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본인의 말을 꼭 지키려는 것 같다. 이 대표는 5달 전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당선되면 지구를 뜰 것이라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유승민 전 의원을 대통령 만들어야 할 사람"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6일 유튜브 채널 '매일신문 프레스18' 방송에 정기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와 경선 준비위원회는 대선 후보 토론회 일정을 20여 차례나 잡았다고 한다. 

또 경선준비위가 마련한 경선 토론회 일정을 보면 후보 등록 직후인 9월에 비전 토론회, 스토리텔링 토론회, 후보 프레젠테이션, 공개 면접 일정이 줄줄이 잡혀있다. 9월 15일 1차 컷오프 이후에는 미디어 데이, 택시 면접 등이 이어진다. 이준석 대표가 최근 택시 운전면허를 딴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가 직접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살인적인 토론회 일정과 미디어 데이, 택시 면접 등에 이 대표 자신이 직접 나설 수 있다는 분석에 윤 후보를 낙마시키고 유승민 전 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한 '이준석의 얕은 술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대표는 윤 후보가 토론회 몇 번만 하면 나가떨어질 것이라는 취지를 말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자신이 이런 말을 직접 들었다고도 했다.

이 대표의 장담대로 윤 후보는 토론회 몇 번만에 나가떨어질까. 윤석열이란 사람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지지율로 연결된 것은 국정감사 때의 당당함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여야 의원들의 집중 공세에도 전혀 물러섬이 없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객관적으로 답했다. 윤 후보의 이런 스타일은 토론회 때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토론회가 과연 윤 후보에게 독이 될까.

이 대표가 대놓고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유승민 전 의원은 토론의 달인이다. 과거 MBC 100분 토론서 유시민 작가와 맞붙은 토론은 '레전드'로 불린다. 그런데 유 전 의원은 항상 토론을 잘해왔다. 지난 대선 때도 마찬가지다. 토론회 때 가장 빛났던 후보가 유 전 의원이었다는 평이 많았다.  

4선 출신인 유 전 의원은 20년 가까이 정치를 했다. 많은 국민이 그가 토론회에 강하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유 전 의원의 지지율은 3~4%다. 

토론회로 유승민 전 의원을 의도적으로 띄우려고 한다면 오판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유 전 의원한테도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크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