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를 다녀왔다. 자카르타행 비행기에 오를 때까지도, 나에게 인도네시아는 조선, 고려보다도 낯선 나라였다. 인도네시아에 대한 나의 지식 수준이 어느정도였나면,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와 비슷한 규모의 나라겠지...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던 수준이었다.
그건 너무나 거대한 무지였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섬이 많은 나라다.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무슬림이 많이 사는 이슬람 세속 국가, 광대한 군도에 300여 종족이 살면서 ‘하나의 인도네시아’를 추구하는 나라. 이 복잡한 나라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인도네시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양승윤 지음, 휴인)를 만났다. 사실 인도네시아 출국 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한국에 돌아온 후 비로소 완독했다.
이 책의 미덕은 두가지다.
첫째, 인도네시아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싱가포르, 동티모르, 파푸아 뉴기니 등 믈레유 문화권 국가들이 어떤 문화를 공유하며 어떻게 얽혀왔는지 읽기 쉽게 풀어놨다.
보르네오섬 부분은 무척 흥미롭다. 보르네오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섬이다. 세계에서는 세 번째로 크다. 인도네시아는 칼리만딴이라, 말레이시아와 브루나이에서는 보르네오라 칭한다. 이 섬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가 국경을 맞대고 있다. 한 섬에 세 나라가 공존하는 유일한 섬이다. 복잡한 국경선이 암시하듯 이 섬에는 재미있는 역사들이 숨어 있다. 심지어 백인 왕조도 존재했다. 그것도 19, 20세기에 말이다. 4대 100년(1841~1946)에 걸쳐 이어졌던 브루크 왕조다. 그냥 피부가 하얀 사람이었던게 아니라, 영국인 탐험가가 배를 타고 섬에 왔다가 왕이 된 경우였다. 동남아에 백인 왕조가 존재했다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사실이다.
파푸아족에 대한 설명에도 눈길이 간다. 파푸아족은 여전히 밀림 속에서 농사를 지으며 수렵생활을 한다. 헤드헌팅과 식인 풍습이 남아있는 오지 마을도 존재한다. 미국 부통령을 지낸 록펠러의 5남인 마이클 록펠러는 1961년 인도네시아령 파푸아주 남부에 있는 아스맛이라는 오지 마을에서 실종되서 못찾았다. 그가 식인 풍습에 희생된 걸로 추측하는 책도 미국에서 출간됐다고 한다.
둘째, 동남아 역사의 흥미로운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토마스 스탬포드 래플스에 대한 기술이 대표적인 예다. 인도네시아는 한때 영국의 지배도 받았다.(1811년~1816년) 이 시기 총독 대리인이었던 래플스는 보로부두르(Borobudur) 대탑 사원을 발굴해 냈다. 짧은 기간 엄청난 업적을 남기고 인도네시아를 떠났다. 이후 래플스는 싱가포르의 초대 총독이 되어 싱가포르 건국의 기초를 닦았다.
셋째, 모범적인 저술 방식이다. 저자인 양승윤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서문에 이미 발표한 원고를 발췌 보완해 책을 낸다고 밝혔다. 거기에 더해 각 장마다 저자의 어떤 원고를 기초로 했는지, 어떤 책을 참고했는지 표기했다. 교수들이든 칼럼니스트든 소위 지식인이라는 이들이 쓴 대중서의 상당수가 이미 발표한 원고를 모은 것이면서도 출처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신선하게 느껴졌다.
따뜻한 휴양지로만 생각했던 동남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알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글=하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