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으로 인한 국내 마스크 부족 문제를 개성공단 재가동으로 해결하자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9일 자 사설을 통해 개성공단에서 매월 마스크를 100만장 생산할 수 있다며 개성공단 재가동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또 같은 주장을 하던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을 인터뷰했다. 김 이사장은 해당 인터뷰에서 “방역 물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곳은 개성공단이 세계에서 유일하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개성공단 재개 이유를 강조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박광온, 설훈 의원은 “개성공단을 재개해 마스크 생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개성공단을 통한 평화경제가 코로나19 극복과 우리 경제를 위한 주력 방안이 될 것이라 믿고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설 의원은 “개성공단에서는 KF94, KF80 등급의 마스크 생산이 가능하고 섬유 기업은 73개사나 된다”며 “남북이 협력해서 개성공단 가동으로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다면 마스크 품귀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막힌 남북관계 개선에도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이들의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 따르면 국내 1일 마스크 생산량은 1000만장이다. 경제활동 인구 2800만명이 하루에 1장씩 마스크를 쓴다고 가정할 경우 약 1800만장을 공급할 여력이 없다는 얘기다. 한 달로 따지면 5억4000만장이 부족한 셈이다.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들은 급증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설비를 확충하는 데 3~4개월이 걸리고, 중국에서 들여오는 원자재 수량이 급감해 단기간에 마스크를 증산하기 어렵다고 한다. 즉, 개성공단을 가동하더라도 마스크 생산 증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얘기다.

가동한다고 해도 그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앞선 김진향 이사장 주장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방역 마스크 생산업체가 개성공단에서 생산할 수 있는 마스크 수량은 한 달에 100만장이다. 낙관적으로 계산해도 개성공단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방역 마스크는 하루에 3만~4만장 수준이란 얘기다. 하루에 1800만장이 부족한 상황에서 많아야 4만장을 생산하는 시설이 그렇게 의미가 있을까. 국내 공급 부족분의 ‘0.185%’에 불과한 마스크를 공급하기 위해 군사·안보적 부작용이 큰 개성공단을 재가동하자고 주장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개성공단 봉제업체들이 생산할 수 있는 ‘면 마스크’는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품목이 아니고,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란 점을 감안하면 마스크 생산을 명목으로 한 ‘개성공단 재가동’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