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들에게 시호를 붙인다면?

태조 이승만, 태종 박정희, 세조 전두환, 정조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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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법(諡法)이라는 것이 있다. 죽은 임금에게 생전의 공로에 따라 시호를 올리는 방법을 규정한 것이다. 물론 자기들이 모셨던 임금이자 현 임금의 아버지에게 올리는 것이므로 대개는 좋은 말로 치장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시호와 실제 업적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는 해도 시호라는 것은 그 임금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대강은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주 의미가 없지는 않다.

대한민국 대통령들에게 시호를 붙인다면? 아마 자신의 통치기간이 역사에 시호로 평가된다는 것을 의식해서 정치를 조금은 더 신중하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재미 삼아서 고려나 조선, 중국 임금들의 경우를 참고해서,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에게 시호를 붙여 보았다.

건국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에게 당연히 태조(太祖)라는 시호가 붙을 것이다. 


윤보선 대통령(혹은 장면 총리)에게는 혜종(惠宗)이 적당하겠다. 시법에는 ‘근본이 부드럽고 백성을 사랑한 경우를 혜라고 한다(柔質慈民曰惠)’고 되어 있지만, ‘혜’는 실제로는 유약해서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임금에게 곧잘 붙었다. 고려 혜종, 충혜왕, 서진(西晉) 혜제 등이 그 예다. 이들은 대개 개국 초의 과도기적 임금인 경우가 많았다. 윤보선 대통령이나 장면 총리는 4·19 후의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고 5·16을 불러들였으니, 그런 의미에서 혜종이 적격이다.


박정희 대통령에게는 마땅히 태종(太宗)이라는 시호가 붙어야 한다. 태종이라는 시호는 대개 카리스마를 가지고 개국 초기의 혼돈을 수습하고 국가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강건한 군주에게 붙었기 때문이다. 당 태종, 송 태종, 조선 태종 등을 연상하면 된다.


최규하 대통령에게는 헌종(獻宗)이 적당하다. 시법에는 ‘총명하고 예지가 있는 경우를 헌이라 한다 (聰明叡智曰獻)’고 되어 있지만, 실은 왕권을 지키지 못하고 남에게 넘겨준 임금에게 ‘헌’자가 붙었다. 삼국지에서 조조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다가 결국 조비에게 천하를 넘겨준 한(漢)헌제(獻帝), 숙부인 숙종에게 왕위를 넘겨준 고려 헌종이 그 예이다. 임금 자리를 넘겨받은 입장에서는 자기를 거스르지 않고 순순히 왕위를 넘겨주었으니 ‘총명하고 예지가 있다’고 추켜올려주었을 것이다. 최규하 대통령도 신군부의 압박에 전두환 장군에게 대통령 자리를 넘겨주었으니, 헌종이 제격이다. 


전두환 대통령은 세조(世祖)겠다. 유혈쿠데타로 정권을 잡았고 정난공신들의 전횡과 부패가 이어졌다는 흠이 있지만 강한 리더십으로 국가의 기틀을 다졌다는 점에서 흡사하다.


노태우 대통령은 성종(成宗)쯤 될 것이다. 시법에는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정사를 확립한 것을 성이라 한다 (安民立政曰成)’고 되어 있다. 대체로 보아 괜찮은 성세(盛世)를 이룬 임금에게 붙는 시호다. 노태우 대통령은 민주화로 이행했고, 88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경제, 복지, 인프라 확충, 북방외교 등에서 볼 만한 업적이 많았다는 점에서 그래도 성종이라는 시호가 가능할 것 같다.


성종 시기의 평안함 속에는 자칫 방심하면 난세(亂世)로 가는 함정이 숨어 있으니, 조선 성종 뒤를 연산군이 이은 것이 그 예이다. 노태우 대통령이 성종이라면, 김영삼 대통령에게는 목종(穆宗)이라는 시호가 어떨까 싶다. 시법에 따르면 ‘덕을 펴고 의로움을 지킨 경우를 목이라 한다 (布德執義曰穆)’라고 한다. 고대에는 나라를 잘 이끈 임금에게 붙는 시호였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요절하거나 무능한 임금에게 붙은 시호로 변질되었다. 김영삼 대통령의 경우 이른바 민주화운동에서 역할을 한 것은 좋은 의미에서 ‘덕을 펴고 의로움을 지킨 경우’라고 할 수 있겠지만, IMF사태를 불러들인 무능함도 간과할 수 없다. 그래서 목종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중종(中宗)이 어떨까 싶다. 중종은 대개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내고 사직을 보전’한 군주에게 붙는 시호라고는 하지만, 실제 업적은 별 볼일 없는 경우가 많다. 조선 중종의 경우, 중종반정으로 즉위한 후 연산군이 야기한 위기를 극복하고 나름 개혁을 한다고 분주했지만 실적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조광조 등 설익은 사림들을 중용하려다가 새로운 정치위기를 야기했다.김대중 대통령은 IMF사태를 극복했다고는 하지만, 햇볕정책을 펴고 386운동권 출신들을 정계에 입문시켜서 한국정치에 우환덩어리를 만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조(正祖)가 제격일 듯 하다. 정조는 ‘개혁군주’로 과대포장되었지만, 실은 독선과 아집이 강하고, 과거사에 매달리고 콤플렉스에 시달리면서 정치를 갈등으로 몰고 갔던 인물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명종(明宗) 정도면 적당할 것 같다. 시법에 의하면 ‘군림하여 천하를 밝게 비춘 것을 명이라 한다(照臨四方曰明)’고 되어 있지만, 대체로 크게 내세울 것도, 크게 비판할 것도 없는 임금에게 붙이는 시호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애종(哀宗)일 것 같다. 시법에는 ‘공손하고 어질었지만 재위 기간이 짧은 경우를 애라고 한다(恭仁短折曰哀)’ 고 되어 있다. 고려나 조선에는 애종이라는 시호를 가진 임금이 없었지만, 중국 역사에는 금(金)나라 애종을 비롯해 주로 왕조 말기에 재위하다가 정변이나 외침(外侵)으로 단명했던 군주들에게 ‘애’라는 시호가 붙었다. 촛불탄핵으로 임기를 못 채우고 그 자리에서 쫓겨나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으니 애종으로 하면 될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어떤 시호가 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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