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 6일 전인 9일 0시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된다. 공직선거법 제256조에 따르면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 마감 시각까지 선거에 관하여 정당에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모의투표, 인기투표에 의한 경우 포함)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하여 보도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9일~1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총선이 끝난 후에 공개할 수 있다.

 

수많은 부동층이 대부분 선거 전 이 기간에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만큼 이 조항은 ‘깜깜이선거’를 조장하고 인터넷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지금처럼 온라인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으며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시대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다.

 

선거법에 이 같은 조항이 들어간 이유는 밴드왜건 효과와 언더독 효과(아래 박스 참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8일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를 알리며 “금지 기간에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 혹은 보도되면 선거인의 진의를 왜곡시킬 수 있고, 불공정하거나 부정확한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될 경우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선거 직전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지하는 나라는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한국 외에는 프랑스 정도다. 위헌논란도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8년 5월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되면 부동층의 표에 영향을 미치게 돼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게 된다”며 해당 조항의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22년이 지난 지금은 시대상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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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왜건 효과와 언더독 효과

 

밴드왜건 효과와 언더독 효과는 심리학 용어지만 유권자들의 투표행위를 분석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밴드왜건 효과는 퍼레이드의 맨 앞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악대차(樂隊車:bandwagon)에서 유래한 용어다. 밴드왜건이 요란한 연주로 시선을 끌면 사람들은 그 뒤를 우르르 쫓아가고, 이처럼 유행에 동조해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뜻한다. 경제학에서 소비심리를 언급할 때도 사용된다. 이 경우 반댓말은 스놉 효과(snob effect)다. 속물(snob)은 타인이 환호하는 데 동조하지 않고 고고하게 물러서 있다는 뜻이다.
정치학에서 밴드왜건 효과는 자신이 원래 지지하지 않는 후보라도 우세한 후보, 승산이 있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심리다. 내 표를 사표(死票)로 만드느니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것이다. 이 경우 반댓말은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다. 언더독 효과는 강자인 탑독(topdog)과 약자인 언더독 중 사람들이 약자라고 믿는 주체를 응원하게 되는 현상, 또는 약자로 연출된 주체에게 부여하는 심리적 애착을 의미한다. 열세에 있는 후보를 응원하는 것이다. 언더독이 탑독을 이길 때 얻게 되는 극적인 쾌감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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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공표금지는 2000년대 이후 매번 선거 국면에서 논란이 돼 왔다. 유권자의 눈을 가려 알 권리를 막는 것은 물론, 밴드왜건 효과와 언더독 효과가 둘 다 작용한다면 굳이 여론조사 결과를 숨겨야 하느냐는 것이다. 두 효과는 사실상 투표행위에서 큰 영향가 없다는 주장도 많다. 또 대선과 달리 총선에서는 부동층이 많고 정보가 부족한 만큼 여론조사 결과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론조사 공표금지는 갈수록 역효과를 낳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가 전 세대에 일상화되면서 이 기간동안 온라인에서는 확인되지 않는 각종 설(說)과 가짜뉴스들이 횡행한다. 공정성을 위해 도입된 법의 목적과 반대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조항 존폐 여부를 공론화할 시점이 왔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