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북한 김정은의 연내 서울 답방이 가시화되고 있다. 청와대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을 아끼지만, 언론 매체들은 연일 답방 조짐이 있다고 보도한다. 개성까지 북한 헬기가 내려오는가 하면, 김정은의 숙소로 국무총리 관저가 거론되고, 김정은 답방 시 현충원을 참배하는 코스가 마련돼 있다는 설들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 구체적인 답방 일자를 지목하는 단독 기사들도 인터넷에 오르내린다.
김정은 답방을 염원하는 친북(親北) 성향의 민간단체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정은의 예의 바름, 유연한 사고, 자주통일의지가 마치 '위인' 같다며 칭송해 마지않는다. "박근혜를 좋아하는 것보다 김정은을 좋아하는 게 더 낫다"고 공공연히 말하는가 하면, 한 공영 언론사는 김정은 찬양 방송을 여과없이 내보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최근 주말 도심에선 종북(從北) 성향 인사이자, 내란을 꾀한 죄로 수감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양심수"라며 석방하라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기본적인 대남(對南) 인식은 어떨까. 위 단체들이 칭송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에 우호적인 인식을 갖고 있을까. 올해 판문점-평양 남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덕담을 건넨 모습처럼 배려심이 깊을까.
북한의 신년사를 살펴봤다. 신년사는 그해 북한 체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과 목표를 보여준다. 최고 지도자가 직접 말하는 '북한 체제의 공개적 입장'이기도 하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총 7번의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대한민국에 '반미(反美) 투쟁'을 종용하거나, 위협적 언사로 우리 정부를 굴복시키려는 의도를 보여왔다.
"남조선, 美帝 침략군 철수시켜라"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의 사망으로 집권한 뒤 처음 가진 2012년 신년사에서부터 "조선반도 평화보장의 기본 장애물인 미제(美帝) 침략군을 남조선에서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7년 공동사설 이후 5년 만에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재개한 것이다. 이때 신년사 형태는 김정은이 직접 나와 낭독하는 게 아닌, 북한 당국에서 글을 만들어 <로동신문> 등 기관지에 배포하는 식이었다. 논조 자체가 "김정은 체제를 지켜나가자"는 식이었으니, 사실상 김정은의 발언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김정은은 "민족의 대국상(김정일의 급사)을 외면하고 조의 표시를 각방으로 방해한 남조선 역적 패당의 반인륜적, 반민족적 행위는 분노와 규탄을 불러일으켰다. 남조선에서 집권세력(이명박 정부)은 인민들의 준엄한 심판대상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듬해인 2013년 신년사는 김정은이 처음으로 직접 연단에 서서 낭독했다. 김정은은 "남조선의 반통일세력은 동족대결 정책을 버리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의 길로 나와야 한다"며 "전체 조선민족은 외세의 지배와 간섭, 침략과 전쟁책동을 단호히 반대 배격하며 조국통일을 방해하는 그 어떤 행위도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통일세력으로 지목한 우리 보수 진영과 외세로 매도한 미국을 배격하자는 입장이었다.
"이 땅에 核 전쟁 터지면 남조선 호전狂과 미국 무사하지 못할 것"
김정은은 2014년 신년사에서 핵(核) 전쟁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와 미국을 위협했다. 그의 말이다.
"미국과 남조선 호전광들은 조선반도와 주변에 핵 전쟁 장비들을 대대적으로 끌어들여 북침 핵 전쟁 연습을 광란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로 하여 사소한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도 전면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 이제 이 땅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면 그것은 엄청난 핵 재난을 가져오게 될 것이며, 미국도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남조선 당국은 무모한 동족 대결과 종북 소동을 벌이지 말아야 한다."
2015년 신년사에서도 김정은은 "지금 남조선에서 해마다 그칠 사이 없이 벌어지는 대규모 전쟁연습들은 조선반도의 긴장을 격화시키고, 민족의 머리 위에 핵 전쟁의 위협을 몰아오는 화근"이라고 한미 군사훈련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나라의 자주권과 존엄을 침해하는 그 어떤 도발과 전쟁 책동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며 징벌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실태를 무시하는 발언도 했다. 김정은은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은 우리의 자위적인 핵 억제력을 파괴하고 우리 공화국을 힘으로 압살하려는 기도가 실현될 수 없게 되자, 비열한 인권소동에 매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정은의 대남 비난과 미국 폄하는 2016년 신년사에서 더 심해졌다. 김정은은 "남조선 당국은 북남 대화와 관계 개선의 흐름에 역행하여, 우리의 '체제 변화'와 일방적인 '제도 통일'을 노골적으로 추구하면서 북남 사이의 불신과 대결을 격화시켰다"고 책임을 전가했다.
