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임명 때는 윤석열에게 "권력 눈치 보지 마라"...'조국 수사'로 코너에 몰린 지금은 "성찰해야" : 월간조선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른바 ‘문재인 지지자’들이 검찰의 ‘조국 일가 수사’에 대해 반발하는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이 29일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윤석열 총장은 ‘검찰개혁에 관한 검찰총장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검찰 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검찰은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이러한 입장을 수차례 명확히 밝혀왔고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윤석열 총장의 입장문은 전날 자칭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가 서울특별시 서초구 대검찰청 인근에서 조국을 옹호하고,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 것에 대한 답변으로 보인다. 이 입장문을 통해 윤 총장은 ‘검찰 개혁’은 ‘조국 수사’와 별개란 점을 못박았다고 할 수 있다. 또 ‘검찰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 또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압력이 아니라 입법 권한을 지닌 국회의 결정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이 원하는 ‘검찰 개혁’은 ‘성역없는 수사와 처벌’을 위한 작업이다. 적법한 검찰의 수사를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법무부 장관 관련 사안이라고 해서 흐지부지 넘기라고 하는 건 '검찰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검찰을 ‘권력의 충견’으로 여기는 걸 자인하는 것과 같다.

윤석열 총장의 이력을 봤을 때 문재인 대통령, 이해찬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문재인 지지자들이 검찰을 압박해도 ‘조국 일가 수사’는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들 주장대로 대검찰청 앞에 200만명이 모여들어 '조국'을 외치고, '검찰 개혁'을 부르짖어도 그의 성향을 감안하면 소용없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2003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와 강금원씨를 구속수사했다. 안씨는 노 전 대통령의 불법 대선 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관여한 인사다. 강씨는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다.

윤석열 총장은 2013년에는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을 뒤흔들 수 있는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으로 활동하면서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의 ‘부당한 수사권 지휘’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공격이었다.

윤석렬 총장은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박영수 특별검사 휘하의 수사팀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처럼 윤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과 상대하면서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애초에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이후 파격적으로 윤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 앉힌 것도 이를 높게 봤기 때문이다.

두 달 전,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권력형 비리에 대해 정말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았는데 그런 자세를 끝까지 지켜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총장이 오늘 내놓은 입장문은 2개월 전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자신에게 한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마라”는 당부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는 다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