상당수의 大巡진리회 신자들이 떳떳하게 신자임을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엄청난 과장과 축소. 진실은 어디쯤에 숨어 있을 것인가.
한달에 성금 70億씩 들어와
사실 이러한 신도수 부풀리기는 다른 종교에도 공통적이다. 1999년 말 불교 단체가 문화관광부에 보고한 걸 보면 불교신자가 3380만명으로 돼 있다. 이것은 우리 나라 전체의 종교 인구 2250만명보다 무려 1130만명이나 많은 숫자다. 그리고 1995년의 인구 통계의 불교 신자 1032만명의 3배가 넘는다.
大巡진리회 종무원의 한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1990년대 초에 이미 100만 戶를 돌파했는데 그때까지 전연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었지요. 왜냐하면 연원포덕을 했기 때문에. 동학도 연원포덕을 했지요. 그바람에 1860년에서부터 1894년 동학혁명이 일어날 때까지 불과 30여 년 사이에 全국민의 절반 정도에까지 동학이 퍼지지 않았습니까.
우리도 그렇습니다. 구천상제님(강증산)이 돌아가신 1909년부터 1922년까지 불과 13년 사이에, 구천상제님을 신앙의 대상으로 모시는 교인이 800만이나 됐어요. 그중에 제일 큰 게 보천교로 신도가 600만이나 됐단 말입니다. 이 사실은 당시의 신문에도 나와 있습니다.
중국의 파룬공도 보세요. 1992년부터 1998년 사이 불과 6년 동안에 1억이 따르게 됐다고 해서 중국이 깜짝 놀란 거 아닙니까. 大巡진리회는 이런 것보다는 아주 느리죠. 1969년부터 지금까지 30여 년 사이에 이렇게 성장한 거니까요. 신흥종교는 다 이런 면이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190만 호도 고개가 갸우뚱해지지 않을 수 없다. 1995년 통계청의 통계를 보면 전국의 가구수가 약 1300만 가구로 나와 있다. 이것으로 보면 전체 가구의 14.6%가 大巡진리회의 도인네 집이라는 계산이 된다. 즉, 일곱 집 가운데 한 집은 大巡진리회 신도네 집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가. 우리가 느끼는 것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
신도수는 이렇게 迷宮에 빠져 있는데도 성금은 숫자만큼 들어온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성금은 한 달에 얼마씩 들어왔습니까?
『분규가 있기 전에는 한 달에 70억씩 들어왔지요. 70억이라고 해도 평균 한 戶에 3천 몇 백원 밖에 안 돼요』
―지금 여기 중곡도장으로는 얼마나 들어옵니까?
『한 달에 12억밖에 안 들어와요』
―성금은 어디에다 쓰지요?
『선감들이 다 걷어서 성금 총액의 4할은 공제해서 방면 유지비로 쓰고 나머지 6할은 본부에 올리고 했어요』
들어오는 성금의 액수를 보면 한 戶에 3000원에서 4000원 정도를 내는 것 같다.
大巡진리회 신도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어디에도 잡혀 있지 않지만, 초기에는 시골 포덕이 많아 신도가 시골에 많았다고 한다. 성별로 볼 때도 여성측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이다. 연령별로는 높은 쪽이. 학력별로는 낮은 쪽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大巡진리회 道人들은 원한 쌓인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아니, 의도적으로 종단이 그렇게 원한 쌓인 낮은 골짜기를 찾아다니며 그들을 끌어 들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작전이 우리가 확인한 것처럼 크게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요즘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포덕돼 들어오는 신도들의 추세가, 시골에서 도시로, 여성에서 남성으로, 높은 연령에서 낮은 연령으로, 低학력에서 高학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종단의 지도자들은 이 점이 좋기도 하고 두렵기도 할 것이다. 앞으로 일방통행은 잘 안 통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에 1372개 세포조직
혹시 方面이 무언가 실마리를 풀어 줄지도 모르겠다.
李종무원장으로부터 방면 공부를 해보자.
『선감이 되면 우리는 號를 받는데 그 호를 따라서 방면이 생겨요. 천안선감 밑에 생겨난 도인들은 천안방면이 되는 거고, 안동선감 밑의 도인들은 안동방면 소속이 되는 겁니다』
―그러면 천안방면 신자들은 천안 부근에 많이 삽니까?
『천안 방면이라고 하지만 실지 천안에 사는 사람들은 단 1%도 안 돼요. 서울 경기지방에 더 많이 살지』
―왜 그렇습니까?
『號만 천안이라고 받았지 포덕은 서울에서 해서 그렇지요』
―그거 참 헷갈리네요.
『金海 金氏는 서울에 있어도 김해 김씨고, 안동에 있어도 김해 김씨고, 천안에 있어도 김해 김씨고…. 용산방면은 미국 뉴욕에 가 있어도 용산 방면이오! 우리 조직은 姓氏처럼 자연발생적인 조직이오. 김해 김씨 始祖 金首路王밑에 무슨 公派, 무슨 公派가 여럿 있는 것처럼 우리도 처음에 方面 하나로 시작한 것이 그 밑에 여러 방면이 생기니까, 위에 있던 큰 方面은 系列로 된 거지요』
여기서 보면 천안에서 이웃집에 사는 신자라도 방면이 다르면 서로 남의 식구가 된다. 그렇게 되면 誠金을 바치는 곳, 회관, 도담을 듣거나 기도를 하는 장소가 서로 다르게 된다.
