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너머를 붓으로 증언하라"…한국서예협회, 차세대 서예작가 공모

한강 소설 〈흰〉에서 따온 타이틀…19~49세 대상, 디지털 서예까지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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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마라, 제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 〈흰〉에 등장하는 말이다. 어머니는 갓 태어난 아기가 숨을 거두기까지 두 시간 동안 '죽지 마라, 제발'이라고 거듭 속삭였다. 한국서예협회가 이 문장을 전시 타이틀로 가져왔다. 

 

한국서예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전시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2026 차세대 서예작가전 〈죽지마라, 제발 — 전戰·쟁爭 너머〉 참여 작가 공모를 13일 개시했다. 전시는 12월 1일부터 28일까지 인천 송도 인천글로벌캠퍼스 전시관에서 열린다. 접수 마감은 6월 12일(금).

참여 대상은 19세부터 49세까지 25명 내외로, 장르를 불문한다. 공모 작품은 두 점이다.

 

하나는 전시 타이틀 '죽지마라, 제발'을 직접 휘호한 글씨, 다른 하나는 이란·우크라이나·한반도 등 전쟁과 휴전의 실존 상황을 보고 느낀 바를 작가 스스로 지어 쓴 시문(詩文) 휘호다. 언어 제한은 없다. 선정된 작가에게는 소정의 창작지원금도 지급된다.

 

이번 공모에서 주목할 점은 서예의 범주를 적극적으로 확장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전각·서화·캘리그라피·타이포그라피에 더해 디지털 문자영상까지 허용한다. 기획 측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20세기 서예가 남이 지은 시문을 '쓰기'에 집중했다면, AI 시대 서예는 스스로 시문을 '짓고 쓰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붓으로 고전 문장을 옮기는 기예에서, 동시대 현실을 직접 언어화하고 그것을 필묵으로 형상화하는 창작 행위로 서예의 좌표를 이동시키겠다는 선언이다.

 

전시 주제로 전쟁을 택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이란, 우크라이나, 한반도. 오늘의 차세대 작가들은 전쟁이 뉴스 너머의 역사적 사건이 아닌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현실 속에 살고 있다. 그 현실의 증언자로서, 생명을 화두로 삼아 문자를 짓고 쓰는 것이 이 공모가 요구하는 태도다.

 

 

전시 기획은 독립큐레이터 이동국이 맡았다. 세부 사항은 한국서예협회 홈페이지(www.seohyeob.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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