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사랑받는 K-팝, 한국 가수들

  • 최미자 재미(在美) 작가
  • 업데이트 2024-10-2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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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註] 미국 샌디에이고에 살고 있는 재미교포 작가인 최미자 선생이 최근 외국인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한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해왔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남미에서도 한류 스타의 공연과 팬 미팅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한류 콘텐츠에 대한 해외 언론의 관심도 뜨겁다. 교포들은 이런 소식에 환호하며 국격(國格)이 높아지고 있음을 체감한다.
LA 다운타운 유나이트 극장에서 열린 ‘라 포엠’ 공연 모습이다.

긴 세월 살아도 어려운 영어, 고국에 대한 향수, 사람 스트레스, 급변해가는 문명들이 너무 힘들다.

전화기에 빠진 사람들은 더욱 자기생각 위주로 살아가고. 나도 습관처럼 무의식으로 살다가, 문득 이런 걸 생각하면, 우울해진진다. 그 허허로운 가슴 한 모퉁이에 고마운 음악들이 있다.

 

같이 사는 딸 덕분에, 뒤늦게 우리가족은 K-팝과 K-뮤직에 좀 빠져 있다. 요즘 인기 있는 5인조의, Tomorrow x Together(TXT)VR(virtual reality) 콘서트를 보러 딸과 함께 캘리포니아주 브에나파크동네의 한국(CGV) 극장에 갔다가 외국인 관객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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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의 다큐 영화 I am Still 보러온 관객이 BTS army 등(燈)을 들고 있다.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두 중년의 일본계와 필리핀 관객에게 어떻게 TXT 팬이 되었는지 들었다. 그들에게서 BTS 멤버인 정국의 다큐 영화가 샌디에이고에서 상영 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딸에게 전해 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는 정국의 개인 다큐멘터리 영화 I am Still을 보려고 미션 벨리 극장(AMC)에 갔다. 오랜만에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주위를 둘러보니 20여명의 관객이 앉아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관객 중에 지팡이를 짚고 걷는 나이든 여인이 있어 인사를 건넸다. L씨는 핸드백 손잡이에 걸려있는 작은 등을 들어 BTS Army()라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내년 6월에 제대하는 BTS들이 다시 모여 활동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몸이 불편한 그 아주머니를 모시고 온 지인 Joanne은 전날인 토요일에 미라메사 블루버드 길에 있는 Edwards Cinema에서 200 여명의 관객과 이 영화를 보고 Leah를 모시고 와 두 번 보았다며 전했다.

 

우린 이처럼 서로 인사하며 재잘대는데 관객인 젊은 아가씨가 또 어울렸다. SDSU 대학에 프랑스에서 유학 온 Manon은 한 학기 공부하다 돌아가는데, 이미 프랑스에서부터 BTS 팬이란다. 나는 대중교통이 불편한 이곳이라 어떻게 극장에 왔는지 물었다. 버스와 전차를 갈아타고 긴 시간 걸려 왔단다.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는 학생인데 음악도 사랑하면서 공부하니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위험한 밤이어서 학교로 돌아가는 길은 우리가 태워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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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XT 팬들이 VR 콘서트를 보러 극장을 찾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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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AN 극장에 모여 든 서인국의 팬들.

 

그런 날이 지나고, 딸은 틈만 나면 유튜브로 Tomorrow X Together(수빈, 연준, 범규, 태현, 휴닝카이)의 공연을 모두 찾아보았다. 그들의 공연실력에 나도 깜작 놀랐다. 딸은 날마다 직장일의 압박감 속에서 사는데, 그들의 흥겨운 음악을 아침과 저녁으로 들으며 때론 엉덩이를 흔들며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최근 미국 한 잡지에는 앨범이 잘 팔리고 있는 한국가수들인 TXTStray Kids가 놀랍게도 인기순위에 들어 있었다. 시디가 사라지고 있는 세상인데,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세계인이 열광하는 K-팝에 호기심이 많아진 딸은 베버리힐즈에 있는 Saban 극장에서 서인국의 팬 미팅콘서트도 가보게 되었다. 다음날 딸은 녹음해 온 것을 텔레비전에 연결하여 보여주었다. 마지막 프로그램이 흥미로웠다. 천명이 넘는 관객이 무대 위에 줄지어 지나며 하이바이(오직 눈인사뿐이다)”를 했다. 수많은 외국인 관객들의 열기에 우린 기절(?)할 정도였다.