1997년 7월 현재로 大巡진리회에는 모두 1372개 方面이 있는데, 이 方面들은 크게 4個 系列로 나뉘어 있다. 이 계열은 방면이 불어나서 만들어진 것이다. 天安方面系列에는 옥천, 상계, 전농, 대전, 용곡, 합덕등 231개 방면이 소속돼 있고, 慶山方面系列에는 대구, 영천, 성주,서울, 목포, 군산, 포항등 880개 방면이 소속돼 있고, 釜山方面系列에는 부산, 강릉, 금릉, 성동등 233개 방면이 소속돼있고, 그밖에 聯立系列에는 강남, 영주, 공주등 28개 방면이 소속돼 있다.
이 방면이라고 하는 단위 속에는 최소한 1000호의 신도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 전체 1372방면에는 적어도 137만2000호의 신도가 있어야 한다. 만약 大巡진리회가 밝힌 이 두 가지 숫자, 1372방면과 1000호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실수일 가능성이 큰 숫자를 얻을 수 있다. 즉, 한 戶에 신자가 한명씩만 있다 쳐도 大巡진리회의 신도수는 137만명 이상이 되는 것이다. 이것만이라고 해도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천주교 신자의 거의 절반 가까이 되는 숫자다.
문화관광부에서도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종무국의 담당자는 『大巡진리회의 신도수를 800만으로 보는 것은 무리고, 대체로 180만명에서 200만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볼 때 매우 엉성한 추정이긴 하지만, 大巡진리회의 신도수는 130만명에서 200만명 정도는 된다고 할 수 있다.
마침내 宗務院長이 되다
다시 탐험으로 돌아가자.
―언제 종무원장이 되셨던가요?
『1995년 8월12일이었지요. 여주 도장 밑에 조그만 별장이 있었는데, 위(도전)에서 환후가 계셔서 거기 계셨어요. 임원들이 다 모였는데 위에서 「원장(종무원장) 새로 내야겠다」 그러시면서 (당시 종무원장으로 있던) 慶錫圭(82) 원장 대신에 성주 安永一 선감을 여주본부도장 종무원장으로 시키셨어요. 나를 포천도장 종무원장으로 시키셨고, 강원도 고성에 있는 土城 종무원장으로 全好德선감을 시켰어요.
도전님께선 경우 없는 일은 안하셔요. 우리 道憲(24조)에는「종무원장은 淵源功績(포덕실적)과 敎化實績에 따라 道典이 임명한다」고 돼 있거든요. 그래서 당시 사업(포덕)이 젤 많은 선감이 中央議會 의장으로 있던 安永一 선감이니까 安선감을 여주 본부도장 종무원장으로 시킨 거요.
그런데 2~3일 뒤에 安선감이 「제가 건강 때문에 종무원장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래, 의장이야 누워서도 할 수 있지만 종무원장은 신경써야지. 그럼 옥천선감(李有鍾)이 (본부도장) 종무원장 해요」 그래요』
―그럼 종무원장님이 포덕한 戶數가 그 당시 두 번째였나요?
『그렇지, 한 40만 호됐지요』
당시 大巡진리회의 조직을 보면, 都典(朴牛堂) 밑에 여주, 포천, 토성에 각각 한 명씩 세 명의 종무원장을 두어서 각각 소속된 종무를 보도록 돼 있는데, 본부도장인 여주도장의 종무원장은 전체를 통괄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다가 도전이 타계한 이후 여주의 종무원장이 최고책임자인 도전의 직무까지 代行하게 되면서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것이다.
李종무원장은 그때부터 47개월 간 여주도장에서 밀려날 때까지 그곳에서 본부 종무원장의 직을 수행해 왔다고 한다. 맹장수술을 하느라고 이틀 저녁을 병원에서 잔 것을 제외하곤 4년간 꼬박 도장에서 자가면서 지켰다고 했다.
그런데도 지금 여주도장측에서는 李종무원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慶錫圭(82·도전 박우당의 처남)씨가 大巡진리회 전체를 대표하는 종무원장이라고 주장했다(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1)경석규씨가 종무원장에서 해임된 적이 없는데 이것은 경석규씨가 (2) 사업자 등록에 1984년부터 계속 대표자로 등재돼 있었고 (3) 1983년부터 최근까지 종단의 기관지인 대순회보 발행인으로 있었던 것으로도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곡 도장(이유종측)은, (2)와 (3)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도전이 살아 있을 때 도전 이름을 쓰기 민망해서 이름을 빌려 썼을 뿐, 실질적이고 고유한 종무원장의 권한은 이유종씨가 수행해 왔다고 주장한다. 또 임명장 같은 증거가 없었던 것은 종단의 관행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운명의 1999년 7월16일 새벽 2시
―종무원장이 하는 고유한 일은 무엇입니까?
『도전님께 誠(성금)을 올렸고(명세서를 보고했고), 치성(제사와 비슷한 의식) 드릴 때 구령을 불렀지요』
―구령이라니?
『整列! 取席(취석)! 首(면수:머리를 약간 숙임)! 拜(절함)! 興(일어남)! 이런거죠. 우리는 이런 의식의 구령을 그 단체의 최고 책임자가 해 왔지요』
―그밖에는?
『종단의 종무를 봤지요. 종단의 결재도 했고』
―종무원장이 되셨으면 취임식이 있었겠지요?
『없었어요.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냥 입으로 하는 거지 뭐』
―아니 그럼 누가 뭐 됐다는 발령도 없고, 의식도 없고 그렇단 말입니까?
