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태양인 최동원과 선동열은 영호남의 라이벌을 넘어 한국프로야구의 최고 스타였다.

연세대-영남-롯데의 최동원과 고려대-호남-해태의 선동열은 맞수가 될 수밖에 없는 역학관계 속에서 최고의 흥행카드로 야구사의 한 장을 장식했다.

최동원에게 붙은 수식어는 화려했다. '초(超)고교급', '국보급'이라는 찬사에서 시작해 '황금의 팔', '철완(鐵腕) 혹은 무쇠팔', '삼진 제조기', '슈퍼스타', '완벽에 가까운 투수', '마운드의 승부사' 등 부족함이 없었다.

선동열이 세운 기록은 열거하기 어렵다. 1985년 해태(현 KIA) 타이거즈에 입단한 뒤 1995년까지 통산 367경기에서 146승 40패 132세이브, 평균자책점 1.20, 탈삼진 1698개를 기록했다.

11시즌 중 5차례(1986·1987·1992·1993·1995)나 0점대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7년 연속(1985~1991)을 포함해 8번이나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가져갔다. 특히 1993년 기록한 0.78은 역대 한 시즌 최저 기록으로 남아 있다.

공식 기록만 아래와 같다. (몇몇은 깨졌는지도...)

△통산 최다승(146승) △통산 최다 완봉승(29승) △통산 최다 탈삼진(1,698개) △단일시즌 역대 최고방어율(0.78) △단일시즌 최다완봉승(8승/ 86년) △홈경기 최다연승(14승/ 88.7.27~89.10.2) △특정팀상대 최다연승(20승 / 88.8.11~95.9.26 롯데) △특정팀 상대 연속이닝 무실점(42이닝/86.5.25~88.4.2) △연속경기 세이브(11세이브 / 92.7.7~93.4.15)

△연속 세이브 포인트(18세이브/ 92.7.7~93.5.15) △노히트 노런(89.7.6 광주 삼성전) △연속경기 무패(44경기/ 91.8.20~93.7.14) △최다타석 무홈런(1,186타석/ 89.5.9~90.9.25) △최다이닝 무홈런(319이닝/ 89.5.9~90.9.25) △한경기 최다 탈삼진(18개/ 91.6.19 , 광주 빙그레전) △연속타자 탈삼진(9개/ 95.8.23~8.27) △연속이닝 무실점(49 2/3이닝/ 86.8.27~87.4.12)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단기간 통산 50세이브 기록/1998.6 등이다.

# 1986년 4월 19일 첫 대결

한국이 낳은 역대 최고투수 최동원과 선동열의 첫 선발 맞대결은 4·19혁명의 날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둘의 투구는 초반부터 맹렬했고 타자들은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채 물끄러미 하늘만 쳐다봐야 했다.

3회 초 해태의 2번 타자 송일섭의 회심의 스윙이 솔로 홈런으로 연결되면서 선동열의 어깨는 한층 가벼워졌고 이후 양웅의 투구 이상의 득점은 용납되지 않았다.

결국 두 팀 모두 단 7명의 타자들만이 출루를 하며 1 대 0, 둘의 완투대결은 선동열의 승리로 끝나게 된다.

선동열로서는 자신의 개인 통산 첫 번째 완봉승을 선배이자 라이벌인 최동원으로부터 얻어내 기쁨이 더했을 것이다. 최동원은 85년 8월 30일 이후 12연승의 금자탑이 깨짐과 동시에 공 한 개의 실수로 후배인 선동열에게 1점 차로 패배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다음은 그해 4월 20일 자 조선일보 9면에 실린 기사 <선동열, 최동원 눌렀다> 중 일부다.

<최동원은 삼진 5개를 탈취하며 5안타 포볼 2개로 역투했으나 3회초 1사 후 2번 손일섭에게 통한의 솔로홈런을 맞아 올해 처음으로 패배, 5연승에 제동이 걸렸다.

선동열은 자이언츠의 36명의 타자를 맞아 위력있는 직구와 슬라이더를 구사하며 삼진 5개를 뺏고 포볼 1개 피안타 6개로 잘 던져 승리를 낚아 3승 1패 1세이브를 마크했다.>

# 1986년 8월 19일 두 번째 대결

두 번째 선발 맞대결은 정확하게 4개월 후인 8월 19일에 이루어졌다. 다승 1위를 지키려는 선동열과 첫 번째 맞대결의 설욕과 더불어 다승 1위를 향한 최동원의 대결은 1회에 갈리고 만다.

1회 찬스를 잡은 롯데가 2점을 선취하며 승기를 잡았고 강한 자에게 한없이 자신의 능력 이상을 보여 온 최동원은 7개의 안타와 4개의 사사구를 내줬지만 모두 산발 처리하며 완봉승을 거두는 집중력을 보이며 첫 번째 대결에 서의 복수와 함께 본인의 10번째 완봉승과 더불어 700 탈삼진의 기쁨을 만끽한다.

반면 선동열은 실책에 이은 2점이 뼈 아팠고 본인의 방어율을 내린 것에 만족해야 했다.

다음은 그해 8월 20일 자 조선일보 9면에 실린 기사 <최동원, 선동열에 설욕> 중 일부다.

<최동원이 선동열에 이겼다.

19일 부산경기에서 자이언츠는 최동원이 완투하며 산발 7안타 무실점으로 막는 호투에 힘입어 선동열이 완투한 타이거즈에 2대 0 승리를 거뒀다.

최동원은 올들어 지난 4월 19일 숙적 선과의 맞승부에서 패한 이래 4개월 만에 만나 두번째 대결에서 설욕했다.>

# 1987년 4월 12일 세 번째 대결(비공식 대결)

이날 해태 선발은 김대현, 롯데 선발은 최동원이었다. 김대현이 1회 아웃카운트 1개만 잡은 후 선동열에게 공을 넘겨주었다.

김대현이 팔 부상을 당했는데 당시 규정상 한 타자를 무조건 상대해야 투수교체가 가능했기에 아웃카운트 1개만 던지고 내려온 것이었다.

해태 김응용 감독은 4월 9일에 3.1이닝을 투구했던 선동열을 이틀 휴식 후 구원 등판시켜 8.2이닝을 던지게 했다. 선동열의 등판이 비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어쨌든 이날 대결에서 6대 2로 선동열의 해태가 승리를 거두었다.

이날 4회에 기록한 롯데의 2득점은 의미가 있다. 바로 선동열의 연속이닝 무실점 (49와 2/3이닝)을 끊은 실점이기 때문이다. 최동원은 4회까지는 1볼넷 무피안타를 기록했으나 5회와 6회에 각각 3실점씩, 총 6이닝 6실점을 하며 패전투수가 되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 대결은 선발 맞대결이 아니었기에 공식 대결에 넣지는 않는다. 최동원도, 선동열도 “우리 맞대결의 결과는 1승 1무 1패”라고 이야기한다. 세 번째 공식 대결은 그해 5월 16일 대결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