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포항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짓는 지열발전소(위)와, 지난달 14일 오후 경북 포항시 지열발전소 현장에서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대해 조사 중인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작년 포항 대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열발전’(지하의 고온의 천연증기를 이용하는 발전) 사업과 관련, 법률자문을 받아 “국가 배상 책임 가능성이 낮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포항 북구)이 지난 2일 공개한 산업부의 ‘포항 지열발전 관련 국가배상에 대한 법률자문’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내용은 이렇다. 산업부는 지난 4월 27일 “포항 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일 경우, 정부 차원의 피해보상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중앙일보〉 보도를 토대로 관련 법률자문을 받았다. ‘직무집행’ ‘고의 또는 과실’ ‘법령 위반’ ‘인과관계’ 등 국가배상 요건을 검토한 결과, “국가 배상책임 요건 중 일부 요건의 불인정 가능성이 높아 국가 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현재 정부 조사단이 지열발전 사업과 포항 지진 간의 인과관계를 조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와중에 정부가 해당 사안으로 “국가 책임 가능성이 낮다”는 식의 법률자문을 받음으로써, 조사단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스스로 책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이른바 ‘셀프’ 법률자문을 받았다는 사실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이날 정부의 해당 보고서를 공개, 결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김 의원은 “법률자문 결과는 물론 검토 내용 역시 ‘짜 맞추기식’ 엉터리 검토에 불과하다”며 “(지열발전과 관련) 국책 연구사업에 내재하는 위험성이 있다면 정부는 이를 적절히 관리·통제하는 등 예방적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지열발전이 지진을 유발한다는 것은 학계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정설임에도 (정부가) 이를 간과하여 주의 의무를 게을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률자문 검토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내린 면죄부”
정부 보고서는 국책 연구과제인 ‘지열발전 사업’의 경우,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에 “법률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우리 헌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보호할 의무를 국가에 부여하고 있다”며 “단순 개별 법령상의 절차를 지켰다고 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특히 법률자문을 거친 해당 보고서의 내용이 조사단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정부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지열발전과 지진 발생에 따른 피해의 인과관계를 (법률자문으로써) 결론짓는 것은 정부 조사단에 명백한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는 책임회피를 위한 (정부의)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하 김 의원의 관련 성명서 일부분이다.
〈지진이 발생한 지도 벌써 10개월이 다 되어간다. 그럼에도 지진으로 모든 것을 잃고 길바닥에 나앉은 이재민들은 아직도 뜬눈으로 밤을 새우기 일쑤이다. 하지만 이 정부는 지진 피해 주민의 고통은 뒤로한 채 계산기만 두드리며 빠져나갈 구멍 찾기에 여념이 없다. 정부의 지열발전 사업은, 지진 발생 가능성을 알면서도 민가와 학교시설 500m 인근에서 시작한, 태생부터 잘못된 사업이다. 또한 사업자 평가 항목에 안전기준도 없었을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안전관리 매뉴얼조차 없이 진행된 시한폭탄과도 같은 사업이었다. 그럼에도 국가의 책임을 배제한 법률검토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스스로 내린 면죄부에 불과하다.
‘사람이 먼저’라던 문재인 정부였다. 그러던 이 정부가 국민의 아픔을 보듬기보다 책임회피, 빠져나갈 구멍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참담하다 못해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지경이다. 정부는 즉시 ‘국가배상 법률자문 보고서’에 대한 작성 배경과 경위를 조사하고, 정부 조사단의 조사 방향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악의적 행태에 대해 지진피해 주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작년 출범 당시 임기 내 이행할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그중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항목도 있었다. ‘안전사고 예방 및 재난 안전관리의 국가책임체제 구축’과 ‘통합적 재난관리체계 구축 및 현장 즉시대응 역량 강화’를 목표로 삼았다. 지진을 포함한 각종 재난과 안전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재난을 사전에 예비하고, 사후 조사와 인명 치료를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2월 4일, 전날 발생한 인천 영흥도 해상 낚싯배 전복 사고와 관련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제 낚싯배 충돌 사고로 안타깝게 운명을 달리하신 분들께 삼가 조의를 표한다. 유족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같은 사고를 막지 못한 것과, 또 구조하지 못한 것은 결국은 국가의 책임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 책임이라고 여겨야 한다."
이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국가는 무한 책임"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열발전 국책사업과 포항 대지진 간 인과관계를 자체 조사하는 이때, 정부는 '셀프' 법률자문 결과를 받음으로써 "가이드라인을 암시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문제에 대해 김 의원은 다음과 같이 촉구했다.