『우린 지금까지도 그렇습니다. 전에도 도전님께서 종무원장은 아무개가 하고, 총무부장은 아무개가 하라고 말씀으로 정해주셨지 임명장은 안 주셨지요』
운명의 날이 닥쳐왔다. 1999년 7월16일 새벽2시, 반대파들은 李종무원장의 「찬탈행위」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행동을 개시했다. 그 결과 그는 정든 여주도장을 떠나와 초창기의 땀방울이 밴 중곡도장으로 돌아와야 했다.
여주도장측도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면 그럴 만한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여주측이 주장하는 것을 요약하면 (1)종단의 대표자가 이유종씨가 아니고 경석규씨라고 주장하는 것 외에도, (2)이유종 종무원장측이 무당굿과 비슷한 해인굿을 해서 背道行爲를 했기 때문에 참을 수 없었고, (3)영대에 도전의 신위를 올리는 문제에 대해서도 여주측은 반대해서, 도전은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밖에 (4)그때까지 모아져 있던 성금 2400억원(예금통장, 이자까지 포함하면 2700억 이상)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여주측의 일부는 자기들이 찾아 써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해 이기고 있고, 중곡도장측은 돈을 내주면 안 된다고 역시 소송을 제기해 묶어놔 버렸다.
또 (5)감정적인 앙금도 양측에 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전 생존시에 피차에 동급이라고 생각했던 고위직 선감들이, 최고 지도자 도전이 타계한 이후 갑자기 서열이 바뀌게 되자 미처 받아들일 여유가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번득이는 카리스마를 갖고 있던 도전이 각 방면의 수임 선감들을 지휘했는데, 도전 타계 이후 아직 지휘권이 확립되지 않은 李종무원장이 고위지도자들을 지휘하려 하자 여기에 감정적으로 반발했던 증거들이 몇 군데서 엿보인다.
최고책임자 他界할 때마다 紛糾 일어나
사실 이러한 일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1909년 강증산 선생이 타계한 이후에도 가족과 제자들 사이에 분열이 있었고, 1958년 조정산 선생이 타계한 후에도 가족과 제자들 사이에 분파가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인 이번의 분열도 같은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교주 또는 최고 책임자가 타계할 때마다 갈등과 분열을 겪는 일은 신흥 종교들이 흔히 겪는 일로, 아직 후계체제가 확립되지 않은 데서 오는 비극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大巡진리회가 지도자 선출방식을 확실하게 해놓지 않으면 또다시 후계 문제를 놓고 풍파가 오지 말란 법은 없을 것이다.
분열양상도 시간이 지날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1999년 7월만 해도 중곡도장파(신도수 약 40만 호)와 포천도장파(신도수 60만 호)가 한편에 서 있었으나, 2000년 후반에 와서는 포천도장파가 중도파로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여주도장파(신도수 48만 호)도 2000년 후반부터 주류 사이에 갈등이 일기 시작해서 일부는 소외돼 있으며 진짜 종무원장으로 받들어졌던 경석규씨는 지난 6월 말 논란 끝에 물러났다고 한다.(〈표3〉참고바람)
―좌우명은?
『나는 차라리 바보 소리는 듣고 살아도 나쁜 놈 소리는 듣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솔직히 나는 감투욕심 물질욕심 없어요. 나는 부자 돼서 떵떵거리고 싶은 생각은 젊어서도 없었고 지금도 없어요. 天心을 지키고 德을 베풀면 좋은 일이 온다고 믿고 있어요』
『班長은 해봤다』
―감투욕심 없다 하셨는데 무슨 감투 써본 적 있으세요?
『里長은 안 해 봤어도 班長은 한번 해 봤어요. 작은 아버지가 이장을 보셨는데, 잡종금 걷는 거고, 비료대 걷는 거고 다 우리 반이 늘 꼴찌요. 작은 아버지지가 하두 좀 도와달래서 내가 반장을 봤는데, 내가 보고 나선 잡종금이구 뭐구 다 일등을 했어요. 그만큼 동네 사람들이 날 믿고 따랐지요』
―지난 5월 북한에 쌀 240t을 주셨는데, 그거 얼마 안 되잖아요.
『3000가마요!』
―북한을 어떻게 돕게 되셨나요?
『우린 전연 모르는 일이 벌어졌어요. 어떤 분이 나한테 내용증명을 보냈는데, 저쪽(여주도장측)에서 작년 말 러시아 연해주에 2100만 평이나 되는 땅을 임차해서 농장을 개발한 다음 거기서 나오는 곡식을 북한에 보낸다는 내용을 연해주 정부와 계약했다는 거요. 그런데 거기 문제가 있어!』
―문제라니요?
『그게 계약만 해놓고 잘 안 돼서 말썽이 생겼어요』
―그래서 저쪽 대신 사업을 맡으신 겁니까?
『그렇지요. 道政室 회의에서 결정해서 한 겁니다. 이걸 안 지키면 국제간 신의가 떨어지게 생겼잖아요. 또 우선 영농비 8000만원만 있으면 될 것 같아서 시작했지요. 그래서 작년에 그곳에서 농사지은 쌀 180t에다 60t을 따로 사서 북한 함경도 지역 불교단체에 보낸 거지요. 그래서 북한과도 약속을 지킨 거지요. 내가 지난 4월말에 연해주에 가서 이런 일 처리하고 다 둘러보고 왔어요』
―앞으로도 계속 사업을 하시겠군요.
『지금 식량이 부족하잖아요. 장차 그걸 농사지어다가 식량을 좀 댈까 합니다. 여의도 27배라나. 이게 모두 논이오』
―작년 8월 말에 뉴욕에 다녀오셨지요?
