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청년 농부 되다··· 빨갛게 영글어가는 대농(大農)의 꿈

[영월 귀농‧귀촌 우수 사례] ⑤토마토 농장 운영하는 김형석 대표
  • 이경석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francis@chosun.com
  • 업데이트 2022-09-0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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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비닐하우스와는 규모가 다르다. 높은 층고며 끝이 안 보이는 넓이, 초보 농사꾼이 의욕만 앞선 게 아닐까 싶었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힙합 씬을 사랑하는 서울 청년은 막연히 품었던 귀농의 꿈을 실천에 옮기면서 나름 탄탄한 기본기를 쌓았다. 남몰래 품은 꿈은 겨우 이 정도 규모가 아니다.
2018년 귀농한 김형석 대표는 2년간 고추 농사 경험을 쌓고 올해 계획했던 토마토 수경 재배를 시작해 첫 수확물을 출하했다.

산세, 계곡··· 수려한 자연 경관에 매료된 서울 청년

 

“10여 년 전에 부모님이 먼저 영월로 귀촌하셨어요. 부모님 댁을 오가며 접한 영월이 참 매력적이어서 나도 여기서 농사 지으며 살면 어떨까 생각했죠. 시골 생활이 심심하다고들 하는데, 서울 살면서 워낙 실컷 놀아서 이제 서울도 재미없어졌거든요.(웃음)”

 

김형석(40) 대표는 2018년 영월로 이주한 청년 귀농인이다. 귀농 전엔 쭉 서울에서만 살았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김씨는 힙합(hiphop) 음악과 문화를 즐기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의상을 디자인했다. 홍대 인근을 중심으로 힙합 씬을 종횡무진 누볐다. “비슷한 나이 또래에 힙합 한다는 사람은 거의 다 친구라고 말할 정도로 그 바닥에 깊이 녹아들었다. ‘실컷 놀았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니다.

 

친구들과 부모님 댁에 자주 놀러 오면서 영월의 수려한 자연 경관에 점점 매료됐다. 차를 몰고 계곡을 따라 이어진 도로를 달릴 때면 주변 경치에 감탄사가 절로 났다. 워낙 귀농에 관심이 있었고, 39살 이전에 귀농하면 지자체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더 이상 미룰 필요가 없었다.

 

농사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먼저 교육기관의 문을 두드렸다. 20183월부터 6개월간 춘천에 있는 강원도농업기술원 미래농업교육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기본기는 물론이고 굴삭기와 지게차 운전자격증, 농기계 수리 면허까지 취득했다

 

교육원에서 만난 선배 농업인의 멘토링도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김 대표는 인제군에서 대규모 비닐하우스에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멘토에게 시설 투자의 중요성을 비롯해 실질적인 농업 경영, 농촌에 적응해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정보를 얻었다멘토의 조언대로 과감한 시설 투자를 했고 지금은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피할 수 없는 시행착오, 감내하며 경험 쌓아가야죠

 

영월군 무릉도원면에 자리 잡은 김 대표의 비닐하우스는 약 3966(1200여 평), 높이며 면적이며 단일 비닐하우스로는 영월에서 찾아보기 힘든 규모다. 일단 생산량에서 차별화를 두고, 대규모 농장이 많고 출하가 일찍 끝나는 호남 지역과는 출하 시기를 달리해 경쟁력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비닐하우스는 20205월 완공했는데 처음 2년은 고추를 재배했다. 토마토를 수경 재배하는 게 원래 목표였지만 시설 비용이 부족해 고추부터 시작했다. 첫 도전의 시행착오는 매서웠다. 수확량은 생각보다 적었고 인건비며 부담이 만만찮았다. 다행이 그해 고추 흉작으로 값이 올라 손해는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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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966㎡(1200여 평) 규모의 대형 비닐하우스 가득 토마토가 자란다.

