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혹독한 사상검열..."김정은, 세계적 시선 때문에 죽이고 싶어도 못 죽여" : 월간조선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등 대미 협상을 총괄했던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도 혁명화 조치(강제 노역 및 사상 교육)를 당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정은이 김영철을 죽이고 싶어도 세계적 시선 때문에 못 죽이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북한 소식통은 6월 2일 "2월 말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직후 김영철은 직무정지를 당한 뒤, 4월 초부터 조선일보 보도(5월 31일자 '김영철은 노역刑, 김혁철은 총살'제목의 기사) 직전까지 강도 높은 사상검열을 받은 뒤 혁명화 조치를 당했다. 원래 북한은 총살 전 사상검열을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사상검열을 통해 처형 명분을 억지로 꿰맞춘다. 강도 높은 사상검열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중형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상검열을 받은 김영철이 총살이 아닌 혁명화 조치를 당한 것은 세계적, 특히 미국의 시선 등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이 소식통은 "김영철이 북한의 비밀경찰인 국가보위성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알려졌는데, 아마 과거 비리까지 탈탈 털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은 하노이 회담 직후 '미친것들(회담 관련자들)내가 먼 곳까지 왔는데 세계적으로 개망신을 시켰다'며 격노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4월 24일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한 문책으로 천안함 주범 김영철을 경질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정찰총국장 출신인 김영철은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양건의 후임으로 2016년 초 통전부장에 기용됐다. 작년부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서훈 국정원장의 '카운터파트'로 대남·대미 협상을 담당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의 총책으로, 지난해 평창올림픽 때 방남(訪南)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영철의 부모는 알려져 있지 않다. 김일성을 돕다 사망한 사람의 유자녀만 입학한다는 '만경대 학원' 출신이라는 점이 그의 성분을 짐작하게 해줄 뿐이다. 그런 배경 덕을 봤는지 16세이던 1962년 출세 코스인 최전방 비무장지대(DMZ)에서 사병으로 군 생활을 시작했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이 발탁한 군 지도부를 줄줄이 숙청하면서도 김영철만큼은 계속 중용했다. 정찰총국장이던 김영철이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을 주도한 것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6년 군 출신으로는 드물게 대남 사업을 총괄하는 당 통일전선부장에 기용된 그는 혁명화 조치 전까지 승승장구 해 왔다.

김정은이 세계적 시선을 이유로 김영철을 못 죽인 것은 과거 북한의 대표적 친중파인 고모부 장성택를 처형하고,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후 중국과의 '혈맹'관계가 흔들렸던 사례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장성택 처형과, 김정남 암살사건 이후 중국에서 김정은 정권과의 공존 자체를 고민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런 점을 봤을 때 김정은이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라는 과거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이야기는 협박성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협상 교착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란 것이다.

김정은 입장에서 핵은 포기 못하고, 일부 제재 해제를 위해서는 미국이 필요하다. 김정은은 고민중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