『유엔에서 세계종교지도자대회를 해서 大巡진리회 대표로 다녀왔지요. 사람이 왕래를 해야 神明도 왕래한다는 생각에서 갔었던 거지요』
―해외는 많이 다니셨나요?
『그때 첨 갔지요』
『굶어죽어두 아버진 道 닦을 거여』
그는 23세에 고향 근처 마을에 사는 처녀(崔禮子·64)와 중매로 결혼해 2남 1녀를 두었다.
―큰 아드님(연천·42)은 뭐 하세요?
『갸가 겨우 중학교만 졸업했어요. 고등학교 진학을 못 시켰지. 내가 도 닦을라구 중학교 금방 졸업한 놈을 놓구 타협을 했어. 「늙으신 할머니 모시고 어린 동생들 데리고, 네가 밥 벌으면 밥 먹을 테고, 죽 벌면 죽 먹을 테고, 죽 못 먹어서 굶어 죽어두 아버진 도 닦을 거여」 이렇게 설득시켜서 1974년에 마포 신수동에 미싱 바늘 만드는 공장에 취직을 시켰어요. 3년 후에 공장이 지방으로 가서 그걸 그만 두고 구두일을 했는데 허리가 아파 못 해요. 그후에 제빵기술을 배워서 분당 6평짜리 집에서 가게도 하고 공장도 하니 오죽하겠어요? 지금도 그걸 하는데 먹는지 굶는지 모르지』
―아버지 도 닦을 때 어린 아드님은 가족을 먹여 살렸단 말입니까?
『그렇지』
―작은 아드님(규천·37)은?
『1975년 이사올 때 작은 머슴애가 초등학교 6학년인데, 그까짓 거 다니나마나라고 그냥 뒀더니, 전학 안 시켰다고 누가 또 뭐라고 해서, 초등학교만 졸업시키구선 구이동 어디 중학교 과정이라는 데 다니면서 신문배달해서 졸업했어요. 그러니 뚜드려 맞어두 보구 돈두 뺏겨두 보구. 부모가 돼서 어린 것이 신문배달 하고 땀에 함빡 젖어 오기도 하고 돈도 뺏기고 오는 걸 보기도 하면 좀 안 됐지만, 그래, 그게 약어지는 거다, 세상 살라면 돌뎅이 같이 단단해져야 한다 하고 눈 딱 감았지. 갸(그애)는 중학교 졸업하고 금세공하는 데 댕겼는데 큰 아들보다는 작은 게 더 잘 살어요』
―종무원장님의 아드님이 또 아버지처럼 한다면 찬성하시겠어요?
『그래도 제 길 가라고 하지. 도 닦다 굶어 죽으면 그건 성공한 거요』
나는 큰소리로 물었다.
―아니 家長이 됐으면 처자식을 먹여 살리고 잘 키워야지 자신의 道만 성공하면 되겠어요?
그러나 그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도 닦는 데는 不顧家事(불고가사:가사를 돌보지 않음) 하지 않으면 안 돼요』
그는 뒤늦게 「공짜로」 딸(은영·26) 하나를 얻었다고 한다. 늦게 둔 딸은 오빠들이 도와줘서 그래도 대학 물을 먹었단다.
그는 옛말처럼 계속했다.
『우리 안식구두 고생 참 많이 했지. 첨에 가겟방 한다고 하다가 죄 때려 엎구. 그때 옥천방면이 컸을 땐데, 내가 선감이었지만 안식구가 파출부도 댕기구, 식당에 일하러두 댕기구…. 설움도 받구. …나도 처음엔 밥도 굶고. 사흘마다 공부 댕기니 직장에 댕길 수도 없었지』
―개인적으로 볼 때는 좋은 아버지도 아니고, 좋은 남편도 아니고, 좋은 아들도 아니고, 돈도 별로 없고, 그러니 성공한 인생이라고 볼 수가 없네요. 어떠세요?
『제로지 뭐 제로』
―자녀들이 분명히 아버지 원망할 겁니다.
『아녀. 이눔들 대학교라도 갈쳤으면 나한테 원망할지 모르는데, 학교를 쪼금 가르쳐 놓으니께, 고마워하지. 돈 달라 소리두 안 해요. 여기(중곡도장)로 도심 깊게 공부도 댕기구』
대학 병원 양로원에 수백억씩 투자
―여러 사람 덕분에 성공하셨습니다.
『나로서는 상상치도 못한 자리에 온 거요. 宣務(일반 신도 바로 위의 직위) 자리도 못하겠다고 한 사람인데 종무원장이라는 상상도 못한 자리까지 온 거요』
―저쪽(여주도장측) 사람들이 달랄 때 얼른 주시지 그랬어요.
『책임의식 때문에 이러고 있는 것이지, 종무원장 자리가 욕심이 나서 그러는 건 아니지요. 위(도전)에서 책임을 맡겨 주셨는데 이것이 힘들다고 해서 내놓으면 안 되지요. 나는 지금 도전님 대신하는 거요. 내가 내놓으면 도전님이 용서하지 않으실 거요. 불신임 결의를 해서 나를 내보내면, 도전님이 그래도 힘이 모자라서 그런 거지 배신한 건 아니다 하고 용서해주시겠지만』
―우리 보통사람들은 大巡진리회가 몇 억씩 무슨 돕기 성금을 낼 때 깜짝깜짝 놀래요.
