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는 종북(從北)" 표현, 명예훼손 아니다 : 월간조선

‘종북(從北)’ ‘주사파’라는 표현은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명예훼손죄를 과도하게 적용할 경우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와 심재환 변호사 부부가 정치평론가 변희재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이 전 대표 승소인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변씨는 2012년 3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당시 통진당 의원인 이 전 대표와 남편 심재환 변호사를 '종북 주사파' '종북파의 성골쯤 되는 인물' '경기동부연합의 브레인이자 이데올로그' 등으로 표현한 글을 썼다.

이정희 전 대표 부부는 변씨와 그의 발언을 인용 보도한 <조선일보>와 <뉴데일리>등 언론사를 상대로 총 5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2심은 명예훼손 책임이 있다며 이 전 대표 부부 승소 판결을 내렸고, 변씨에게 1,500만 원 손해배상과 정정보도를 하라고 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사건을 검토하던 중 지난 6월 대법관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에서 쟁점은 ‘종북’ ‘주사파’ ‘경기동부연합’ 등 표현이 과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위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 다수 의견은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과도한 책임 추궁이 정치적 의견 표명이나 자유로운 토론을 막는 수단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며 "정치적·이념적 논쟁 과정에서 통상 있을 수 있는 수사학적인 과장이나 비유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는 부분까지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글에 쓰인) 종북이나 주사파 등의 용어가 의견 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고, 이 전 대표 등이 공인(公人)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정치적 표현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다수 의견은 또 “당시 이 전 대표는 국회의원이자 공당의 대표로서 공인이었고, 이 전 대표 남편도 사회활동 경력 등을 보면 공인의 지위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판결이 '정치적 표현'에 관한 것인 만큼 일반인들이 별다른 이유 없이 종북이나 주사파라는 표현으로 타인을 공격할 경우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대법원 다수 의견에 반대한 김선수·노정희·민유숙·박정화·이동원 등 5명의 대법관은 "종북, 주사파 등 용어가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되어 온 측면도 있고, 여성비하적 관점을 사용해 인격을 침해했다”며 변씨의 발언이 불법에 해당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