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野圈)이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에 대해 "국민을 저주하고 중장년층을 모욕했다"며 강력 비판했다. 김 보좌관은 2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초청 조찬 간담회'에서 "젊은이들이 취직이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 하지 말고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 가면 '해피조선'으로 느낄 것이다. 50~60대들도 할 일이 없다고 산에 가거나 소셜미디어에 험악한 댓글 달지 말고 아세안이나 인도로 가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 보좌관은 이날 오후 "신남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표현으로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다"며 "저의 발언으로 인해 마음이 상하신 모든 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만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29일 논평을 통해 "(현 정권은) 국민이야 분열되든 말든 지지자만 챙기는 정책을 고수하고, 자신들에게 비우호적인 국민을 향해선 '할 일 없다'고 악담이나 하지 말고 조국을 등지라는 저주와 같은 발언도 서슴없이 한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김 보좌관이 사과는 했지만, 대통령과 참모진의 그간 언행을 보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평소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정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국민 저주와 중장년층 모욕의 나라를 만드는 현 정권이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혁신해 가는 아세안에 가서 직접 보고 느끼고 오길 권유한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대통령과 참모진의 오만과 무지에 인질 잡힌 한국 경제가 가엽기까지 하지만, 김 보좌관의 뜻처럼 일자리는 없고 화병이 도져 이 땅을 등지는 사람들은 늘어날 것만 같아 걱정"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현철 보좌관을 즉시 경질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28일 "이 정부는 청년들 속 뒤집으려고 작정이라도 한 것 같다"며 "최저임금 과속 인상시켜서 청년 일자리 숨통 조인 당사자로서 참으로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김 보좌관을 질타했다. 같은 당 이준석 최고위원도 이날 "취업난에 힘들어하는 20대에게 '롤'(LOL, 온라인게임의 일종)하지 말고, 축구 안 보면 된다는 식의 관점이 황당했던 것처럼, 어쩌면 50~60대에 가족을 책임지고 있을, 그래서 오히려 젊은 세대보다 거주 이전이나 직군 선택의 자유가 적을 사람들에게 동남아시아에 가라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성문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가 꿈꾼 '나라다운 나라'는 청년들이 '탈조선'하는 나라인가"라며 "문재인 정부의 주장은 '대한민국에 청년들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 진출을 하라'는 박근혜 정부의 주장과 다를 게 없다"고 꼬집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청년과 국민의 불만을 해소하기는커녕 이를 탓하고 '탈조선'을 조장하는 발언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걸림돌일 뿐"이라며 "정부는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