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조선DB
별이 졌다.
그러나 별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 시대를 밝히던 이름들은 무대와 화면을 떠났지만, 그들이 남긴 장면과 목소리, 순간들은 여전히 남겨진 이들의 심장 속에서 빛나고 있다. 2025년의 연말은 그렇게, 별의 부재를 통해 빛의 흔적을 되짚는 시간이 됐다.
2025년 한 해 동안 문화와 대중의 기억을 이끌어온 국내외 인물들이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부고는 단순한 소식이 아니라, 한 시대가 어디에서 시작돼 어디까지 왔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였다.
한국 코미디의 문법을 바꾼 전유성은 9월 25일 별세했다. 웃음을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사유의 도구로 끌어올린 그는, 한국 코미디가 실험과 질문을 품을 수 있음을 몸소 증명했다. 그의 이름은 '웃음에도 철학이 있다'는 사실을 남겼다.
배우 이순재는 11월 25일 생을 마감했다.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반세기 넘게 무대에 섰던 그는 '현역'이라는 단어를 끝까지 실천한 배우였다. 노년의 연기마저 현재형으로 남긴 그의 행보는 한국 연기사의 기준으로 기록된다.
트로트 전설 송대관은 2월 7일 세상을 떠났다. 〈해뜰날〉로 대표되는 그의 노래는 고단한 시대를 건너온 대중의 정서를 가장 단순하고 분명한 언어로 담아냈다.
가수 휘성(본명 최휘성)은 3월 10일 안타깝게도 향년 43세 나이로 별세했다. 2002년 데뷔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R&B 가수·작곡가로, 〈안 되나요〉, 〈위드 미〉, 〈결혼까지 생각했어〉 등 다수 히트곡과 독보적인 가창력으로 큰 사랑을 받은 아티스트였다.
12월 7일 세상을 떠난 원로 배우 김지미는 1960~70년대 한국 영화 황금기를 대표한 배우로 시대의 미감과 스타 시스템을 동시에 상징한 인물이었다. 조선일보는 부고 기사에서 "‘배우’라는 이름이 곧 그녀의 삶의 갑옷이자 훈장이었다"고 표현하며, 공연자·스타로서의 면모뿐 아니라 영화 자체와 맞선 강인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연의 품격을 보여준 원로 배우 윤일봉은 12월 8일 별이 되었다. 묵직한 존재감으로 수많은 작품을 떠받쳐온 그는 조연과 주연의 경계를 허물며 연기의 깊이를 보여준 배우였다.
12월 19일 별세한 연극 배우 윤석화는 연극, 뮤지컬, 드라마를 넘나들며 무대 중심의 연기 미학을 대중화한 배우로 손꼽혔다. 한국 공연예술계에서 배우 중심 연극의 한 축을 이끌었다.
영화 〈아저씨〉로 기억되는 아역 배우 출신 김새론은 2월 16일 짧은 생을 마쳤다. 어린 시절부터 스크린 한가운데에 서 있었던 그의 삶은 한국 사회에 많은 질문을 남겼다.
해외에서도 시대를 상징한 별들이 졌다.
미국 영화사의 한 축을 이룬 배우이자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는 9월 16일 별세했다. 〈내일을 향해 쏴라〉, 〈스팅〉, 〈대통령의 사람들〉은 고전적 스타의 품격과 시대 비판적 감수성을 동시에 보여준 작품들로 기억된다.
강렬한 연기의 밀도로 평가받아온 진 해크만 역시 2025년 생을 마감했다. 그의 이름은 '연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 남았다.
성격파 배우 발 킬머는 4월 1일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스타의 외형을 지녔지만 안주하지 않고, 〈탑건〉의 아이스맨부터 〈도어즈〉의 짐 모리슨, 〈툼스톤〉의 닥 할러데이까지 캐릭터에 자신을 완전히 잠식시킨 몰입형 연기로 기억되는 배우였다.
프랑스 영화의 상징이자 한 시대의 이미지였던 브리지트 바르도는 12월 28일 영면했다. 그는 스크린 너머에서도 시대를 규정한 인물이었다.
복싱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재기의 서사를 쓴 조지 포먼은 3월 21일 별세했다. 그는 통산 76승 5패(68KO)라는 압도적인 전적을 남겼고, 1973년 조 프레이저를 꺾고 WBA·WBC 헤비급 통합 챔피언에 오른 데 이어, 1994년 45세의 나이로 다시 세계 챔피언(WBA·IBF)에 오르며 헤비급 최고령 챔피언 기록을 세웠다. 링 위에서 보여준 그의 삶은 스포츠를 넘어 인간의 회복력과 집념이 무엇인지를 상징했다.
비치 보이스의 핵심 멤버였던 브라이언 윌슨은 6월 11일 세상을 떠났다. 서핑 뮤직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그는 〈Surfin' U.S.A.〉, 〈California Girls〉, 〈Good Vibrations〉 같은 히트곡을 통해 캘리포니아의 햇빛과 젊음, 자유의 감각을 대중음악의 언어로 고정시켰다. 그의 음악은 한 지역의 사운드를 넘어, 팝 음악의 구조 자체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헤비메탈의 아이콘 오지 오스본은 7월 22일 생을 마감했다. 밴드 블랙 사바스, 오지 오스본 밴드 등에서 활동한 그는 파격과 논란, 그리고 압도적인 음악적 영향력은 그를 20세기 록의 상징으로 남겼다.
포크 가수 피터 야로는 1월 7일, 향년 86세로 세상을 떠났다. 이로써 3인조 포크 그룹 피터·폴 앤 메리(Peter, Paul and Mary)의 원년 멤버 가운데 폴 스투키만 생존하게 됐다. 그는 〈Puff, the Magic Dragon〉, 〈If I Had a Hammer〉, 〈Leaving on a Jet Plane〉등을 통해 1960년대 미국 포크 음악과 시민권·반전 운동을 대표한 목소리로 음악사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별은 졌다. 그러나 별은 사라지지 않는다. 영화의 한 장면, 노래의 한 소절, 무대 위의 몸짓 속에서 그들은 여전히 불려진다. 별은 떠났지만, 그 빛은 남겨진 이들의 심장 속에서 오래도록 이어진다.
2025년의 끝에서, 우리는 묻는다.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이제는 고요한 시간 속에서 영원한 안식이 함께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