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추문에 휩싸인 인사들의 과거 언동(言動)은 어땠을까? '월간조선'은 그들의 발언을 한데 모아 정리해 보았다. 이들 중 시인 고은씨와 이윤택 감독, 신부인 한만삼씨의 경우, 정치색이 짙은 발언 등을 한 적이 있으며 조민기씨는 정치적인 의사만 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 시인 고은 “우리 정부가 얼마나 구역질 나는 정부인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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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가 박근혜 정부 비판이다. 고씨는 2016년 12월 ‘S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보도에 대해 “영광”이라면서 “우리 정부가 얼마나 구역질 나는 정부인가 알 수 있다. 아주 천박한 야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박정희 유신 때부터 있었던 반체제, 전두환 때도 늘 반대해 오니까 상시적으로 (블랙리스트에) 넣은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2010년 6월 18일 자 ‘한겨레’에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시를 기고한 적도 있다.
고은씨는 북한 인권에 대해서도 방관하는 입장을 보였다. 2009년 8월 24일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선생의 시는 김정일의 칭찬을 받았고, 북한 풍경이나 인정에 대해서 묘사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북한 주민의 고통을 노래한 적이 있나”라는 물음에 고씨는 “서울의 달동네도 마찬가지다. 북한만 그런 게 아니라, 거기도 참담한 삶이 있다. 우리 대통령이 도시 빈민을 어떻게 다 해결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북한 주민의 참상에 대한 자료는 많고 자주 보도됐다. 당장 우리 주변에는 이를 증언할 탈북자들이 1만5000명이 넘는다”고 묻자 그는 “일일이 지적해서 남북 관계에서 무슨 기여를 하는가.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개선해 줄 아무런 힘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1년 초 이른바 중동의 ‘재스민 혁명’ 당시 성난 민중에 의해 살해된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를 칭송하는 글을 쓴 적도 있다. 고씨는 1989년 1월 15일 자 ‘한겨레신문’에 ‘무하마르 카다피 대령에게’란 제하의 칼럼을 썼다.
이 글에서 고씨는 “당신(카다피)은 까딱했으면 지난 86년 ‘레이건 람보’한테 죽을 뻔했다. … 레이건 씨는 당신한테 ‘천하의 미친놈’이라고 욕을 퍼부어 대다가 그런 돌연한 공격을 안긴 것이다… 미국의 책임이 더 크다고 세상이 말하고 있다”고 썼다. 고은씨는 “이번에 또 한 번 ‘화가 치밀어’ 미 해군기가 리비아기를 격추시켰다. 자기네 화학무기는 제쳐두고 리비아 화학무기 생산을 트집 잡아 이런 폭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미국을 비난했다.
고씨는 “카다피 씨,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미국과의 적대관계 청산을 제의하고 있다. 참 잘하는 일이다. … 당신이 아직도 대령 계급장을 고수하는 괴벽을 퍽 고무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라고 했다. 미국에 대한 비난은 계속 이어진다.
<미국이 ‘세계 경찰국가’의 못된 패권으로부터 그들 자신의 도덕을 회복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미국의 한 신문은 앞으로 미국은 아시아에서도 군사훈련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팀 스피리트 훈련이 해마다 실시되고 있는 터여서 동아시아 역사 발전의 기초가 되는 긴장완화에 크게 해로운 것이 되고 있습니다.>
고씨는 “며칠 전 파리에서 화학무기 회의(1989년 1월 11일 파리에서 열린 파리 국제화학무기회의에서 채택된 화학무기금지선언문을 가리킴-주)가 있었다. 리비아도 화학무기 생산의 오해를 씻어버리겠다고 했으니 마땅히 미국도 폐기해야 한다. 화학무기와 다름없는 한국의 악질, 최루탄 생산도 중지해야 한다”며 한국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했다. 한국의 안보에 직결되는 팀 스피리트 훈련을 비판하고 합법적인 최루탄을 불법적인 화학무기와 동격으로 취급한 셈이다.
카다피는 미국을 겨냥한 테러를 자행했었다. 1979년 미국 대사관에 방화 사건이 발생, 미국은 1980년 리비아와 단교를 하고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렸다. 1986년 카다피는 테러리스트에게 지시해 서베를린의 디스코텍을 폭파, 미군 2명이 죽고 79명이 부상당하는 일도 자행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리비아의 트리폴리를 폭격한 것이다.
카다피는 미국을 겨냥한 테러를 자행했었다. 1979년 미국 대사관에 방화 사건이 발생, 미국은 1980년 리비아와 단교를 하고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렸다. 1986년 카다피는 테러리스트에게 지시해 서베를린의 디스코텍을 폭파, 미군 2명이 죽고 79명이 부상당하는 일도 자행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리비아의 트리폴리를 폭격한 것이다.
카다피가 미국을 겨냥해 자행한 최악의 테러는 팬암기 폭파테러다. 1988년 12월 21일, 런던에서 뉴욕으로 향하던 팬암기 103편 여객기가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을 지날 때 공중폭파 됐다. 카다피가 테러리스트들에게 지시해 벌인 일이었다. 이 사고로 승무원과 승객 259명, 지상에 있던 11명 등 총 270명이 사망했다.
