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하노이 미북(美北)회담' 당시 만찬을 준비했던 주방장 증언에 따르면, 김정은은 덜 익힌(rare) 스테이크를 선호했다고 한다. 김정은의 스테이크 재료인 생(生)소고기는 북한에서 공수해왔는데, 풍부한 마블링에 붉은 빛이 돌 만큼 전문 요리사들이 보기에도 신선했다고 한다. 또한 북한 수행원들은 만찬 전 김정은의 신변 안전을 위해 미리 음식 샘플을 맛보는 등 '기미상궁' 노릇까지 했다고 한다. 평소 김정은은 스테이크 외에 캐비어·송로버섯·푸아그라와 고급 와인·코냑 등을 즐긴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 김정일도 고급 요리를 즐겼다. 전용 기차를 보내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공수해 오도록 했고, 본토의 피자 맛을 느끼기 위해 이탈리아 요리사를 데려왔으며, 와인은 프랑스산을 주로 먹었다고 한다. 망고는 태국, 캐비어는 이란, 베이컨은 덴마크의 것을 즐겼다고 한다. 이밖에 신선한 생선회, 불맛이 강한 중화요리, 백두산 나무를 땔감으로 써서 지은 밥도 좋아했다고 한다. 실제 그의 전담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의 증언에 따르면, 김정일은 "전 세계를 돌며 맛있는 것을 구해 오라"고 주문할 정도로 음식에 집착했다고 한다.

김정은의 조부 김일성 또한 산해진미를 즐겼다. 주민들에게는 주먹밥과 개구리 요리로 끼니를 때웠다고 선전했지만, 사실 그가 즐긴 건 잉어회와 산삼죽이었다고 한다. 외교사료관이 공개한 1980년대 외교문서에 따르면, 김일성은 자신의 칠순 연회를 위해 스웨덴에 위스키 수백 병을 면세품목으로 주문했다가 '수량 과다'로 불허 통보를 받기도 했다.

<북한의 대외관계 활동(1982-1983)

북한의 대외활동 관련 재외공관 보고 및 외무부의 분석자료는 다음과 같음.

1. 북한대사관의 과도한 면세주류 구입에 관한 주스웨덴대사관 보고
ㅇ 주스웨덴 북한대사관이 김일성주석 70회 생일 리셉션 개최용으로 추정되는 260병의 위스키 면세구입 신청서를 스웨덴 의전실에 제출한 데 대해 의전실은 신청수량이 너무 과다하다고 판단하여 북한대사관에 불허 통보함.>

북한 정권 출범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주지육림(酒池肉林)을 즐겨온 김씨 3부자(三父子)가 외친 말은 "이밥(쌀밥)에 고깃국"이었다. 지금은 비록 나라 형편이 열악해서 수령과 인민 모두 초근목피로 연명하지만, 언젠가는 경제를 살려 '쌀밥과 고깃국을 먹는 시대'를 만들겠다는 다짐이었다. 그 허황한 다짐을 믿다 지친 북한 주민 수백만 명이 아사(餓死)하고, 꽃제비가 되고, 국경을 넘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