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관계 개선 과정을 ‘남녀 간 잠자리’에 비유한 ‘미투 논란’ 민병두 의원 : 월간조선

지난봄, ‘미투’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던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미북관계와 한반도 상황을 남녀 간 잠자리 과정에 비유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비핵화 협상 과정과 관계 개선 문제를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에 빗대 서술했다. 요지는 ‘남녀 간 사이처럼 북한은 차근차근 스킨십 진도를 빼길 원하는데, 미국은 조급하게 잠자리를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중차대한 한반도 문제를 남녀관계에 대입한 것 자체도 논란을 불렀지만, 글의 내용마저도 ‘미국은 성급하고 북한은 이성적’이라는 인상을 주기 쉬웠다. 현역 3선 중진인 민 의원은 지난 3월 ‘미투 운동’이 거셀 당시, 한 여성이 10년 전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폭로하자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두 달 뒤 사퇴 의사를 철회한 그는 지난 7월 국회 정무위원장에 선출됐다.

민 의원은 해당 글에서 “어색하지만 (미북 양측을) 줄리엣과 로미오라고 치자”며 “그 둘 사이에 달님(문재인 대통령 지칭)이라고 하는 사람 좋은 중매자가 있어서 싱가포르에서 첫 선을 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 6.12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을 남녀 가 선을 본 것으로 빗댄 것이다.

민 의원은 “트럼프는 이 원수 집안의 규수(김정은)에 대해 의심이 많다. 패물과 가보(미사일과 책)를 먼저 내놓고 데이트를 하자는 입장”인 반면, “김정은은 ‘무슨 소리’ 원수의 피가 흐르는데 무엇을 믿고 속도위반을 하느냐. 정절(강성대국)을 내놓을 것부터 강요하는 것은 동방예의지국에서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표현했다.

나아가 “김정은은 손부터 잡고(핵 실험 중지 – 군사훈련 중단), 키스로 가고(종전선언 – 연락사무소 개설 – 인도적 지원 재개), 그러다가 서로 잠자리(비핵화 – 미북수교 – 제재 해제)를 함께하자는 것”인 반면, “트럼프는 김정은이 정절을 한꺼번에 내놓을 것을 원하고(선행동) 김정은은 남의 집문서부터 달라는 연애는 날강도 같은 소리라며 동시 행동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민 의원의 표현대로라면 김정은은 합리적인 ‘동시 행동’을 추구하는 반면, 트럼프는 의심이 많아 ‘선(先) 행동’을 요구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면서 민 의원은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창한 문 대통령(‘달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달님이 서로를 달래서 그러면 김정은이 집문서와 혼수를 내놓는 날짜를 정했다. 대략 2년 후”라며 “트럼프가 회사에서 승진(다음 대선)을 해야 하는데 인사고과 잘 받으면 둘의 결혼이 더욱 빛나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트럼프는 승진 욕심(재선)과 집문서 욕심(선 핵포기)에 갈등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민 의원은 이달 평양에서 개최될 예정인 3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민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 전문. 지금은 삭제된 상태다. 사진=인터넷 캡처

“그래서 달님은 원수 집안의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한 또 한 번의 노력을 하기로 했다. 2박 3일을 김정은 집에 머물면서, 트럼프 집안의 내력과 유전자, 그 기질, 결혼을 반대하는 말 많은 친척들(민주당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어쨌든 이 결혼이 성공하면 (북한이) 오랜 가난에서 벗어나 다시 집안을 일으킬 수 있음을 재삼재사 강조할 것이다. 그리고는 미국으로 가겠지. 아마도 유엔총회쯤. 트럼프를 만나서 연애의 기술에 대해 설명할 것이다. 인내는 달고, 욕심은 쓰다는 것을. 그리고 지구촌 마을(유엔총회)에 가서 이 결혼이 잘 되게 모두 축복해 달라고 할 것이다.”

민 의원은 “(한반도 상황은) 잘 될 것이다. 그리고 잘 돼야 한다”며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비극으로 끝나지 말고, 최고의 희극으로 되어 만나자. 그게 가능한 것은 사람 좋고 성실한 중매인(한반도 운전자)이 있어서일 것”이라고 했다.

현재 이 게시물은 페이스북에서 삭제된 상태다. 해당 글의 표현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일자 민 의원은 언론에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남북·북미관계를 쉽게 설명해 달라고 해 (이런 비유를 썼더니) 이해가 쉽게 된다고 해서 (글을 올렸다) 젠더 감수성에 비춰 조금 그렇다고(문제가 있다고) 해서 글은 지웠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중요한 국제적 사안인 미북관계·비핵화를 두고 정절, 잠자리 등 저급한 비유를 쓰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한다”며 “민 의원은 예전 ‘미투’ 때문에 의원직까지 내려놓겠다고 하다가 셀프 수거한 적이 있는데 제 버릇 남 못 준 거 같다”고 지적했다.

신 대변인은 “민 의원이 페이스북 글은 셀프 수거했는지 몰라도 젠더 감수성이 떨어지는 민 의원의 행태를 두고 보기 민망하다. 민주당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