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건물붕괴 사망사고... 서울시가 도입한 철거심의제 효과 유명무실 : 월간조선

2017년 서울 낙원동 건물붕괴로 2명이 숨진 후 서울시가 철거심의제 및 전문감리인상주제를 도입했지만 또 사망사고가 발생, 이들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붕괴되면서 사망 1명 등 4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역시 철거심의위원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잠원동 붕괴현장에서 경찰과 전문업체, 국립과학수사원 등이 현장조사에 나선 결과 철거업체가 건물 지지대격인 계단을 먼저 부순 점, 철거 후 폐자재를 쌓아둔 점, 잭서포트(지지대)를 설치하지 않았던 점 등을 붕괴 및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현장조사에 참석한 시공업체 대표 A씨는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7일 <월간조선>에 "낙원동 사고 이후 철거심의제가 도입됐지만 제대로 운용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씨는 "철거업체가 잭서포트(지지대) 설치와 감리인 상주를 하겠다고 (구청에) 신고했지만 이를 행하지 않았다"며 "잭서포트가 있었으면 이처럼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7년 1월 2명의 사망자를 낸 낙원동 붕괴사고 이후 '서울시 건축조례'를 개정해 사전 철거심의제와 상주감리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지상 5층 또는 높이 13m 이상 철거 공사, 지하 2층 또는 깊이 5m 이상 철거 공사 등을 할 때는 사전에 자치구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심의위원회는 공무원과 건축구조기술사 등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다. 조례는 또 전문감리인을 상주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항은 법이 아닌 조례로 규정돼 있어 강제성이 없다. 실제로 잠원동 건물에는 잭서포트도, 감리인도 없었다. 철거업체는 공사 시작에 앞서 ‘잭서포트를 설치하고 감리인을 상주시켜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철거공사 계획서를 서초구에 제출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2017년 낙원동 사고 이후 서울시가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조례만 시행중이고 실제 법은 내년부터 시행이라 지금 업체들이 심의통과 내용과 감리인 상주 등의 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호소했다. 관련법은 올 4월 관련 법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5월 시행되지만 법 시행 전까지는 이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그는 또 "철거심의제도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라 구청이 내용을 분석해서 허가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건축물 재난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철거공사장 사고건수는 2015년 4건, 2016년 5건, 2017년 5건, 지난해 3건, 올해 1건 등 18건이다. 2017년 1월7일 종로구 낙원동에서 지상1층 슬래브가 붕괴되면서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이후로도 2017년 4월22일 강남구 역삼동 지하1층 슬래브 붕괴(부상 2명), 2017년 12월28일 강서구 등촌동 이동식크레인 전도(사망 1명, 경상 1명), 지난해 3월31일 강동구 천호동 굴삭기 전도(부상 2명), 지난해 6월16일 동작구 신대방동 지상 4층 슬래브 철거중 저층부 붕괴(부상 1명) 등 인명사고가 계속됐다.

경찰은 6일부터 건물 건축주와 철거업체 관계자, 인부 등 공사 관련자와 서초구청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과실이 드러나면 공사 관계자를 입건할 방침을 밝혔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