"포항 지진을 바라보는 정부의 그릇된 시각을 국민에게 알리고 정부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문건을 공개했다. 투명하고 공정한 지진 원인 규명과 복구지원 현실화에 나서야 한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포항 북구)이 지난 2일 공개한 산업부의 ‘포항 지열발전 관련 국가배상에 대한 법률자문’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내용은 이렇다. 산업부는 지난 4월 27일 “포항 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일 경우, 정부 차원의 피해보상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중앙일보〉 보도를 토대로 관련 법률자문을 받았다. ‘직무집행’ ‘고의 또는 과실’ ‘법령 위반’ ‘인과관계’ 등 국가배상 요건을 검토한 결과, “국가 배상책임 요건 중 일부 요건의 불인정 가능성이 높아 국가 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현재 정부 조사단이 지열발전 사업과 포항 지진 간의 인과관계를 조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와중에 정부가 해당 사안으로 “국가 책임 가능성이 낮다”는 식의 법률자문을 받음으로써, 조사단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스스로 책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이른바 ‘셀프’ 법률자문을 받았다는 사실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이날 정부의 해당 보고서를 공개, 결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김 의원은 “법률자문 결과는 물론 검토 내용 역시 ‘짜 맞추기식’ 엉터리 검토에 불과하다”며 “(지열발전과 관련) 국책 연구사업에 내재하는 위험성이 있다면 정부는 이를 적절히 관리·통제하는 등 예방적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지열발전이 지진을 유발한다는 것은 학계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정설임에도 (정부가) 이를 간과하여 주의 의무를 게을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률자문 검토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내린 면죄부”
정부 보고서는 국책 연구과제인 ‘지열발전 사업’의 경우,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에 “법률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우리 헌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보호할 의무를 국가에 부여하고 있다”며 “단순 개별 법령상의 절차를 지켰다고 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특히 법률자문을 거친 해당 보고서의 내용이 조사단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정부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지열발전과 지진 발생에 따른 피해의 인과관계를 (법률자문으로써) 결론짓는 것은 정부 조사단에 명백한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는 책임회피를 위한 (정부의)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하 김 의원의 관련 성명서 일부분이다.
〈지진이 발생한 지도 벌써 10개월이 다 되어간다. 그럼에도 지진으로 모든 것을 잃고 길바닥에 나앉은 이재민들은 아직도 뜬눈으로 밤을 새우기 일쑤이다. 하지만 이 정부는 지진 피해 주민의 고통은 뒤로한 채 계산기만 두드리며 빠져나갈 구멍 찾기에 여념이 없다. 정부의 지열발전 사업은, 지진 발생 가능성을 알면서도 민가와 학교시설 500m 인근에서 시작한, 태생부터 잘못된 사업이다. 또한 사업자 평가 항목에 안전기준도 없었을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안전관리 매뉴얼조차 없이 진행된 시한폭탄과도 같은 사업이었다. 그럼에도 국가의 책임을 배제한 법률검토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스스로 내린 면죄부에 불과하다.
‘사람이 먼저’라던 문재인 정부였다. 그러던 이 정부가 국민의 아픔을 보듬기보다 책임회피, 빠져나갈 구멍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참담하다 못해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지경이다. 정부는 즉시 ‘국가배상 법률자문 보고서’에 대한 작성 배경과 경위를 조사하고, 정부 조사단의 조사 방향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악의적 행태에 대해 지진피해 주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작년 출범 당시 임기 내 이행할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그중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항목도 있었다. ‘안전사고 예방 및 재난 안전관리의 국가책임체제 구축’과 ‘통합적 재난관리체계 구축 및 현장 즉시대응 역량 강화’를 목표로 삼았다. 지진을 포함한 각종 재난과 안전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재난을 사전에 예비하고, 사후 조사와 인명 치료를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2월 4일, 전날 발생한 인천 영흥도 해상 낚싯배 전복 사고와 관련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제 낚싯배 충돌 사고로 안타깝게 운명을 달리하신 분들께 삼가 조의를 표한다. 유족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같은 사고를 막지 못한 것과, 또 구조하지 못한 것은 결국은 국가의 책임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 책임이라고 여겨야 한다."
이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국가는 무한 책임"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열발전 국책사업과 포항 대지진 간 인과관계를 자체 조사하는 이때, 정부는 '셀프' 법률자문 결과를 받음으로써 "가이드라인을 암시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문제에 대해 김 의원은 다음과 같이 촉구했다.
"포항 지진을 바라보는 정부의 그릇된 시각을 국민에게 알리고 정부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문건을 공개했다. 투명하고 공정한 지진 원인 규명과 복구지원 현실화에 나서야 한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