『우리는 종교의 본질은 구제에 있다고 보고 都典님 재세시부터 구제사업을 열심히 했지요. 그래서 도전님께서, 가뭄극복이나 이웃돕기 성금을 낼 때 「우리도 戶當 한 200원씩만 내자」고 하셔서 그 말씀을 따르게 된 거지요. 그러면 여러 방면에서 그렇게 돈을 모아 내게 되는 데 워낙 호수가 많으니께 그렇게 많아 보이는 거지요. 또 형편 나은 사람은 좀더 내기도 하구』
21층 병원, 양로원·고아원 사업에 143억원 투자, 대학교 1개·고교 6개 운영
大巡진리회는 구호자선사업, 사회복지사업, 교육사업을 3大 사업으로 내세우고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구호자선사업의 일환으로 大巡진리회는 종합병원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분당제생병원(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1998년 8월 개원)은 현대식 시설을 갖춘 450병상 규모의 대형 병원이다. 놀라운 건 현재 완공 단계에 있는 △동두천 제생병원(경기도 동두천시 지행동, 1995년 1월 기공)의 규모다. 연건평이 3만평도 넘는다. 지하 4층에 지상 21층의 건물 안에 단일 건물로는 국내 최대인 1480 병상이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또 강원도 고성에 500 병상 규모의 △고성제생병원이 세워지고 있다. 이밖에도 그들은 불우이웃돕기 신체장애자돕기 이재민돕기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복지사업으로 미아보호운동 노인잔치 경로사상선양운동 같은 것을 해오다가 지난 5월22일 143억원에 사회복지법인을 인수해서 본격적인 사업(양로원 고아원)을 벌일 채비를 하고 있다.
▲교육사업으로, 大巡진리회는 1984년 학교법인 대진학원을 설립한 뒤 △대진대학교(경기도 포천군 포천읍 선단리, 1992년 4월 개교), △대진고등학교(서울 노원구 하계동, 1984년 12월 개교), △대진여자고등학교(서울 노원구 중계3동, 1988년 11월 설립), △분당대진고등학교(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 1994년 3월 개교), △대진전자공예고등학교(서울 강남구 수서동, 1995년 3월 개교), △일산 대진고등학교(경기도 고양시 대화동, 1995년 3월 개교), △부산 대진전자정보고등학교(부산 금정구 장전1동, 1996년 3월 개교)등 대학교 1개교와 고등학교 6개교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대진대학교는 60만 평의 캠퍼스에 번듯번듯한 36개 棟의 건물이 들어서 있어, 일시에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난 大巡진리회의 당당한 위세를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기도 하지만, 실속에 있어서도 명문대학으로 자라고 있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마다 대학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있다고 한다.
6개 고등학교도 각각 그 지역에서 냉난방 같은 시설이 좋기로 이름이 나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大巡진리회가 운영한다고 해서 학부모들이 꺼림칙해 했지만 막상 입시와 취업에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되니까 다들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잘 자리잡아가고 있는 학교들이 설립자인 종단이 흔들리면서 타격을 받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이들은 언제 이런 일을 했을까.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어디서 이 많은 돈이 나왔을까.
그냥 지나갈 수가 없다.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役事를 하셨습니까?
『다 성금 받아서 했지요. 도전님 살아계셨을 땐 본부에 성금이 100억 정도 들어오는 때도 있었어요. 한참 좋을 때는 천안방면에만 50억 넘게 성금이 들어왔어요. 또 대진대학을 지을 때(1992년)까지는 특성(특별성금)이 있었구요』
―특성은 대개 얼마씩 냈습니까?
『10만원 20만원에서 1000만원 2000만원까지…』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 엄청난 일을 어떻게….
『왜 못해요! 공사비가 사회에서 하는 것보다 3분의 1에서 어떤 것은 5분의1밖에 안 든 것도 있는데. 우리 道人 가운데는 온갖 기술자가 다 있어요. 그 큰 대진대학도 천안방면 신도들이 거의 다 지었는데요. 여주도장도 그렇구 포천도장도 구렇구 거의 다 신도들의 손으로 지었어요. 우리는 재료비만 있으면 우리 손으로 집 질 수 있어요』
종무원 임원들의 말로는 보통 도장 하나를 짓는데 수백억원씩 들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그만한 일은 별 것 아니었던 걸로 보인다. 오히려 더 큰 일도 거뜬히 해냈을 것 같다. 일반성금 외에 특별성금이 있었다면 한달에 100억원 이상,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왔을 테니까.
鄭周永도 놀란 집짓기 秘法
이제 집 짓는 얘기를 들어 보자. 大巡진리회의 「개미 役事」는 유명한 얘기다.
『이 중곡동 도장보다 열 배가 커두 넉 달이면 감쪽같이 다 지을 수 있어요. 여주도장에서 다섯 棟 건물을 짓는데, 집을 다 지어놓고, 밖에 있는 단청 기술자들을 불러놓고 도전님이 물어 보셨어요. 「다 할라면 얼마나 걸리겠느냐?」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3년 안에는 못 끝냅니다」 그러니께 「씰데없는 소리 하구 있어! 내 한 달이면 한다!」이러셔. 생전 단청도 안 해 본 선감, 교감만 있는데, 어떻게 할 거냐?』
그는 잠시 나를 쳐다보다가 계속했다.