 

이듬해는 병충해를 입었다. 고추 농사를 접고 처음 목표였던 토마토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렇게 올해 수경 시설을 갖추고 본격적인 토마토 재배에 나섰다. 김 대표는 부모님이 원래 농사를 지었다든지 경험이 있으면 몰라도 도시에서 귀농해 첫해부터 수익을 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시행착오를 겪으며 처음엔 수입이 없거나 손해 볼 수 있다는 각오로 경험을 쌓아가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배양액을 이용한 수경 재배를 선택한 것도 경험 부족을 감안해서다. 김 대표는 땅에 심는 방법으로는 오랜 세월 노하우를 쌓아온 기존 농가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수경 재배는 땅에 심는 것에 비해 병충해가 적고 안정적이어서 초보자도 비교적 쉽게 도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첫 토마토 수확, “품질, 생산량 늘려갈 것

 

첫 토마토 수확 성적은 어떨까. 4월 말에 심어 7월 첫 주부터 수확을 시작한 토마토는 매일 10들이 100상자가량 출하 중이다. 처음 치고 꽤 괜찮은 성적표다. 이렇게 8월 중순까지는 매일 100상자 이상 출하하고 여름이 지나면 출하량이 줄지만 10월 말~11월 초까지 꾸준히 수확할 수 있다

 

올해 예상 매출은 8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로 잡았다. 김 대표는 경험이 쌓이고 기술이 늘면 더 크고 더 많은 토마토를 수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확할 일손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직원이 보강되면 배양액이나 온도 조절 등 생육 관리를 좀 더 철저히 해 품질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했다.

 

제법 성과를 내고 있지만 김 대표에게 올해는 수익 보다는 토마토 농사 경험을 쌓는 기간이다. 그는 생육 상태를 관찰하면서 일지도 적고 심는 방식도 바꿔가며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다향후 5년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만 벌면서 경험을 쌓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나도 초보라 조언할 입장이 아니다라면서도 웬만하면 하지 마라고 쓴 소리부터 했다. 그만큼 어지간한 각오로는 어렵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어느 정도 실패를 감안해야하고 도시와는 완전히 다른 생활 패턴이며 극복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적어도 반년 정도는 농촌에서 살아보고 내가 농촌 생활에 맞는 사람인지 따져보는 게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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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첫 주 수확을 시작한 토마토는 여름 내내 매일 100㎏ 이상 수확한다.

 

성공한 농가 찾아 집요하게 배우고 시설 투자는 과감하게

 

농업 교육 기관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선배 농업인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김 대표가 강조하는 점이다. 그는 재배하려는 작물로 성공한 선배 농가를 찾아가 집요하게 묻고 배워야한다대부분 농사짓겠다는 젊은이를 환대하는 분위기라 바쁜 와중에도 친절하게 알려주더라고 했다. 과감한 시설 투자도 강조했다. 그는 해보니 농사는 시설이 반, 육묘가 반이더라재배 시설을 잘 갖춰 놓으면 일조량이 부족해도 생육이 가능해지는 등 차이가 크다고 조언했다.

 

흔히 우려하는 원주민과의 갈등에 대해선 아예 외지에서 이주해온 사람이 많은 지역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살고 있는 무릉도원면 운학리는 주민 대부분이 귀농인이라며 갈등을 겪기는커녕 오히려 선배 귀농인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텃세라는 게 있더라도 강원도는 덜한 편이라고 느껴진다먼저 다가가고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는, 다 하기 나름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꿈은 대농(大農)이다. 마땅한 이름을 찾지 못해 아직 농장 이름도 못 정했지만 언젠가는 전국에서 손꼽는 대규모 토마토 농장을 꾸리는 게 장기 목표다. 우선 현재 규모를 유지하면서 품질과 생산량을 높인 다음에는 16528(5000), 33057(1만평) 까지 재배 면적을 늘려갈 계획이다. “농산물 수요는 여전한데 농사짓는 사람은 점점 줄고 있잖아요. 저라도 늘려서 수요를 맞춰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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