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위기는 더 이상 통계 속 숫자가 아니다.

교수와 조교가 학생 대신 시험을 치르고, 답안지를 작성해 주다 법정에 서는 일이 현실이 됐다. 지난 22일 법원의 판결로 알려진 광주 한 사립대의 ‘대리 시험’ 사건은 지방대가 처한 위기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사건에서 교수 3명과 조교 1명은 학생들이 중간·기말고사를 치르지 않자, 재적 기준을 맞추기 위해 직접 답안지를 작성했다. 광주지방법원은 최근 이들에게 업무방해 및 업무방해 방조 혐의를 인정해 벌금 150만~6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학과 존폐 압박이 있었다 하더라도 불법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그 배경이 지나치게 구조적이다.

가라앉는 지방 4년제 대학

광주 사립대 사건의 본질은 분명하다.

학생 수가 줄면 학과가 사라지고, 학과가 사라지면 대학이 흔들리는 구조 속에서 성적은 교육의 결과가 아니라 생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지방대학 현장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학생 확보가 곧 존립의 조건”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오가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방대에선 성적 관리가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존폐의 문제로 바뀌었다. 광주 사건은 그 압박이 어디까지 사람을 몰아붙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실제로 수사 과정에서는 일부 학생이 해당 비위를 빌미로 ‘고발하지 않겠다’며 교수들에게 금품을 요구한 정황도 확인됐다. 성적이 생존의 도구로 변질되자, 교육의 신뢰는 물론 대학 공동체의 질서까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지방 4년제 대학의 위기는 느리지만 깊다.

재학생 충원율이 70%대로 떨어진 대학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학원·연구비·국책사업 등으로 당장 문을 닫을 정도의 압박은 받지 않는다. 이 ‘완충 장치’가 오히려 위기를 가리는 역할을 한다.

대구·경북을 포함한 비수도권 다수 4년제 대학에서는 여전히 “조금만 더 버텨보자”는 인식이 강하다. 학과는 그대로 유지되고, 정원 감축은 미뤄진다. 수도권 대학과의 격차는 구조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도, 위기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

한 지방 국립대 교수의 말이다.

“아직 배가 가라앉고 있다는 실감이 없다. 하지만 수면 위에 떠 있는 시간이 길수록, 나중에 빠져나오기 더 어렵다.”

지방 4년제 대학의 가장 큰 위험은 학생 감소 그 자체가 아니라, ‘시간이 남아 있다’는 착각이다.

물론 일부 대학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연구 중심 대학이라는 허상을 내려놓고 지역 산업·지역 문제 해결형 대학으로 전환하거나, 의대·간호·AI·반도체 등 일부 학과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 지방 4년제 대학은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살릴 것인지에 대한 결단을 미루고 있다.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개혁을 늦추는 역설이 작동하고 있다.

먼저 흔들린 지방 전문대

지방 전문대의 위기는 훨씬 빠르고 직접적이다.

신입생이 줄면 곧바로 재정 위기로 이어진다. 대학원이나 연구비 같은 완충 장치도 없다. 학과 하나가 사라지면 학교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다.

이미 지방 전문대에서는 전임교원 감축, 학과 통폐합, 시간강사 중심 운영이 ‘위기 대응’이 아니라 일상적인 운영 방식이 됐다. 충원율 60%대, 심지어 50% 이하인 학교도 적지 않다.

한 전문대 총장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버티는 시간이 없다. 없으면 끝이다.”

역설적으로, 지방 전문대는 위기를 가장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변화도 빠르다. ▲지역 산업과 직접 결합한 학과 개편 ▲19세 신입생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30~50대 재직자·전직자 교육으로 전환 ▲‘학과’ 대신 단기 직무 트랙·마이크로 디그리 도입 등 일부 전문대는 신입생 수는 줄었지만, 평생교육·재직자 교육을 통해 재정 균형을 유지하는 모델을 만들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같은 위기, 다른 위험

지방 4년제와 전문대의 차이는 명확하다. 지방 4년제는 느리게 가라앉고, 지방 전문대는 빠르게 무너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방 4년제의 가장 큰 위험은 위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전문대는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전략을 낳는다.”

지방대 위기의 본질은 학생 수 감소가 아니다. 문제는 대학 체제가 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원 유지에 집착하는 정책, 수도권 중심의 서열 구조, 지역 산업과 단절된 교육 내용이 유지되는 한, 지방대의 생존은 누군가의 소멸을 전제로 한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광주 사립대 사건은 그 경고음이다.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가 먼저 무너질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먼저 바꿀 것인가의 문제다. 지방대의 미래는 이미 선택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