김정은은 "남조선 당국자들은 외세와 야합하여 동족을 반대하는 모략 소동에 매달리면서, 우리 민족 내부문제, 통일문제를 외부에 들고다니며 청탁하는 놀음을 벌이고 있다"며 "침략자, 도발자들이 조금이라도 우리를 건드린다면 추호도 용납하지 않고 무자비한 정의의 성전, 조국통일대전으로 단호히 대답해 나설 것"이라고 위협했다.
"박근혜, 짓부셔버려야"
2017년 신년사에서는 당시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직무정지가 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며 노골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말이다.
"민족의 통일지향에 역행하는 내외 반통일세력의 도전을 짓부셔버려야 한다. 남조선을 타고 앉아 아시아 태평양 지배 전략을 실현하려는 미국을 비롯한 외세의 침략과 간섭 책동을 끝장내야 한다. 진정한 민족의 주적도 가려보지 못하고 동족대결에서 살길을 찾는 박근혜와 같은 반통일 사대 매국세력의 준동을 분쇄하기 위한 전 민족적 투쟁을 힘 있게 벌여야 한다."
김정은은 "우리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 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전 앞에서 연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 연습 소동을 걷어 치우지 않는 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위협했다.
진보 성향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인 올해 신년사에서도 김정은의 협박은 그치지 않았다. 김정은은 "남조선에서 분노한 각계각층 인민들의 대중적 항쟁에 의하여 파쇼통치와 동족대결에 매달리던 보수정권이 무너지고, 집권세력이 바뀌었으나 북남관계에서 달라진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남조선 당국은 온 겨레의 통일지향에 역행하여 미국의 대 조선 적대시 정책을 추종함으로써 정세를 험악한 지경에 몰아넣었다"며 "남조선 당국은 이 땅에 화염을 피우며 신성한 강토를 피로 물들일 외세와의 모든 핵 전쟁 연습을 그만둬야 한다"고 협박했다.
김정은은 "미국이 아무리 핵을 휘두르며 전쟁 도발 책동에 광분해도, 이제는 우리에게 강력한 전쟁 억제력이 있는 한 어쩌지 못할 것"이라며 자신들의 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김정은 답방을 염원하는 친북(親北) 성향의 민간단체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정은의 예의 바름, 유연한 사고, 자주통일의지가 마치 '위인' 같다며 칭송해 마지않는다. "박근혜를 좋아하는 것보다 김정은을 좋아하는 게 더 낫다"고 공공연히 말하는가 하면, 한 공영 언론사는 김정은 찬양 방송을 여과없이 내보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최근 주말 도심에선 종북(從北) 성향 인사이자, 내란을 꾀한 죄로 수감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양심수"라며 석방하라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기본적인 대남(對南) 인식은 어떨까. 위 단체들이 칭송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에 우호적인 인식을 갖고 있을까. 올해 판문점-평양 남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덕담을 건넨 모습처럼 배려심이 깊을까.
북한의 신년사를 살펴봤다. 신년사는 그해 북한 체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과 목표를 보여준다. 최고 지도자가 직접 말하는 '북한 체제의 공개적 입장'이기도 하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총 7번의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대한민국에 '반미(反美) 투쟁'을 종용하거나, 위협적 언사로 우리 정부를 굴복시키려는 의도를 보여왔다.
"남조선, 美帝 침략군 철수시켜라"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의 사망으로 집권한 뒤 처음 가진 2012년 신년사에서부터 "조선반도 평화보장의 기본 장애물인 미제(美帝) 침략군을 남조선에서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7년 공동사설 이후 5년 만에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재개한 것이다. 이때 신년사 형태는 김정은이 직접 나와 낭독하는 게 아닌, 북한 당국에서 글을 만들어 <로동신문> 등 기관지에 배포하는 식이었다. 논조 자체가 "김정은 체제를 지켜나가자"는 식이었으니, 사실상 김정은의 발언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김정은은 "민족의 대국상(김정일의 급사)을 외면하고 조의 표시를 각방으로 방해한 남조선 역적 패당의 반인륜적, 반민족적 행위는 분노와 규탄을 불러일으켰다. 남조선에서 집권세력(이명박 정부)은 인민들의 준엄한 심판대상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듬해인 2013년 신년사는 김정은이 처음으로 직접 연단에 서서 낭독했다. 김정은은 "남조선의 반통일세력은 동족대결 정책을 버리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의 길로 나와야 한다"며 "전체 조선민족은 외세의 지배와 간섭, 침략과 전쟁책동을 단호히 반대 배격하며 조국통일을 방해하는 그 어떤 행위도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통일세력으로 지목한 우리 보수 진영과 외세로 매도한 미국을 배격하자는 입장이었다.
