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창업, 일단 살아보며 준비하는 것도 한 방법”

[영월 귀농‧귀촌 우수 사례] ⑥‘퍼머컬처’ 꿈꾸는 홍석진씨
  • 이경석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francis@chosun.com
  • 업데이트 2022-09-05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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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특이한 케이스다. 흔히 아는 귀농‧귀촌 사례와는 전혀 다르다. 계획은 여러 번 바뀌었고 이제 아예 2~3년 여유를 두고 일을 꾸리기로 했다. 어떻게 먹고 사냐고? 부딪혀보니 일거리는 충분해 걱정 없다. 다들 철저히 준비해서 귀농하라는데 홍석진씨는 의견이 좀 다르다. “일단 가서 찾아보고 준비하면 안 될까요?”
영월읍에서 포도 농사를 짓는 홍석진씨는 올해 농사가 끝나면 포도밭을 새 단장하고 ‘퍼머컬처’를 실천하는 체험 농장을 꾸릴 계획이다.

서울살이에 염증··· 새 삶 찾아 헤매다 영월 정착

 

홍석진(39)씨는 지난 202012월 영월에 이주했다. 서울에서는 정부 산하 기관에서 사진영상 전문가로 일했는데 언제부턴가 직장 생활과 서울살이에 염증을 느꼈고 시골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됐다.

 

처음에는 숙박업을 해볼 생각이었어요. 육아휴직을 하고 쓸 만한 숙박 시설을 찾아 강원도 곳곳을 돌아다녔죠. 영월도 그러던 중 만났습니다.” 처음엔 바닷가 마을을 생각했지만 영월에서 두어 곳 괜찮은 숙박 시설을 발견했고 직접 묵어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수려한 산세와 어디서나 눈에 들어오는 강줄기, 밤하늘에 쏟아질 듯 빛나던 별빛에 마음을 빼앗겼다.

 

지자체마다 귀농귀촌 지원 정책이 마련돼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영월군 농업기술센터 귀농귀촌팀을 찾아가 문의도 해봤다. 아쉽게도 귀촌해 숙박업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받을 수 있는 혜택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농사를 짓는다면 얘기가 달랐다. 농지 구입 자금이며 시설비 등 좋은 조건에 빌리거나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이 다양했다. 고민 끝에 귀농으로 방향을 틀었다.

 

퍼머컬처에 매료, “농업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만들 것

 

농업기술센터의 연계로 포도 농사에 베테랑인 선배 농업인을 만날 수 있었다. 포도 농장에 매일 출근해 일을 배우고 현장 실습 과정도 마쳤다. 이후 청년 창업농에 선정됐고 귀농인 창업 지원 사업을 통해 금리 2%, 5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으로 창업 자금을 빌려 포도 농장을 매입했다.

 

낯선 농사일은 다행히도 적성에 맞았다. 포도를 가꾸면서 도시에서 생긴 마음 속 생채기들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순조롭게 청년 농부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듯 싶었지만 생각지 못한 계기로 또 한 번 전환기를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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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진씨는 영월 정착 후 농사와 사진‧영상 분야의 프리랜서 활동을 병행하며 미래를 준비해가고 있다.

 

퍼머컬처(Permacultuer)’를 실천해가는 선배 청년 농업인들을 만나면서 부터였다. 퍼머컬처는 지속 가능한 농업, 그리고 이와 관련한 문화를 의미하는 용어로 영구적인(Permanent), 농업(Agriculture), 문화(Culture)의 합성어다. 보다 생태적인,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방법으로 농사를 짓고 지속 가능한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게 퍼머컬처의 목표. 화석 연료를 쓰는 기계화 농업이나 화학 비료의 사용을 지양하고 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등의 농업 경영이 퍼머컬처에 해당한다.

 

퍼머컬처의 가치관에 깊이 공감한 홍석진씨는 급기야 이를 실천해 가기로 마음먹었다. 포도밭은 갈아엎기로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올해 포도 농사는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짓고 수확물은 전부 기부하기로 했다.

 

지방 소도시, 청년들에게 다양한 기회 열려 있는 곳

 

3636(1100여 평)에 달하는 포도밭 자리에는 4계절 각기 다른 작물이 자라는 계단식 밭을 만들고 집을 지어 관광객을 받을 예정이다. 주로 어린아이를 둔 가족을 대상으로 숙소에 머물면서 다양한 식물이 자라는 걸 보고 생태 환경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려갈 계획. 홍씨는 현재 사업안을 다듬어가는 단계라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못했지만 포도 수확이 끝나는 10월부터는 조성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서두르지 않고 꼼꼼히 챙겨가며 준비할 생각으로 실제 운영은 2~3년 뒤로 예상한다고 했다.

 

2~3년 뒤라니, 포도 농사도 접을 계획인데 생계는 어떻게 꾸려갈 생각일까. 우려와 달리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고 기획했던 경험은 영월에서도 쓰임새가 많았다. 굳이 농사 수입에 매달리지 않아도 될 여건이 만들어졌다. 찾아보면 어쩌면 서울보다 더 많은 기회가 열려있는 곳이 지방 소도시라는 게 홍씨의 생각이다

 

그는 처음엔 계단 청소도 하고 사실 막막하기도 했는데 지역사회 구석구석을 살펴보니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영월문화도시지원센터에서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귀농귀촌 동네작가로 활동하거나 청년 주도 공모 사업에 응모해 선정되는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2~3년 뒤로 예상한 퍼머컬처 사업도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숙소도 한 번에 단 한 가족만 받을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당장의 수익 보다는 진짜 원하는 걸 목표 삼아 가다보면 언젠가 돈도 따라 올 거라고 생각한다블로그 운영을 비롯해 그간 해온 여러 일들이 돈을 벌 목적으로 시작한 게 아닌데 재미있게 하다 보니 결국 돈이 되더라라고 했다.

 

원하는 지역서 살아보며 하고 싶은 일 찾아보길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이들에겐 직접 내려와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권한다. 홍씨는 지자체 관련 부서에 전화해 수차례 물어보는 것 보다 가고 싶은 지역에 실제로 찾아가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생각지 못한 기회와 방법이 생길 수도 있다관계를 통해 알짜 정보와 좋은 이웃을 얻고 먹고 살 길도 열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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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진씨가 영월문화도시지원센터 지원 사업을 통해 제작한 책자 ‘북면잇다’. 영월 북면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이다.

 

귀농귀촌을 고려할 때 대다수가 철저한 준비를 일순위로 꼽지만 홍씨는 생각이 다르다. 일단 지역사회를 알아가면서 좀 더 시간을 들여 천천히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농사도 사업인데 사업 계획을 후다닥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는 미리 할 일을 정해놓고 철저히 준비해 귀농귀촌하는 것도 좋지만 도시를 떠나고 싶다면 무작정 와서 살면서 부딪히고 경험하며 길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당장 먹고 살게 걱정이겠지만 청소라도 하겠다는 각오만 있으면 어떻게든 방법은 생기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어 시골에 일자리가 없다고들 하는데 사실상 시골에서는 일손이 없어 애를 태운다도시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사람이라면 일자리는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갈 곳이 영월이고 만 39세 이하 청년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는 영월에는 청년 취업과 정착을 돕는 청년사업단이 있어 이주 청년을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한다함께 머리를 맞대고 길을 찾아줄 누군가가 있다는 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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