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섭 자유한국당 조직부총장 “김영춘 대권도전? 지역구 건물에 널린 임대광고 봤다면 못할 소리” : 월간조선

부산·경남(PK) 지역은 올해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바람이 상당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때 모두 18석이 걸린 정치적 불모지 부산에서 5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 진행된 국회의원 재보선 때 부산 해운대을에서 당선된 윤준호 의원까지 포함하면 부산지역 민주당 소속의원은 총 6명이다.

자유한국당은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PK 승리를 거머쥐어야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재집권할 수 있다고 보고, 본격적인 총선 채비에 들어갔다.

원영섭 자유한국당 조직부총장이 86세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으로 현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김영춘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진구갑에 도전장을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PK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세는 2018년 지방선거 때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이긴 하지만 조국 전 법무장관, 유재수 전 부산시경제부시장 관련 논란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진 것이다.

2019년의 마지막 날 원영섭 부총장을 만났다. 부산의 민심, 서울을 떠나 부산으로 출마하는 이유, 자유한국당의 공천 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였다.

-서울 관악갑 당협위원장이었는데, 갑자기 민주당 김영춘 의원에게 도전장을 냈습니다.

“부산진구가 고향이고, 본가도 그 곳에 있습니다. 쉬운 선거를 치르기 위해 부산으로 간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실세와 맞붙는다고 하는 게 과연 꽃길일까요. 부산 지역 현역의원들의 불출마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쉬운 길 가려 했다면 경쟁자가 없는 지역에 출마했을 겁니다. 김영춘이라는 상징적인 사람부터 꺾어야 PK 지역 탈환이 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이 지역에 나가기로 한 겁니다.”

-현역인 김영춘 의원이 만만한 정치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서면 로터리를 갔는데, 임대가 붙은 가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처음 보는 장면이었죠. 서면로터리는 핵심 상권이거든요. 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론을 바탕으로 반(反)시장·반기업·친(親)귀족노조 정책을 펼치면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무너진 것이죠. 김영춘 의원께서 한 인터넷 방송에 나와 ‘부익부 빈익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우리의 사명으로 삼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통해 열심히 했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강한 상대이지만 주민들이 잘 판단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김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실세인데, 지역구 관리를 잘 하지 않았을까요.

“지역구를 돌면서 그런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습니다. 주민들은 김 의원에게도 지역 경제가 어려워진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 같았습니다. 서면 로터리의 비극의 책임이 현 정부 실세인 김 의원에게도 있다는 것이죠.”

-김 의원은 대선에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요.

“김영춘 의원님께 묻고 싶습니다. 과연 서면 로터리에 임대 표시는 보셨는지요. 지역은 망해 가는데, 대권을 이야기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지역구 하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분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겁니까.”

김 의원은 2019년 11월 26일 다음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산하 민주연구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의사소통TV'에 나와 이같이 밝혔다. 민주연구원은 김 의원의 대선 도전 발언을 소개하는 보도 자료까지 냈다. 다음 대선이 2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현역 의원이 대선 도전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이례적이다.

김 의원은 “통일선진강국을 만드는 그런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면 목숨을 버리더라도, 행복을 포기하더라도 도전하는 것이 정치인의 숙명”이라고 했다.

-지역은 자주 내려갑니까.

“당직을 맡고 있어서, 평일은 잘 못 가지만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동안에는 꼭 지역에서 활동합니다. 주민들께서도 당직을 맡고 있으니까 이해를 해주시는 편입니다.”

-당직 이야기가 나와서 묻습니다. 조직부총장은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간사 역할을 맡는데 한국당의 공천 작업은 언제 시작합니까.

“당헌 당규상 2019년 12월 17일까지 공관위 구성을 완료했어야 했는데 패스트트랙 등의 문제로 하지 못했습니다. 1월부터는 액셀 (accelerator)을 밟을 것 입니다.”

조직부총장은 총선 공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당 안팎에서는 핵심 자리로 통한다.

-친황(친황교안)입니까.

“저는 계파가 없는 사람입니다. 20대 총선 때도 이력서와 면접으로만 관악갑 공천장을 받았죠. 저를 조직부총장으로 추천한 분이 한선교 의원님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무총장 때 저에게 조직부총장직을 제안하셨죠. 재미있는 사실은 제가 한 의원님과도 특별한 인연이 없는 것입니다. 전화번호도 몰랐죠.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한 의원님이셨죠. 아마 모르는 번호라고 안 받았다면 조직부총장이 안 됐을 겁니다.”

계파 이야기에 울컥했는지 원 부총장이 말을 이었다.

“정치권에서 계파가 없다는 게 정말 얼마나 힘든 것인지 깨닫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제가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험지 중에 험지인 관악갑에 공천을 받았잖아요. 정말 열심히 뛰었습니다. 낙선하긴 했지만 우리당 성향의 김성식(국민의당)의원이 있었음에도 20%가 넘는 득표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선거 후 당에서 저를 잘못된 공천 사례로 꼽더군요. 텃밭인 대구, 강남에서 패배한 분들도 계셨는데, 험지에서 진 저만 잘못 공천을 준 사람으로 몰아세웠죠. 그때 서럽더라고요. 제가 계파에 속했다면 ‘과연 이렇게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건축학도인데, 사법고시를 보고 법조인이 됐네요.

“건축이라는 게 법과 제도 때문에 막히는 경우가 너무 많더군요. 원래 건축학도 대부분은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1852~1926)가 지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같은 건물을 짓고 싶어하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법과 제도 때문에 이런 건축물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을 제정, 수정하는 일을 하고 싶었죠. 그래서 사법고시를 본 것입니다. 정치를 하기 위해서였죠.”

원 부총장의 이야기다.

“제 나이나 학번(78년 1월 생․96학번)의 사람들은 정치에서 멀어졌습니다. IMF를 겪으면서 집단에서 개인의 시대로 바뀌었죠. 지금 86세대(1980년대 대학생이었던 1960년대생)들이 지금까지도 정치권에서 전무후무한 힘과 규모를 자랑할 수 있는 것은 40대 초반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죠. 새로운 인물이 정치권에 유입되지 않다 보니 86세대가 계속 중심에 있는데, 이 분들은 IMF 이전 그러니까 과거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분들입니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