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자유한국당 "나를 밟고 가라"와 2006 한나라당 "헌법을 밟고 가라" : 월간조선

자유한국당이 여당의 예산안 '날치기' 통과에 항의, 무기한 농성에 나서면서 "나를 밟고 가라"는 글귀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예산안에 이어 선거법과 공수처법까지 밀어붙이기로 강행하려는 것이 "좌파독재 완성을 위한 의회 쿠데타"라며 이를 막아내기 위해 비상한 각오로 총력 투쟁을 하겠다는 뜻이다.

당 안팎에서 '나를 밟고 가라'는 문구가 참신하고 결의에 차 있다는 평가와 어디선가 본 듯하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 문구의 원조는 2006년 한나라당이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강재섭, 원내대표는 김형오였다.

2006년 한나라당이 국회 본회의장 앞에 쌓아놓은 헌법전. 사진=조선DB

2006년 12월 당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에 반대하던 한나라당은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농성하며 회의장 출입문 앞에 헌법전을 쌓고 ‘헌법을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라고 적어 놓았다. 헌법이라고 적힌 종이도 바닥에 깔았다. 설마 헌법을 밟고 지나가겠냐는 것이었다.

2006년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헌법전을 치우며 본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조선DB

그러나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법전을 치우며 입장했고, 이 과정에서 법전이 발에 채였다. 헌법이라고 적힌 종이가 밟히고 훼손된 것은 물론이다. 결국 임명동의안 처리는 불발됐고 전 후보자는 사퇴했다.

한국당의 농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당 내에서는 "밟고 가라면 (여당은) 밟고 갈 것이 뻔하지 않느냐"며 농성 회의론도 나온다. 예산안 통과를 막지 못한 데 이어 선거법과 공수처법도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어서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임시국회가 열리는 13일에도 협상을 계속할 예정이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