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바른미래당 의원인 안철수씨가 27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만나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장’은 자신이 맡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귀국 이후 뜻 모를 ‘중도’를 표방해왔던 안씨가 이미 ‘4+1 협의체’에 참여해 더불어민주당의 ‘2중대’란 비판을 받은 바른미래당에 돌아가겠다는 의향을 밝힌 셈이다. 자유한국당과의 ‘연대’ 여부에 대해서는 “100번 정도 같은 질문을 받는데 녹음기를 들고 올 걸 그랬다”며 “같은 이야기 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안철수씨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손학규 대표와 만나 40여분간 비공개 대화를 나눴다. 비공개 대화에 앞서 한 모두발언에서 안씨는 “귀국 전부터 예정된 일정이 있어서 그 일정을 다 치르고 오늘 당에 인사를 드리러 왔다”고 했다. 손 대표는 “안 대표에 대한 기대가 조금 줄어든 면이 있기는 하지만 참신하고 정직하고 올바른 정치가 서야 한다는 면에서 안 대표와 같은 새로운 정치인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화답했다.

이렇게 시작된 비공개 대화 이후 기자들과 만난 안철수씨는 “어려움에 처해있는 당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그 활로에 대해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내일 의원단 (오찬) 모임이 있어서 그전까지 고민해보시고 답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안철수씨가 먼저 자리를 뜨고 나서 10분 뒤 기자들과 만난 손학규 대표는 “(안철수씨가) 지도체제 개편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그 대안으로 비대위 구성과 재신임 여부 등에 대한 전 당원 투표 등을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대위를 누구한테 맡길 거냐고 했더니 자기한테 맡겨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며 “안 전 의원이 지금 답을 주지 말고, 내일 의원들 모임 있을 때까지 고민해보고 답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안철수씨가 사실상 ‘손학규 퇴진’을 요구한 셈이지만, 손학규 대표가 사퇴할 가능성은 작다. 손 대표는 안씨 제안에 대해 “예전에 유승민계에서 했던 이야기와 다른 부분이 거의 없다. 지도체제 개편을 해야 하는 이유나 구체적인 방안이 없었고, 왜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하는지에 대한 것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