『위(도전)에서 색깔을 다 타주셨어. 노인네들은 단청에 뽄 뜨라구 하구. 붓을 몇 만 자루를 샀어. 신도들을 조별로 나눠서 다 어디어디로 가라고 맡겼어. 그래가지고 일사천리로 한달 만에 다섯 棟을 다 끝냈어! 처음 땅 파서부터 단청 끝날 때까지 넉달 안에 다 끝냈다구요. 포천도장(9개 棟 연건평 5098坪)도 넉달에 다 끝냈어! 鄭周永씨가 대통령 입후보했을 때 포천에 와서 보구 「이걸 다 짓는 데 얼마나 걸렸느냐」고 하기에 「넉달 안에 다 지었다」고 하니까 「내가 건축하는 사람인데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했어요』
―단청은 그렇다 치고 다른 공사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합니까?
『사람이 많으니께, 다 달라붙어서 여러 棟에서 한꺼번에 동시에 슬라브를 쳐요. 다른 데 보면 아무리 빨라도 1주일, 열흘 걸려야 한 층씩 올라가는데, 그 사람들 보면 밑에 받쳤던 기둥을 뜯어 가지고 올라가거든. 그런데 우리는 그 기둥 그냥 두고 이삼일 만에 한 층씩 슬라브를 쳐버려! 어떤 땐 하루에 한 층씩 올라가기도 했어요』
―아이구, 그거 안 무너집니까?
『지하실서부터 끝까지 다 기둥이 받쳐져 있는데 왜 무너져요! 4층집을 짓는데, 한 층 올리는 데 사흘씩 걸린다고 해두 12일이면 다 올라가잖어. 그래놓고 충분히 양생이 되게 내버려 둔 다음 위에서부터 뜯어내리면 되잖어. 벽을 쌓는것도 사람들이 많으니께 뺑 둘러서서, 1층서두 쌓구 2층서두 쌓구 하니께 며칠이면 다 쌓아버려요. 그러구 내버려둬. 실컷 양생되게. 우리는 양생기간을 밖에서 보다 훨썩(훨씬) 더 오래 둔다구. 그러니께 완벽하지!』
여기서 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내가 아는 처녀 하나가 大巡진리회에 잡혀가서 못 나와 가지고 부모들이 찾으러 다니는 걸 봤어요. 또 TV 고발 프로그램에서도 그런 걸 봤구요.
『다 그런 건 아니고, 어떤 방면에서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 방면의 首任선감에 따라서 그런 민원이 일어나는 겁니다. 우리 천안 방면에선 물질강요다, 뭐 그런 건 하나도 없어요』
―본부에서 못하게 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렇게 해도 안 듣는 거 아닙니까?』
―신도수를 늘려라, 성금을 더 많이 걷어라 하고 경쟁을 시키는 것 아닙니까?
『위에서 시키는 건 없는데 경쟁의식을 갖게 된 선감이 무리를 하다 보니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봐야지요. 인신구속이다, 금품강요다, 이런 문제가 늘 같은 방면에서만 일어나요. 우리도 걱정하고 있어요』
최고 지도자들이 「말씀」을 어기고 있다
두 번째로, 우리는 중곡도장 안의 종무원장 숙소에서 만났다. 숙직실 비슷한 곳이었다. 5∼6평은 됨직한 커다란 장판방 둘이 미닫이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었는데, 그 위쪽 방에서 종무원장이 평소에 기거한다고 한다. 그는, 집에는 특별한 날이나 옷을 갈아입으러 들른다고 한다. 그러니 거기가 그의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방 안에는 옷가게에 있는 것 같은, 쇠파이프로 만든 옷걸이, TV, 앉은뱅이 책상이 별로 신경 쓰이지 않고 놓여 있었다. 전화는 방바닥에 그냥 놓여 있었다. 출입문으로 쓰는 미닫이엔 손잡이 부분의 문종이가 뚫려 있어서 덧붙여져 있었다. 다른 방에는 여러 채의 요와 이불이 널찍하게 쌓여 있었다.
그는 지난밤도 여기서 시골서 올라온 선감과 함께 잤다고 했다. 그의 표정은 지난번보다는 훨씬 밝아 보였다. 그러나 찬물을 한번 끼얹어 보기로 했다.
―종무원장실에 붙어 있는 訓誨(훈회,강증산 지음)를 보면 ①마음을 속이지 말라, ②言德(언덕)을 잘 가져라(남에게 말을 선하게 하라), ③척을 짓지 말라(남과 원한을 갖지 말라), ④은혜를 저버리지 말라, ⑤남을 잘 되게 하라, 이렇게 돼 있군요. 그런데 이 道의 최고지도자들께서 하시는 모습을 보면 여러분의 九天上帝님 말씀과는 딴판으로 가고 있어요. 이런데 누가 이 道를 믿겠다고 하겠습니까?
『道人이 변질되면 이 사회 사람보다도 훨씬 더 악해져요』
―이 道의 대표자를 뽑는 제도가 합리적이 아니어서 이런 분란이 온 측면은 없습니까? 종무원장님 살아계실 때 모든 사람이 순종할 수 있는 제도와 방밥을 만들어 놓으면 어떨까요?
『우리는 三位上帝(강증산·조정산·박우당)께서 남겨놓으신 遺志遺法(유지유법)을 지켜야지, 그 뜻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 道라고 볼 수가 없어요』
예수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더라면…
大巡진리회의 의식은 유교의 제사의식을 원용한 듯하다. 제물을 陳設(진설)하고, 분향을 하고, 拜禮(배례)를 하는 순서와 방식이 제사의식과 흡사하다. 大巡진리회는 정기적인 주요행사일에 上帝와 천지신명에게 치성을 올린다.
―의식이 제사지내는 것 같습니다.
