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세관 마약 반입 의혹 사건을 둘러싸고 임은정 검사장과 백해룡 경정 사이의 수사 결론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정치권과 지지층의 반응이 겹치며 사건을 둘러싼 갈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번 논란의 한가운데에는 임은정 검사장과 백해룡 경정은 ‘기존 권력과 조직 내부를 비판해 온 상징적 인물’이라는 이미지로 개딸로 통칭하는 강성 여권 지지층의 기대를 한몸에 받아왔다.

임 검사장은 검찰 내부 비위와 감찰 문제, 조직 문화에 대해 공개 발언을 이어오며 검찰 조직의 자정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 개혁 국면에서는 검찰 조직의 저항과 내부 갈등을 드러내는 상징적 인물로 부각됐고,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검찰 개혁을 내부에서 밀어붙여 온 검사’로 인식돼 왔다.

백 경정 역시 경찰 조직 내부 문제를 외부에 알리는 발언을 이어온 인물이다. 그는 2023년 인천세관 마약 반입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며, 윤석열 정부와 검찰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고 있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검찰과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강한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호응을 얻었다.

정치 쟁점으로 번진 청문회 발언

백해룡 경정은 2024년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이른바 ‘관봉권 띠지’ 관련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건진법사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과 인천세관 마약 반입 의혹을 연결 지으며 검찰의 조직적 은폐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발언은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됐다.

관봉권 관리 방식과 관련해 한국은행은 “관봉권은 수량만 확인할 뿐 일련번호를 기록하지 않으며, 문제가 된 관봉권은 시중에서 회수된 구권을 재공급한 사용권으로 추적이 어렵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은 정치권과 온라인 공간에서 이어졌다.

정권 교체 직후 이재명 대통령은 임은정 검사장이 지휘하던 인천세관 마약 반입 의혹 사건 합동수사단에 백 경정을 합류시키도록 지시했다. 검찰과 경찰 조직 내에서 각각 문제 제기 성향으로 알려진 두 인물이 한 수사팀에 배치되면서, 이 사건은 정권 교체 이후 상징적 합동수사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이 조치를 공개적으로 환영했다. 인천세관 마약 반입 의혹이 기존 수사와는 다른 방향에서 규명될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제기됐다.

엇갈린 수사 결론

그러나 합동수사단 출범 약 두 달 뒤, 임은정 수사단장은 공식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인천세관이 마약 밀반입을 도왔다는 주장은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수사단에 따르면, 마약 운반책들이 세관 협조자로 지목한 인물 가운데 일부는 사건 당일 휴가 중이었고, “제복을 입고 있었다”고 진술된 인물들은 사복 근무조로 확인됐다. 마약이 통과됐다고 지목된 검색대 역시 사건 당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운반책들 사이에서 “세관원이 도와줬다고 진술을 맞추자”는 취지의 공모 정황이 담긴 영상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수사 결과 발표 이후 백 경정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수사 방식과 판단에 문제가 있다며 임 수사단장의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민주당 지지자들과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백 경정의 주장을 지지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사진=TV조선 캡처

인천세관 마약 반입 의혹과 김건희 개입 주장

인천세관 마약 반입 의혹은 2023년 초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해외에서 반입된 마약 사건을 계기로 불거졌다. 수사의 출발점은 말레이시아 국적 마약 운반책들이 검거된 뒤 조사 과정에서 “세관 관계자의 도움으로 마약이 통관됐다”고 진술한 데 있었다.

이 사건은 이후 정치적 쟁점으로 확대됐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민주당 지지자들,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마약 반입 과정에 당시 윤석열 정부 핵심 인사 또는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가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주장은 ▲마약 운반책들의 세관 협조 진술 ▲관봉권 띠지 분실 논란 ▲검찰 수사 과정에 대한 불신 등을 근거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일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확산됐다. 특히 “마약 자금이 정치적 목적에 사용됐을 가능성”이나 “정권 차원의 조직적 범죄”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합동수사단의 공식 수사 결과에서는 김건희 여사 또는 청와대·정부 고위 인사의 개입을 입증할 만한 물증이나 진술은 확인되지 않았다. 수사단은 마약 운반책들이 지목한 세관 협조자 상당수가 사건 당일 근무하지 않았거나, 진술 내용이 사실과 다른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운반책들 사이에서 허위 진술을 맞추려 한 정황이 담긴 영상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세관의 조직적 공모나 정권 차원의 개입 가능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 역시 수사 대상이 됐으나, 연결 고리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수사단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과 온라인 공간에서는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인천세관 마약 반입 의혹은 사법적 판단을 넘어 정치·여론 공방의 소재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와 수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수사 주체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마약 반입 의혹이라는 중대한 사안의 진상 규명이 지연되고 그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건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수사의 본래 목적이라는 점에서, 수사 기관 간 충돌로 인한 혼선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