"이 땅에 核 전쟁 터지면 남조선 호전狂과 미국 무사하지 못할 것"
김정은은 2014년 신년사에서 핵(核) 전쟁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와 미국을 위협했다. 그의 말이다.
"미국과 남조선 호전광들은 조선반도와 주변에 핵 전쟁 장비들을 대대적으로 끌어들여 북침 핵 전쟁 연습을 광란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로 하여 사소한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도 전면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 이제 이 땅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면 그것은 엄청난 핵 재난을 가져오게 될 것이며, 미국도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남조선 당국은 무모한 동족 대결과 종북 소동을 벌이지 말아야 한다."
2015년 신년사에서도 김정은은 "지금 남조선에서 해마다 그칠 사이 없이 벌어지는 대규모 전쟁연습들은 조선반도의 긴장을 격화시키고, 민족의 머리 위에 핵 전쟁의 위협을 몰아오는 화근"이라고 한미 군사훈련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나라의 자주권과 존엄을 침해하는 그 어떤 도발과 전쟁 책동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며 징벌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실태를 무시하는 발언도 했다. 김정은은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은 우리의 자위적인 핵 억제력을 파괴하고 우리 공화국을 힘으로 압살하려는 기도가 실현될 수 없게 되자, 비열한 인권소동에 매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정은의 대남 비난과 미국 폄하는 2016년 신년사에서 더 심해졌다. 김정은은 "남조선 당국은 북남 대화와 관계 개선의 흐름에 역행하여, 우리의 '체제 변화'와 일방적인 '제도 통일'을 노골적으로 추구하면서 북남 사이의 불신과 대결을 격화시켰다"고 책임을 전가했다.
김정은은 "남조선 당국자들은 외세와 야합하여 동족을 반대하는 모략 소동에 매달리면서, 우리 민족 내부문제, 통일문제를 외부에 들고다니며 청탁하는 놀음을 벌이고 있다"며 "침략자, 도발자들이 조금이라도 우리를 건드린다면 추호도 용납하지 않고 무자비한 정의의 성전, 조국통일대전으로 단호히 대답해 나설 것"이라고 위협했다.
"박근혜, 짓부셔버려야"
2017년 신년사에서는 당시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직무정지가 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며 노골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말이다.
"민족의 통일지향에 역행하는 내외 반통일세력의 도전을 짓부셔버려야 한다. 남조선을 타고 앉아 아시아 태평양 지배 전략을 실현하려는 미국을 비롯한 외세의 침략과 간섭 책동을 끝장내야 한다. 진정한 민족의 주적도 가려보지 못하고 동족대결에서 살길을 찾는 박근혜와 같은 반통일 사대 매국세력의 준동을 분쇄하기 위한 전 민족적 투쟁을 힘 있게 벌여야 한다."
김정은은 "우리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 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전 앞에서 연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 연습 소동을 걷어 치우지 않는 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위협했다.
진보 성향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인 올해 신년사에서도 김정은의 협박은 그치지 않았다. 김정은은 "남조선에서 분노한 각계각층 인민들의 대중적 항쟁에 의하여 파쇼통치와 동족대결에 매달리던 보수정권이 무너지고, 집권세력이 바뀌었으나 북남관계에서 달라진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남조선 당국은 온 겨레의 통일지향에 역행하여 미국의 대 조선 적대시 정책을 추종함으로써 정세를 험악한 지경에 몰아넣었다"며 "남조선 당국은 이 땅에 화염을 피우며 신성한 강토를 피로 물들일 외세와의 모든 핵 전쟁 연습을 그만둬야 한다"고 협박했다.
김정은은 "미국이 아무리 핵을 휘두르며 전쟁 도발 책동에 광분해도, 이제는 우리에게 강력한 전쟁 억제력이 있는 한 어쩌지 못할 것"이라며 자신들의 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