 

극장을 메운 많은 팬들, 미국동부에서 아내의 생일 선물로 표를 사서 비행기를 타고 함께 날아 온 시골 농부인 남편, 필리핀과 인도에서 날아 온 여인들. 아마 더 많은 외국인 관객들의 사연들이 숨어 있을 것 같다.

 

나도 유튜브를 열어 서인국이 누구인지 찾아보았다. 탤런트, 배우, 가수였다. 근육을 자랑하는 꽃미남(?)은 아닌 것 같았다. 아마도 드라마 속에서 정의롭고 개성 있어 보이는 착한 한국남자였나 보다. 공연할 때마다 외국여인들은 함성을 지르며 행복해 했다. 결혼하고 싶은 이상적인 멋진 남자들을 꿈속에서나마 흠모하면서 삶의 희망을 갖는 걸까?

 

먼 길을 마다 않고 한국 연예인 남자들을 만나러 찾아오게 하는 그 마력은 무엇인가. 참 궁금했다. 미국에 살며 가끔은 성추행이나 성매매를 하는 한국 남자들의 뉴스를 접하며 우린 얼굴을 붉히기도 하는데, 참 다행이다.

 

지금은 쉽게 만나 동거하고 결혼하고, 또 쉽게 이혼하는 세상. 나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남이 만나 결코 쉽지 않는 결혼 생활이 어느 덧 50년이다. 이젠 포기했지만, 가끔은 삶의 그런 허무함을 어디에서 달랠지 나는 헤매곤 했다. 그러니 현대의 지친 직장인들은 차라리 홀로 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나처럼 가족을 위한 양보나 작은 희생정신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최근 우리 가족은 미주중앙일보 50주년을 축하하는 마지막 공연행사인, ‘라포엠를 보려고 L.A로 갔다. 가는 길의 운전대는 길눈이 아직 좋은 내가 잡았다. 처음 찾아가는 다운타운의 빌딩숲을 바라보며 110번 고속도로에서 나와 브로드웨이 길로 향했다. 길목에 들어서니 버켓과 밀대를 들고 건장한 흑인 7명이 신호등에서 서있는 차들에게 자동차 유리문을 닦으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섬뜩. 오래전 문학행사를 마치고 늦은 밤에 한인 타운의 웨스턴 길에서 흑인 두 녀석이 강요하던 공포의 시간이 순간 나의 머리에 스쳤다. 다행히 신호등이 곧 떨어지고 우린 세 번째에 서있어 좋은 눈길로 사양한다며 지나갈 수 있었다. 휴 우우~.

 

몇 년 사이에 홈레스(homeless, 노숙자)들로 불어난 미국의 도시들, 불법이민자가 매일 들어오고 떼강도들이 가게를 부수고. 살기 좋았던 미국이 어디로 가는지 한숨만 나오는 몇 년이다. 우린 두 어 시간 일찍 도착해 주차하고 극장에 들어섰다. 우아한 고딕식의 실내 건축을 돌아보고 사진도 찍으면서, 유럽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는 황홀했다. 1919년에 찰리 채플린과 여러 친구들이 만들었다는 유명한 더 유나이트(The United) 극장. 주차가 불편했는데도, 이민 생활에 지친 1500명이 넘는 동포들이 좌석을 메웠다.

 

무대에는 하얀 정장의 가수들, ‘라 포엠’(유채훈, 최성훈, 박기훈, 정민성)이 서있다. 한국어와 영어, 또 외국어로 부르는 노래들. 자연스럽게 네 가수들이 대화로 곡을 소개하는 공연은 최고의 수준이었다. 요란하거나 천박스럽지 않고, 세련된 의상과 고상한 품격으로 우리 눈을 즐겁고 또한 가슴을 뿌듯하게 해 주었다. 한국의 일디보였다. ‘La Poem’의 팝페라가 고풍스런 극장의 온 천정을 휘감았다.

 

나는 우연히 화장실에 들르다 일하던 직원들도, 홀에 서있던 바텐더들도 모두 놀라는 표정으로 듣고 있는 광경도 보았다. 한국인으로 나의 어깨가 으쓱했다. 입구에서 만난 신문사 남윤호 대표의 안내처럼 스피커 음향도 최고였다. 돌아오는 밤길이 멀어 우리 가족이 오랜만에 호텔에 자면서 투자한 시간들도 보람 있었다.

 

이 행사를 완벽하게 준비한 기획팀의 모든 분과 무대 뒤에서 수고해준 여러분께 진심으로 찬사를 보낸다. 한국전쟁을 이겨내고, 자랑스러운 코리아, 코리아가 빛을 발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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