『九天上帝님이 우리나라에 오셨으니까 우리 제사의식으로 하신 거지요. 예수님도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셨더라면 그쪽 의식이 우리나라 의식이 됐을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이 道를 천하에 전파하면 우리 풍속이 천하에 퍼지는 거지요』
―大巡진리회가 세에 비해서 일반에게 너무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도전님께서도 그렇게 내놓는 걸 바라시지 않았어요. TV에 한 번도 안 나오셨잖아요』
―布德天下하고 匡濟蒼生(광제창생, 널리 창생을 구함)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공개적이고, 전진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보는데요. 지금은 너무 폐쇄적인 것 같아요.
『우리도 포덕천하로 나갈 거요. 지금 중국 청도에도 포덕이 나가 있어요』
―하여튼 大巡진리회가 민족종교가 되려면 개명좀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질문에 심사가 좀 틀어진 것 같았다.
『뭘 개명을 햐. 말하는 거 보니께 道人되기는 틀렸구먼! 나는 「신앙」 하는 거지 「신학」을 하는 건 아니오. 도인들도 덮어놓고 들어와 열심히 닦는 사람이 질래(끝까지) 하지, 깐작깐작 따지는 사람은 떨어져 나가고 말어』
그래도 나는 깐작깐작 해봤다.
―주문을 보면 「소원성취케 하옵소서」 하는 말이 나오는데 일반 신도들은 자기 복 빌러 다니는 거 아닐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병 때문에 죽겠는 사람은 「병좀 낫게 해 주십시오」 하는 心告(마음 속으로 고함)를 드릴 것이고, 빚에 쪼들리는 사람은 「돈좀 벌게 해달라」는 생각을 빌 것이지요. 그러나 나는 나하나 잘되게 해달라고 빌어 본 적은 없어요』
둘쨋날 인터뷰를 마치고 그가 사는 종무원장 사택으로 갔다. 사택은 중곡도장에서 좁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뒤쪽에 있었다. 대지 47평에 건평 19평. 2층집이었다. 아래층엔 작은 아들네가 산다고 했다.
李종무원장네 집에선 어머니를 모시고 내외가 사는데, 어머니는 작은 아들네 집에 출타했다고 했다. 그 집은 종단 명의로 등기돼 있다고 했다. 그의 명의로 된 집은 여주에 있는 37평짜리 아파트인데, 그것이 그의 유일한 재산이라고 했다. 여주도장에 있을 때 식구들이 거기서 살았지만 중곡도장으로 옮겨온 이후엔 비어 있다고 했다.
사택 화장실에 들어가서 무심코 보니 양변기 옆쪽 구석에 비취색 사기요강이 놓여 있었다. 어머님이 쓰시는 것일까. 하여튼 종무원장댁 식구들의 의식 좌표, 또 大巡진리회의 의식 좌표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부인(崔禮子)과 작은 며느리, 딸이 정성껏 차린 평범한 점심상이 나왔다. 우리는 거실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나는 점심을 먹으면서 뭔가 자꾸 이상해서 두리번두리번 했다.
이 집에선 값나가는 가구도, 그림이나 글씨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런 집에 사는 사람이 대진대학과 고등학교, 여주도장, 병원을 짓는데, 양로원 고아원을 사는데,또 장학금으로 수 백억원을 척 내놓는 바로 저 사람이란 말인가. 그의 돈도 아니고, 사실 그 혼자 생각으로 내놓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의 의사가 절대적일 것이고, 그의 손을 통해서 나가는 것 아닌가.
『양로원 고아원 사업에 전념하겠다』
세 번째로 우리는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 왕대리에 있는 골든 밸리(Golden Valley)에서 만났다. 大巡진리회(李종무원장측)는 지난 5월12일 사회복지법인 여광복지회가 공사중에 있던 골든 밸리(양로원, 고아원)를 143억원에 인수했다. 여광복지회는 완공단계에서 자금이 여의치 않아 복지재단을 인계했다고 한다.
노란색 양로원 건물은 3만3000평의 숲속에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앞으로는 北星山이 바라다 보였고 뒤로는 남한강 줄기가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李종무원장은 옥상으로 나를 안내하곤, 앞산을 가리키며 風水論을 폈다.
『저 산이 北星山이오. 저 산이 祖山인데, 저 龍(산의흐름)이 한 바퀴 빙 돌아서 다시 祖山을 바라보고 이 건물이 앉았거든. 그래 여기가 回龍顧祖穴(회룡고조혈)의 명당이라는 거요』
―그럼 이런 명당 자리에서 전에 하던 분들은 왜 실패하고 나갔을까요?
『기가 약하면 못 견디고 나가게 돼 있어요』
양로원 구석구석을 보여 주면서 그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당구장, 노래방, 목욕탕, 입원실, 회의실, 식당…. 모든 시설이 아주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내가 이제껏 본 大巡진리회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나 막판에 돈이 몰렸던 듯 몇 군데가 부실하게 시공돼 있어서 그런 곳을 뜯어내고 다시 공사를 하고 있었다.
양로원엔 2인실 80실, 1인실 70실, 모두 150실의 방이 있었는데, 모두 호텔 수준이었다.
― 어떻게 사시게 됐어요?
