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의 변신
『돈이 있나, 감투가 있나. 그런데 무슨 수로 사람들을 관리하나』(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
한나라당 李會昌(이회창) 총재에게 「인간관리」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 3金들이야 정치자금을 나눠주고, 자리를 만들어주면서 많은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였지만 확실한 지지기반이 없는 李총재는 남에게 줄 수 있는 「당근」이 딱히 없다. 그렇다고 가능성을 바탕으로 허튼 약속을 해주는 성격도 아니어서 뭔가 바라고 곁에 왔던 사람들은 곧 그를 떠나버린다. 최근 모 인사를 영입하면서도 확실한 약속을 하지 않는 바람에 일이 어긋났던 것처럼, 지키지 못할 약속은 절대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런 李총재가 사람들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자신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논리적으로 접근해서 이해시켜왔으나 최근에는 「감성형」으로 변신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李총재의 한 측근은 李총재의 변신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李총재가 정치권에 들어온 지 겨우 5년째다. 15代 총선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하던 시절에는 대법관의 이미지가 강했다. 원칙대로 하면 사람들이 따를 것으로 생각했다. 이후 大選(대선)에서 패배한 뒤 자신의 노선에 대해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 작년 서울 송파 再선거 때였다. 직접 후보로 출마해 밑바닥을 겪으면서 李총재는 大選 후보로서 전국을 누빌 때와는 다른 정서를 느끼게 된 것이다. 李총재는 再선거를 치르면서 「아 이게 진짜 정치구나」란 것을 알게 됐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이후 공천파동과 16代 총선을 겪으면서 사람들을 이제는 좀 허심탄회하게 만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느낀 것 같다』
李총재를 최근에 만난 한 의원은 『평소에는 그 사람 앞에만 가면 나도 모르게 기가 죽었는데, 최근에는 상당히 부드러워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늘 찾던 사람들만 주변에 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이번 기회에 잠재울 생각이다. 한 측근은 『앞으로 李총재가 어떤 식으로 사람을 쓰는지를 지켜보면 李會昌식 인간관리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미지수
그동안 李총재의 「자기 사람 만들기」 방식은 「靜中動」(정중동)이었다. 드러내놓고 일을 도모하기보다는 은밀하고 깊숙하게 사람들을 만나왔고, 이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李총재의 인맥은 그의 人生역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경기고-서울大 법대 동문들과 법조계 선후배, 중앙선관위원장과 감사원장, 총리시절에 인연을 맺었던 사람이 다수다. 간접 접촉보다는 직접적인 대면이 잦았다.
그러던 李총재가 언젠가부터 「전화정치」를 시작했다. 현안과는 상관없이 초-재선 가리지 않고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늘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은연중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수행비서의 주된 역할도 전화연결이었고, 심지어 출입기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었다.
허리 굽히기를 싫어한다는 말을 듣던 李총재는 최근에는 三顧草廬(삼고초려)도 아끼지 않았다. 16代 총선 공천을 앞두고 법조계에 있는 S씨를 영입하기 위해 그의 집을 여러 차례 찾아가 설득작업을 편 것이 대표적인 사례. 그 자리에서도 물론 『당신을 어떻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지는 않았지만 『나를 믿고 와라, 반드시 한 말에는 책임을 진다』는 식으로 설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李총재의 변신 노력에 대해 아직은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16代 총선 공천에서 떨어진 한 의원은 『兎死狗烹(토사구팽)을 밥먹듯이 하는데 누가 그를 믿고 온 몸을 던지겠느냐』며 『바뀐다고 해봤자 그게 그거』라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그는 신랄한 어조로 『평생을 떠받들 듯 살아온 사람이라 자신을 던지며 사람들을 이끌어가려는 자세가 전혀 없다』며 『주는 것 없이 받기만 하려는 데서 李총재의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가깝게 있다가 아무런 미련 없이 떠나버린 그의 모습에서 李총재가 「사람장사」는 잘못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李총재를 가까이서 돕고 있는 다른 한 의원도 이런 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李총재는 모든 것을 스스로 챙기고,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완전한 신뢰를 준 적이 없기 때문에 李총재의 곁에 있는 사람들도 언젠가 烹당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늘 갖고 산다』며 『인간적인 모습으로 가슴을 열고 李총재가 다가설 때 상대방도 主君(주군)으로 모실 마음이 생기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런 결과는 지난 공천파동 때 여실히 드러났다. 당내 중진을 비롯해 평소 李총재 측근으로 불리던 사람 누구 하나 前面에 나서지 않았다. 과거 3金 같았으면 자신이 희생양이 되더라도 모든 것을 뒤집어쓸 각오를 하는 심복이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家臣정치 탈피의 계기가 될지도…
그러나 李총재의 측근으로 꼽히는 李元昌(이원창) 특보는 『3金的 시각의 패거리정치, 보스정치 차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엉뚱한 비판들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李총재는 3金처럼 자리를 약속하고, 돈을 줘가면서 사람들을 모으지 않는다』고 말했다. 李총재가 빚을 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봐주지 않는 것이 새로운 정치의 실험이란 것이다.
