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곰돌이 푸 검열과 전두환 닮은꼴 배우의 출연금지 : 월간조선

중국에서는 미국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 곰돌이 푸(위니 더 푸·Winnie the Pooh)가 나오는 영화 '크리스토퍼 로빈'이 상영되지 못한다고 한다.

미국 연예 매체 '할리우드 리포트'는 3일(현지시각) “디즈니 신작 영화 ‘크리스토퍼 로빈’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상영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할리우드 리포트는 “중국 당국이 상영 불가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곰돌이 푸 캐릭터가 시진핑 국가주석을 풍자하는 소재로 쓰여 검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곰돌이 푸는 시진핑 주석을 풍자하는 소재로 자주 쓰였다. 발단은 지난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당시 미국 대통령 오바마와 시 주석 간 정상회담 때였다.

두 나라 지도자가 걷는 모습이 영국 작가 밀른(Alan Alexander Milne, 1882~1956) 원작 만화 ‘곰돌이 푸’ 중 한 장면과 거의 똑같이 잡힌 것이다.

중국 SNS 이용자들은 시 주석을 곰돌이 푸, 오바마 전 대통령을 호랑이 캐릭터 티거에 비유했다.

곰돌이 푸나 티거가 악역이 아닌 만큼 최고 지도자를 소탈하고 친근하게 비춰주는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친근함보단 위엄 있어 보이는 이미지를 선호하는 인물로 알려진 시 주석은 이를 탐탁지 않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을 곰돌이 푸에 빗대는 풍자가 용납되지 않은 것이다. 이후 중국 웹에서 시 주석과 곰돌이 푸를 엮는 이미지는 모조리 검열 대상으로 잡혔다.

영국 방송인 존 올리버는 방송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그와 관련된 게시물이 모두 삭제되기도 했다.

2018년 6월 17일(현지시각) 올리버는 자신이 진행하는 미국 방송 HBO의 ‘라스트 위크 투나잇(Last Week Tonight)’에서 20분간 시 주석을 비판했다. 그는 시 주석이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없애고 1인 독재체제를 선언한 것부터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까지 중국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두루 언급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시 주석이 미국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 ‘곰돌이 푸(위니 더 푸·Winnie the Pooh)’와 닮았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류샤오보(오른쪽)가 숨을 거두기 얼마 전 부인 류샤와 곰돌이 푸가 그려진 머그컵을 들고 건배하는 모습. 사진=인터넷 캡처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곰돌이 푸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중국의 민주화·인권 운동가인 고(故) 류샤오보(劉曉波)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2017년 7월 13일 투병 끝에 숨을 거둔 류샤오보는 눈을 감기 전 사진 한 장을 남겼다. 부인 류샤와 곰돌이 푸가 그려진 머그잔을 들고 건배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곰돌이 푸가 중국 반체제의 상징이 됐다는 게 CNN의 설명이다. 물론 과도한 해석이라는 게 중평이지만, 아무튼 여러모로 곰돌이 푸가 시 주석을 자극할 만한 소재인 건 분명한 듯하다.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은 국민 입에 류샤오보가 오르내리는 상황을 극도로 꺼린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닮았다는 이유로 방송출연 금지를 당한 탤런트 고 박용식씨. 사진=TV조선 캡처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TV에 출연하지 못한 연예인이 있었다. 탤런트 고(故) 박용식씨가 대표적이다.

고인은 1946년 12월생으로 1967년 TBC 공채 탤런트 4기로 데뷔해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5공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과 닮았다는 이유로 많은 어려움을 당했다. 4년 동안 방송출연 금지를 당했고 생활고 때문에 10년 동안 방앗간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후 금지 조치가 풀려 방송에 출연해 "너무 억울했다. 활동을 못하니까 현실적인 문제가 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고 박용식은 MBC 드라마 '제2공화국'과 '제4공화국'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역할을 맡았다. 그는 2013년 8월 1일 패혈증을 이기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다.

한국의 대표 코미디언 이주일씨는 80년대 잘나가던 시절 느닷없이 방송출연이 금지됐다. 밤무대에서 조크로 던진 전두환 대통령과 자신의 닮은꼴이 화근이었다. 데뷔연도(80년)가 같고, 국민을 웃긴다는 점, 그리고 머리가 벗겨졌다는 것이었다.

80년대 한국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현재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 최근 이런 글이 올라왔다.

“우리는 북한이 되어가고 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