『도전님 在世時에도 양로원 말씀을 여러 번 하셔서, 도전님 化天하시고 나서 양로원에 머리를 많이 썼어요. 그래서 그걸 추진하다가 쫓겨났지요. 그런데 지난 5월에 복지법인 팔려고 내논 게 있다는 걸 뒤늦게 알고 인수했어요. 도전님께서 하시려고 하던 걸 우리가 하게 됐으니께 요즘 거기다 낙을 붙이고 살고 있지요
이 골든 밸리는 유료로 운영되는 거지만 앞으로 우리는 무료양로원을 한번 잘해보고 싶어요. 도전님 在世時에 여주 교외하고 강원도 원주 富論에 땅을 사놓은 게 있는데, 두 군데 합하면 한 20만 평 돼요. 여기에 대대적으로 무료 고아원과 양로원을 지어서 운영할라고 합니다. 지금 초기에 입도한 선사 선무들이 다 70∼80이 됐는데 다들 외로워요. 이런 분들도 모셔다가 편히 살게 해드려야지. 고아원도 그래요. 우리 한국 자손을 어디다가 보냅니까? 유아 수출 왕국이란 말을 들을 제, 한없이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고아원도 잘 해봐야겠다 생각하는 거요』
『萬國의 朝貢을 받는 上等國이 된다』
그는 여주도장에서 나와서도 종단의 이름으로 진행되던 여러 공사의 공사비를 다 줬다고 했다.
『내가 쫓겨 나왔지만 여주도장에 대순회관과 창고 짓는 공사비(44억원), 대진대학교와 3개 고등학교 공사비(33억원), 동두천 제생병원(89억원), 분당 제생병원 공사비(60억원), 또 장학금(20억원), 이런 거 여기서 247억원이나 다 줬어요』
―아니 뺏긴 도장의 공사비는 왜 줬습니까?
『공사를 하다 말구 여길 왔는데, 계약이 내 이름으로 돼있어서 줘야 하기도 했지만 그게 다 大巡진리회 재산인데, 언젠가는 한 살림 될 텐데 해서 줬지요』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떤 나라가 되나요?
『상등국이 되지요. 한날(어느 날) 구천상제님이 「부우」하고 뱃고동 소리를 하셔서 「그게 무슨 소리오니까」 하니 「서양에 건너가 있는 文明神을 화물선에 실어서 건너오게 함이니라」 하셨어요』
―그때 그랬으면 지금 벌써 그 文明神이 와 있어야 할 텐데요.
『한꺼번에 몽땅 다 오는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오고 있겠지. 옛날 비결에도 우리 나라가 만국의 조공을 받는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일등국이 돼 가지고 하느님 궁궐이 대한민국에 설 적에 仙境이 열리지』
―後天 세상에도 부부가 있고 가족이 있고 직장이 있습니까?
『後天 세상은 조화로 사는 세상이지요. 근심 걱정이 없어요. 生老病死가 다 해결된 세상인데. 부부도 있지 그럼』
―영생하면 죽지 않으니 자식은 계속 생길 테고, 生老病死 걱정은 없겠지만 자식이 너무 많아 걱정이겠네요.
『그러니 후천에 가면 맘대로 못하는 게 자식밖에 없다고 그래요』
―도 닦으면서 제일 어려웠던 것은?
『천안 방면 사업할 때 고통스러운 때가 있었지요. 장안회관(낙화예식장) 질 적에도 참 어려웠지요. 다 여자 임원들이니 일은 내가 나서서 해야 하는데, 건축업계에 남 속이는 사람들은 많구, 위에서는 잘 못한다구 막 걱정은 하시지, 제대루 되진 않지…. 그때 내가 생병이 났어요. 하도 답답해서 한밤중에 도전님 계신 내정에 가서 배례를 하고, 무릎을 꿇고, 「잘 모르겠으니 바로 가르쳐 주십시오」 히고 心告를 드렸어요. 그때 도전님께서 내다 보신 거 같어. 그 이튿날 아침 도전님께서 아무 말씀도 않으시고 나를 보고 웃으시더라구. 공사 맡은 사람이 도전님께 엉뚱한 소리를 사뢰면 내 말은 듣지도 않구 또 뭐라고 하시고…. 그 때 참 답답한 일 많았어요』
―아니 도전님이 도통하셔서 그런 거 다 알고 계실 텐데.
『일부러도 속아 주시기도 하고…』
―이 순간에 가장 소망하는 건 무엇입니까?
『빨리 안정되기를 바라는 거지요』
―大巡진리회가 다시 하나가 될 수는 없습니까?
『그거야 萬修道人이 죄 바라는 거지요』
그는 재판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결국은 대표자 지위 확인이 떨어져야 돼』
―만약에 지면 어떻게 하실래요.
『그럴 리는 없는 거지만, 도장도 회관도 다 뺏겨두 천막을 치고라도 내 단독으로 해야지. 내가 울면서 산골짜기 가서 태을주를 읽더라도 내 정신 지켜야지. 그것이 수도자의 정신이오』
―그래도 신도들이 따를까요?
『있지. 따르는 사람이 있지!』
그는 그에 앞선 세 사람의 지도자처럼 농민이었다. 그래서 번득이는 지식과 날카로운 이론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보다 더 귀한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정신은 그의 몸과 함께 붙어 다니는 것 같았다.
附記: 나는 이 칼럼과는 따로 분규문제만을 별도의 기사로 다루려고 계획하고 다른 당사자들과도 만나려고 여러 차례 노력했다. 나의 이런 뜻이 전달된 것을 확인했으나 당사자들은 인터뷰를 피하는 것 같았다. 이 글을 공정하게 쓰려고 최대한 노력하였으나 혹 미진한 점이 있다면 충분히 듣고 바로잡고 싶다는 점을 여기 밝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