특히 李특보는 『필요한 사람은 언제든지 중용하지만 신세를 지는 고마운 사람이라고 해서 중용하는 일은 없다』며 『李총재 주변에서는 자신의 역할을 가지고 있으면서 李총재를 도울 수 있는 사람들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李총재의 다른 한 측근은 『家臣(가신)정치적 시각에서 李총재를 바라보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과거 같으면 보스 밑에서 심부름이나 하던 家臣들이 빛을 보고, 한 자리씩 차지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지만, 李會昌 시대가 열린다면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살아남으려면 필요한 존재가 되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설명.●
한나라당 李會昌(이회창) 총재에게 「인간관리」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 3金들이야 정치자금을 나눠주고, 자리를 만들어주면서 많은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였지만 확실한 지지기반이 없는 李총재는 남에게 줄 수 있는 「당근」이 딱히 없다. 그렇다고 가능성을 바탕으로 허튼 약속을 해주는 성격도 아니어서 뭔가 바라고 곁에 왔던 사람들은 곧 그를 떠나버린다. 최근 모 인사를 영입하면서도 확실한 약속을 하지 않는 바람에 일이 어긋났던 것처럼, 지키지 못할 약속은 절대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런 李총재가 사람들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자신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논리적으로 접근해서 이해시켜왔으나 최근에는 「감성형」으로 변신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李총재의 한 측근은 李총재의 변신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李총재가 정치권에 들어온 지 겨우 5년째다. 15代 총선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하던 시절에는 대법관의 이미지가 강했다. 원칙대로 하면 사람들이 따를 것으로 생각했다. 이후 大選(대선)에서 패배한 뒤 자신의 노선에 대해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 작년 서울 송파 再선거 때였다. 직접 후보로 출마해 밑바닥을 겪으면서 李총재는 大選 후보로서 전국을 누빌 때와는 다른 정서를 느끼게 된 것이다. 李총재는 再선거를 치르면서 「아 이게 진짜 정치구나」란 것을 알게 됐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이후 공천파동과 16代 총선을 겪으면서 사람들을 이제는 좀 허심탄회하게 만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느낀 것 같다』
李총재를 최근에 만난 한 의원은 『평소에는 그 사람 앞에만 가면 나도 모르게 기가 죽었는데, 최근에는 상당히 부드러워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늘 찾던 사람들만 주변에 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이번 기회에 잠재울 생각이다. 한 측근은 『앞으로 李총재가 어떤 식으로 사람을 쓰는지를 지켜보면 李會昌식 인간관리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미지수
그동안 李총재의 「자기 사람 만들기」 방식은 「靜中動」(정중동)이었다. 드러내놓고 일을 도모하기보다는 은밀하고 깊숙하게 사람들을 만나왔고, 이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李총재의 인맥은 그의 人生역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경기고-서울大 법대 동문들과 법조계 선후배, 중앙선관위원장과 감사원장, 총리시절에 인연을 맺었던 사람이 다수다. 간접 접촉보다는 직접적인 대면이 잦았다.
그러던 李총재가 언젠가부터 「전화정치」를 시작했다. 현안과는 상관없이 초-재선 가리지 않고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늘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은연중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수행비서의 주된 역할도 전화연결이었고, 심지어 출입기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었다.
허리 굽히기를 싫어한다는 말을 듣던 李총재는 최근에는 三顧草廬(삼고초려)도 아끼지 않았다. 16代 총선 공천을 앞두고 법조계에 있는 S씨를 영입하기 위해 그의 집을 여러 차례 찾아가 설득작업을 편 것이 대표적인 사례. 그 자리에서도 물론 『당신을 어떻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지는 않았지만 『나를 믿고 와라, 반드시 한 말에는 책임을 진다』는 식으로 설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李총재의 변신 노력에 대해 아직은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16代 총선 공천에서 떨어진 한 의원은 『兎死狗烹(토사구팽)을 밥먹듯이 하는데 누가 그를 믿고 온 몸을 던지겠느냐』며 『바뀐다고 해봤자 그게 그거』라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그는 신랄한 어조로 『평생을 떠받들 듯 살아온 사람이라 자신을 던지며 사람들을 이끌어가려는 자세가 전혀 없다』며 『주는 것 없이 받기만 하려는 데서 李총재의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가깝게 있다가 아무런 미련 없이 떠나버린 그의 모습에서 李총재가 「사람장사」는 잘못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李총재를 가까이서 돕고 있는 다른 한 의원도 이런 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李총재는 모든 것을 스스로 챙기고,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완전한 신뢰를 준 적이 없기 때문에 李총재의 곁에 있는 사람들도 언젠가 烹당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늘 갖고 산다』며 『인간적인 모습으로 가슴을 열고 李총재가 다가설 때 상대방도 主君(주군)으로 모실 마음이 생기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런 결과는 지난 공천파동 때 여실히 드러났다. 당내 중진을 비롯해 평소 李총재 측근으로 불리던 사람 누구 하나 前面에 나서지 않았다. 과거 3金 같았으면 자신이 희생양이 되더라도 모든 것을 뒤집어쓸 각오를 하는 심복이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家臣정치 탈피의 계기가 될지도…
그러나 李총재의 측근으로 꼽히는 李元昌(이원창) 특보는 『3金的 시각의 패거리정치, 보스정치 차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엉뚱한 비판들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李총재는 3金처럼 자리를 약속하고, 돈을 줘가면서 사람들을 모으지 않는다』고 말했다. 李총재가 빚을 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봐주지 않는 것이 새로운 정치의 실험이란 것이다.
특히 李특보는 『필요한 사람은 언제든지 중용하지만 신세를 지는 고마운 사람이라고 해서 중용하는 일은 없다』며 『李총재 주변에서는 자신의 역할을 가지고 있으면서 李총재를 도울 수 있는 사람들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李총재의 다른 한 측근은 『家臣(가신)정치적 시각에서 李총재를 바라보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과거 같으면 보스 밑에서 심부름이나 하던 家臣들이 빛을 보고, 한 자리씩 차지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지만, 李會昌 시대가 열린다면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살아남으려면 필요한 존재가 되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설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