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상암동 사옥. 사진=뉴시스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사내 ‘적폐청산’을 목적으로 세워진 MBC 정상화위원회의 운영규정 중 핵심 조항들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서부지법 제21민사부는 28일 MBC 노동조합(제3노조)이 작년 10월 제출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의 일부를 인용(認容), 위원회 운영규정 중 제3조 제2항 및 제4항, 제5조 제1항 라.호, 제6조 제2 내지 4항의 각 효력을 정지시켰다. 조항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조(위원회의 활동) 제2항: 위원회는 위의 조사를 위해 피조사인 또는 피조사부서 구성원에 대하여 출석 또는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피조사인 또는 피조사부서 구성원은 위원회의 출석, 답변, 자료제출 요구에 응해야 한다.
제5조(위원회의 의결) 제1항(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의결한다) 라.호: 본 규정 제6조에 따른 징계요청
제6조(조사 결과에 대한 조치) 제2항: 위원회는 조사 결과 본 규정 제3조 제1항의 내용과 관련해 회사(인사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제6조(조사 결과에 대한 조치) 제4항: 위 제2, 3항의 징계 요구는 사유를 명시하여 인사담당국장에게 하며, 징계 요구 대상자 및 소속 부서장에게 징계 요구 사실 및 내용을 통보하여야 한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이 사건 규정은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에 관한 것으로 채무자 소속 근로자에게 집단적·통일적으로 적용되는 준칙이라 봄이 타당하므로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에 해당한다”며 근로기준법을 기준으로 이 규정들의 합법성(合法性) 등을 분석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이 사건 규정 부분은 징계 절차와 관련,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및 복무규율에 관한 기득권·기득이익을 박탈하고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저하하거나 복무규율을 강화하는 내용이라 봄이 타당하다”면서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하 법원이 해당 규정들을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으로 본 근거들이다.
〈1. 이 사건 규정으로 창설된 기구인 정상화위원회가 소속 근로자를 조사할 수 있고, 그 판단에 따라 근로자에 대한 징계를 요청할 수 있는 점.
2. 근로자는 정상화위원회의 출석·답변·자료제출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고, 자료제출 요구를 거절할 경우 그 이유를 소명해야 하는 점.
3. 징계 여부는 채무자의 재량사항이라 할 것이나 정상화위원회의 징계 요청이 있었던 경우 상당 부분 징계 처분으로 나아간 것으로 보이고, 징계 요청이 있었단 사실만으로도 근로자는 징계를 받을 수 있는 불안정한 지위에 처하게 되는 점.
4. 정상화위원회 조사 및 징계 요청 결과, 징계를 받게 된 근로자의 수가 적어 보이지도 않는 점.
5. 채무자는 이 사건 규정을 제정함에 이 사건 제2, 3 노조의 의견을 구하거나, 제2, 3 노조와 사이에 이 사건 규정의 제정 취지, 그 내용, 운영 방향 등에 관하여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아니 하였다. 제1 노조 역시 이 사건 규정에 대한 동의에 관하여 제2, 3 노조의 의견을 구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 사건 규정 제정에 제2, 3 노조의 절차참여권이 전혀 보장되지 아니하였는데도 오로지 제1 노조의 동의만으로 이 사건 규정이 제2, 3 노조 소속 근로자에게 효력이 미친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
2. 근로자는 정상화위원회의 출석·답변·자료제출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고, 자료제출 요구를 거절할 경우 그 이유를 소명해야 하는 점.
3. 징계 여부는 채무자의 재량사항이라 할 것이나 정상화위원회의 징계 요청이 있었던 경우 상당 부분 징계 처분으로 나아간 것으로 보이고, 징계 요청이 있었단 사실만으로도 근로자는 징계를 받을 수 있는 불안정한 지위에 처하게 되는 점.
4. 정상화위원회 조사 및 징계 요청 결과, 징계를 받게 된 근로자의 수가 적어 보이지도 않는 점.
5. 채무자는 이 사건 규정을 제정함에 이 사건 제2, 3 노조의 의견을 구하거나, 제2, 3 노조와 사이에 이 사건 규정의 제정 취지, 그 내용, 운영 방향 등에 관하여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아니 하였다. 제1 노조 역시 이 사건 규정에 대한 동의에 관하여 제2, 3 노조의 의견을 구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 사건 규정 제정에 제2, 3 노조의 절차참여권이 전혀 보장되지 아니하였는데도 오로지 제1 노조의 동의만으로 이 사건 규정이 제2, 3 노조 소속 근로자에게 효력이 미친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
MBC 정상화위원회는 2008년 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일어난 방송 독립성 침해 사안 등을 조사하기 위해 작년 1월 사내에 설립된 기구다. 지난 17일 활동 기한이 만료됐으나 6개월 추가 연장됐다. 정상화위는 이번 결정으로 조사 당사자에게 출석 및 자료 제출을 강제할 수 없고, 징계를 요청할 수도 없게 됐다.
MBC 노동조합은 이번 결정에 대해 “‘소수노조’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탄압해 온 공영방송 MBC 경영진들에게 법원이 준엄한 잣대로 경종을 울린 것”이라면서 “회사는 정상화위원회 조사를 근거로 내린 해고와 각종 징계를 무효화하고, 소수노조 보호에 힘을 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방송계 전체가) ‘의견이 다른 집단에도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방송법 제6조의 정신을 되새겨봤으면 한다”며 “2017년 파업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고 있는 MBC의 구성원들도 포용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MBC 사측은 29일 입장문을 통해 “위원회는 ‘공영방송 MBC 장악’의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고 불행한 역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면서 “본사는 노사 합의로 설치된 공식기구가 활동 만료시한까지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이므로, 이의 신청 등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