당시 미국과 영국은 테러의 배후를 카다피로 보고 테러범의 신병인도를 요구했지만, 카다피는 10년 넘게 이를 거부했다. 2000년, 리비아는 팬암기 테러의 두 용의자를 영국에 인도했다. 테러의 배후가 카다피임을 인정한 셈이다. 고은씨는 이러한 배경을 사실상 묵살한 채 독재자를 미화하고, 미국을 일방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 이윤택 "개판의 시대에는 깽판으로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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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 사회가 종합적으로 말해서 정치적인 영역의 언어들이 문화에 영향을 미친단 말이에요. 이 자체가 사실은 야만적인 상태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문화는 문화대로 독립된 영역인데 정치적인 어떤 행위가 문화적인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옳지 못한 것”이라며 “저는 이런 자체가 잘못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검열시대가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이런 식의 검열이 또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셨나요”란 질문에 “그렇죠”라며 “검열의 형태가 다를 뿐이죠. 1970년대에는 오히려 물리적인 위해가 있었기 때문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정당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방법이 너무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더 치명적인 위해일 수도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때는 데려다가 눈에 보이게 때렸으니까 ‘나 멍 들었소’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은 훨씬 더 교묘해진 겁니까”라고 묻자 “그렇죠”라고 답하기도 했다.
2016년 2월 12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열린 ‘연희단거리패’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연극이 연극답지 못하다”고 진단하면서 그 원인으로 ‘좌우 이데올로기의 굴레’ ‘담론이 사라지고 새로운 잡설만 무성한 대중제일주의’ ‘(공공)지원에 의존’적인 연극계 현실을 꼽았다.
이 감독은 “더는 우리를 좌우의 이데올로기로 묶지 말라”며 “연극을 시작할 때부터 검열받았지만 21세기 연극은 좌우의 이데올로기를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제대로 싸워보겠다”며 “싸움의 방법은 블랙유머”라고 했다. 이어 “20세기라면 비장하게 싸우겠지만, 21세기에는 비장하게 싸울 상대가 없다. 개판의 시대에는 깽판으로 가겠다. 소극장에서 대단히 재미있고 화끈하고 불편한 연극으로 저항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2017년 2월호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박 대통령의 논리는 제가 1980년대 신문기자 시절 계엄사 보도처에서 만난 육군 소령의 논리와 똑같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기도 했다.
<쿠데타에 나선 군인들 머릿속에는 민중이나 시민이 없거든요. 목숨을 걸었기에 자신들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게 무조건 정의인 겁니다. 그 결과물이 시민에게 엄청난 손해를 줘도 미안함은 있을지언정 죄의식이 없어요. 내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으니 ‘나는 죄가 없다’는 거죠. 그게 바로 파라노이아(paranoia), 자폐증 환자 내지 편집광의 논리죠. 5·16 이후 한국 사회의 한 축을 이끌어온 게 바로 그런 독선 내지 편집광이에요.>
■ 한만삼씨 “우리 사회는 은폐와 뻔뻔함으로 일관한 카인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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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28일 저녁 수원역 광장에서 열렸던·수원촛불문화제에서 그는 고 백남기씨의 죽음에 대해 "목숨을 잃어버린 억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오히려 진실을 덮으려는, 국민을 개돼지보다 못한 존재로, 국민을 하나의 수단으로 보는 박근혜 정권의 사악함에 소름이 돋아오를 정도"라며 박근혜 정부를 맹비난했다.
한씨는 2016년 4월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연 미사에서도 성경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가지고 박근혜 정권과 ‘기득권 언론’ 등을 맹렬히 비난했다.
“주님께서 ‘네 자녀 세월호 아이들은 어디 있느냐’고 물으시자, 그들은 한목소리로 ‘모릅니다. 제가 세월호 아이들을 지키는 사람입니까’라고 외쳤다.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느냐. 들어보아라. 네 자녀의 살려달라는 숨소리가 진도 앞바다에서 아직도 나에게 들리고 있다.’”
한씨는 “우리 사회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지 않고 은폐와 뻔뻔함으로 일관한 카인의 사회”라면서 “무죄한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은 우리들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그리스도처럼 우리 사회의 죄를 대신해 바다에 묻힌 또 다른 십자가 죽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2000년 전 불의한 인간들에게 잡혀 십자가에 못 박힌 주님의 죽음과 부활의 증인이듯이, 2주기를 맞이한 세월호 학살의 살아 있는 증인”이라고 사실상 선동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한씨는 2013년 11월 6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연 ‘쌍용차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이 땅의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미사’를 집전했다. 이날 미사에서 그는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저지르지 않습니다”라는 주제로 강론을 했다.
한씨는 이 자리에서 “인간에게는 양심이라는 빛이 있다”며 “양심은 인간 생활의 도덕적 자원이지만 양심의 의무감을 강조할 땐 그리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 보이지만 양심은 개인의 욕망이 전체적인 힘과 대립할 때보다 한 충동이 다른 충동과 맞설 때 더욱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그는 “악이라는 구조가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때 거짓과 불의가 탐욕에 젖어 권력을 휘두를 때 선함의 양심은 더욱 강하게 악함과 충돌하여 빛을 뿜어나게 한다”면서 “어둠이 깊어갈 때 빛이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거짓이 깊어갈 때 양심 또한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또 “이웃에게 악을 저지르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된 사랑”이라면서 “권력과 힘을 지닌 이들이 사랑을 말하고 섬김을 말하고 정의를 말한다 할지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폭행과 거짓과 악행을 일삼는 자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행실로서 보이는 자들일 뿐이며, 양심, 즉 선량한 마음을 사랑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정의를 실천해 나가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배우 조민기 "꺼지지 않는 촛불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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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연극연출가 윤호진, 배우 오태석, 사진작가 배병우씨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정치적(혹은 소신) 발언을 한 기록은 발견할 수 없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