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가 최근 지상파 4사(KBS, MBC, SBS, EBS)와 언론노조 간 산별협약을 통한 공정방송 기구 설치에 대해 지적했다. 공정방송이라는 미명하에 노조원들의 의중만 반영해 방송사 내 비(非)노조원들을 탄압하는 수단이 될 지 모른다는 염려에서다.

지난달 28일 방문진 이사회가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가운데, 이날 참석한 조능희 MBC 기획편성본부장은 최근 지상파 4사가 체결한 산별협약 결과를 보고했다.

지상파 4사는 지난 6월 노조 측과 산별 교섭을 시작, 지난 8월 31일 '공정방송' '제작환경 개선' '지상파 방송의 공정성 강화와 진흥' 등 3개 분과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 중 협약의 핵심 가치는 '공정방송'이다. 노사(勞社) 동수로 관련 기구를 설치,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방송 강령 및 준칙을 어기는 일이 발생할 경우 시정을 요구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공정방송에 역행한 구성원에 대해 징계 심의를 사측에 요구할 수 있고, 사용자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MBC 경영진과 언론노조 MBC본부는 다음달 내로 이러한 단체협약 체결을 목표로 교섭을 진행 중이다. 

이날 조 본부장이 이 같은 내용의 협약 체결을 보고하자 김 이사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공정방송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언론노조가 공정방송이라고 보는 게 완전 '클리어'하지 않지 않나. 비노조원에 대해 공정방송 관련 징계를 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조 본부장이 말한 협약 내용에 따르면) 공정방송기구는 구성원 징계심의를 요구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수행해야 한다. KBS 진실과미래위원회의 징계요구권과 오버랩이 되면서 (공정방송 기구가 인적청산을 주도하던) 상시적인 진실미래위 또는 정상화위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에 조 본부장은 "어떤 방송을 하든 공정방송을 위한 절차적인 내부 규정을 만드는 것"일 뿐이라며 "몇 대 몇으로 의견을 들어서 하는 방송이 공정방송이라는 게 아니다. 언론노조가 근로자 대표이기 때문에 근로자 대표와 경영자 대표가 합의한 게 전부"라고 항변했다.

반면 김 이사는 "(협상 면에서) 정치 세력화를 위해 사업을 추진하는 규정을 가지고 있는 언론노조가 주축인데 불편부당한 공정방송을 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정치적 도구 또는 친(親)노조 성향으로 흐를 수 있는 공정방송 기구 대신, 방송법에 기반을 둔 '방송편성위원회'를 통해 '방송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제안이다.

"방송법 제6조 9항과 언론노조 정치위원회 규정의 모순, 비언론노조의 대표성 보장 방안 부재, 노사 의견 불일치 시 파업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편성위원회를 통해 방송의 공정성에 관한 논란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방송법에서는 공정방송을 추구하는 제도적 장치로 편성규약을 제정 및 공표하고,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를 통해 공정성 논란을 해소하라고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권장하고 있는데, MBC의 경우 2018년 6월 편성 규약을 개정한 이후 편성위원회 회의를 한 적이 있는가?"

김 이사는 "편성위원회를 통해 공정방송 문제를 다뤄야 MBC의 고질병인 파업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며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는 노사 의견이 대립될 때, 시청자위원회의 자문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대안이 있다. (공정방송 기구를 내세우는 등) 방송법적 사항을 노동법적 수단으로 달성하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김 이사와 같은 야권 성향의 강재원 이사도 "사측과 노측 간 공정성 개념 정의가 다를 경우, 노조가 '(사측이) 공정방송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파업이 가능해진다"며 "사측에서 공정성 개념을 갖고 이견이 상충될 경우, (노조 측이) 업무지시를 거부하는 경우가 오고 영업권까지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