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처벌강화 법안 위헌 논란… 빈대(사무장) 잡으려다 초가삼간(의료인) 태우나? : 월간조선

최근 정부가 불법 의료기관인 일명 ‘사무장병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가운데, 국회에서 추진 중인 사무장병원 처벌강화 법안이 사무장(무자격자)이 아닌 의료인에 대한 처벌 강화로 논점이 바뀌면서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사무장병원은 의료법·약사법상 개설 자격이 없는 자가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등 의료인을 고용해 의료인 또는 법인 명의로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이다. 국내법상 병·의원, 한의원, 한방병원, 치과, 약국 등은 면허를 소지한 의료인만 개설할 수 있다.

최근 부산에서 1,300억 원이 넘는 요양급여를 빼돌리다가 적발된 A요양병원이 대표적인 사무장병원이다.

보건당국은 이런 ‘사무장병원'을 ‘독버섯' ‘악마' 등 원색적으로 비판하면서 불법 개설 기관을 척결하기 위한 제도 강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간 ‘사무장병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국회의원은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9월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대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11월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처리가 보류됐다. 위헌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위원회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무장병원의 개설・운영을 근절하기 위하여
①비의료인의 사무장병원 개설, 의료인의 면허대여,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경우 벌칙을 상향(현행: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개정안: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하고,
②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등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 벌칙 신설(上同), 개설 허가 취소, 면허 취소 등 행정처분의 근거를 마련>

법조계에서는 이런 의견이 많다.

<명목상으로는 사무장병원의 근절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상은 무자격자에 의한 ‘사무장병원’뿐만 아니라 ①네트워크 병원 및 ②의사 간의 동업관계 ③의료인에 대한 명의대여까지 ‘사무장병원’으로 제재하고자 하는 목적임
무자격자가 개설・운영하는 사무장병원에 의한 폐해를 근절하고자 하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동 개정안은 적용대상과 형량을 지나치게 확대하면서 의료인 전체의 기본권 침해 및 법체계 모순 등 위헌 소지를 다수 내포하고 있음>

병원의 개설과 운영이 ‘의료인’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의료인에 대한 명의대여는 일반 사무장병원과 본질적으로 다르고(서울고등법원 2016.9.23. 선고 2014누69442 판결) 애초에 사무장병원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의료인에 대한 명의대여는 현행법상 면허취소 및 형사처벌이 가능함에도, 추가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 과도한 제재라는 지적이다.

이날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이 법안은 다른 법과 비교할 때 처벌조항의 양형 불균형 문제도 있고 모든 의료인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볼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까지 태우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도 “관련 법조항은 이미 헌법소원이 진행 중이라 소위에 회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복지위의 법안심사 당시에 보건복지부는 ‘실질적 개설자(사무장)’에 한해 처벌을 강화하는 것으로 문구를 명확화할 것을 요구했으나, 복지위는 무자격자에 의한 사무장병원뿐만 아니라 의료인에 대한 명의대여(의사 간 동업관계 등)까지 사무장병원의 범주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에서는 이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의료계는 “오랜 적폐로 꼽혀온 사무장병원을 근절해야 한다는 것에는 적극 동의한다”며 “하지만 의료인에 대한 명의대여와 사무장병원(무자격자에 대한 명의대여)을 동일시하여 처벌하는 것은 의료인에 대한 과중한 처벌이자 직업적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다”고 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1인 1개소법이 지난 수년간 위헌소지가 있고 모호한 입법이란 논란에 휩싸인 것은 성급하게 통과시켰기 때문”이라며 “이번 개정안 또한 충분한 검토 없이 이러한 절차를 밟는다면 위헌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여야는 이 의료법 개정안을 법사위 법안심사 2소위에 회부해 다시 논의키로 했다. 위헌 논란이 있는 만큼 복지위로 환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