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 관절염 환자들의 희망이 돼 온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사진)' 허가가 취소되면서 후폭풍이 심상치않다. 연골세포를 이용한 획기적 치료제로 각광받아온 인보사가 사실은 연골세포를 이용한 제품이 아니었다는 점 때문에 '제2의 황우석 사태'로도 불리고 있다.
그동안 고가의 치료제를 구입했던 병원과 환자들은 물론, 제조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의 존폐여부 논란으로 피해를 본 주주들에 의한 법적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를 허가했던 식약처의 책임론도 불거진다.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 2액'에 대한 코오롱 제출 자료가 허위로 밝혀져 인보사 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코오롱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연골세포'로 기재했지만 사실은 '신장세포'였다는 것이다. 식약청은 코오롱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한다고 덧붙였다. 코오롱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은폐했다는 것이다.
◆인보사는 무엇인가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세계 첫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치료제'다. 2017년 식약처에서 국산 신약으로 허가받았다. 국내 신약으로는 29번째다. 주사제인 인보사는 1액과 2액으로 구성된다. 1액은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것이고 2액은 연골세포가 잘 자라도록 하는 성장인자(TGF-β1) 유전자를 도입한 '형질환세포'가 담긴 것이다. 주로 무릎에 주사해 손상된 연골세포를 치료하는 용도다.
코오롱은 약 20여년간 11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인보사를 개발했다. 세계 퇴행성과절염 시장이 수조원대에 이르는 만큼 이를 선점하려 한 것이다. 인보사는 1회 주사에 600만~700만원이 드는 고가 약제다.
◆문제는
인보사 2액의 핵심인 '형질전환세포'가 문제가 됐다. 2액의 형질전환세포가 2017년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임이 지난 3월 수출과정에서 밝혀졌다. 식약처는 인보사에 대한 자체시험검사, 코오롱 현장조사, 미국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 현지 실사 등을 통해 성분이 바뀐 경위를 조사해왔다. 그 결과 2액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임이 최종적으로 확인됐다.
◆코오롱의 고의 여부
식약처에 따르면 코오롱은 허가 당시 신장세포를 연골세포로 꾸며 허위자료를 제출했고, 허가 전 2액 세포에 삽입된 TGF-β1 개수와 위치 등이 달라진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숨겼다. 코오롱은 인보사의 성분이 연골세포에서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유전자치료제에서 세포에 삽입되는 유전자의 개수와 위치는 의약품의 품질과 일관성 차원에서 중요한 정보여서 허가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하는 요소라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인보사 처방
지금까지 인보사는 438개 병·의원에서 3707건 투약됐다. 정확히 몇 명에게 투약됐는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현재 1040명 정도가 역학조사 시스템에 등록돼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중대한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만약의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해 투약환자에 대해 15년간 장기 추적조사를 할 계획이다.
◆코오롱의 반응
코오롱측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조작 또는 은폐 사실은 없었다”며 “향후 절차를 통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반응
코오롱에 대한 반응은 차갑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주가는 허가 취소 발표 직후 급락해 이날 하루 주식매매가 정지됐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유지에 문제가 있는지를 따져보기로 했다. 환자 244명은 이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소액주주들도 인보사 사태로 인한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소장을 제출했다. 소송 결과에 따라 코오롱은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또 식약처 허가취소로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이 줄줄이 파기될 수 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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