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21대 총선 공천 틀 윤곽... 20대 총선 '새누리당 막장공천' 떠올리게 하는 이유 : 월간조선

더불어민주당이 현역 프리미엄을 크게 줄이는 공천 계획을 마련했다. 최근 친문(親文) 인사들의 잇딴 당 입성과 함께 공천에서도 친문 위주 '물갈이'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2016년 '친박(親朴) 중심 새누리당 막장공천'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총선공천제도기획단은 16일 4차 회의를 열고 내년 총선에서 현역 의원의 기득권(프리미엄)을 최소화하는 룰을 잠정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역 국회의원은 전원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하고, 정치 신인에게는 심사 단계부터 10%이 주어진다. 과거 공직선거에 출마하지 않은 신인은 기존 경선 가산점 10%에 추가 10%까지 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현역 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가 당내 '평가 하위 20%'에 해당하는 경우 공천심사와 경선에서 모두 20%의 감산을 적용받는다. 감산 폭을 기존 10%에서 두 배로 늘린 것이다.

또 경선 결과에 불복한 적이 있거나 탈당한 적이 있는 경우, 중앙당으로부터 징계나 제명을 당한 적이 있는 경우에는 경선 감산을 기존 20%에서 25%로 늘리기로 했다.

기획단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이번 제도 정비의 큰 방향은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줄이는 것"이라며 "현역 의원들이 기득권이 많다는 비판이 많아 그런 것을 최소화하고 쇄신을 이루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당장 현역 의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여당 지지율이 여전히 야당보다 높은 가운데 총선에 나설 경쟁자가 많아지고 있고, 특히 수도권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다선(多選) 의원들의 긴장감은 더하다. 친문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영입한 초선의원들에 집중돼있다. 초선 의원들은 공천 걱정 없이 의정활동에 집중하고 다선의원들은 지역구 관리에 여념이 없다는 이야기도 계속 나온다.

당내에서는 "친문 체제 구축을 위한 물갈이가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문대통령의 복심(腹心)인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으로 5월중 취임할 예정인 가운데 탁현민 전 행정관 입당설과 조국 민정수석의 총선 차출설도 유력해지고 있는 상태다.

'문재인 청와대 1기'는 이미 상당수가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5일 입당해 출마선언을 했고,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한병도 전 정무수석, 윤영찬 전 소통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이 줄줄이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현역 의원인 '문재인 1기 장관'들도 당 복귀를 마쳤거나 하반기에 돌아간다. 김부겸(행정안전부)·김영춘(해양수산부)·도종환(문화체육관광부) 전 장관은 이미 복귀했으며,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총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친문 공천'이 가시화되면서 일각에서는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에서 친박 세력을 중심으로 '막장공천'이 이뤄진 상황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대 총선은 차기 대선 1년8개월 전이었고 21대 총선도 차기 대선 2년 전 실시된다. 청와대가 레임덕 현상을 최대한 방어하고 차기 대선 재집권을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하는 시점이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80석을 이야기할 때 청와대에서는 "100석이라도 좋으니 충성도 높은 의원들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결국 청와대와 당의 갈등 끝에 청와대 주도로 친박 위주 공천이 이뤄졌고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는데 그쳐 원내 1당 지위를 잃었다.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총선 승리보다 친문체제 구축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민주당의 행태는 탄핵 전 새누리당과 전혀 다를 것이 없고 그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