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의 탈당 1호는 서청원 의원이었다. 친박(친 박근혜)계 좌장이자 8선으로 현역 최다선 의원인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20일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국민의 분노를 자초한 보수 진영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서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실종된 정치가 복원돼야 한다. 보수정당이 다시 태어나 튼튼하게 국가를 지키는 것이 정치복원의 첫걸음이라 믿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저는 오늘 오랫동안 몸을 담고 마음을 다했던 당을 떠난다. 총선 패배 이후 2년여 동안 고민해 왔다"며 "이제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하기에 눈물은 흘리지 않겠다"고 했다.
서 의원은 "정치가 실종된 빈자리에 오만, 독선이 자리 잡고 독주가 횡행하고 있다. 저를 포함한 정치인 모두의 책임"이라며 "'노병은 결코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라고 했다. 이제는 제가 당에 도움을 줄 수 없기에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겠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참패 후 자유한국당에서 탈당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75세로 8선인 서청원 의원이 최초로 탈당한 데 대해 "후배 의원들 탈당의 길을 터준 것"이라고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야당 출신 한 전직 의원은 "서 의원은 어차피 다음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인데 탈당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라며 "수도권 친박의원들 탈당의 신호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탈당하는 의원들이 '책임을 느껴서' 탈당하겠느냐. 자기 지역구 관리와 총선 준비를 위해 무너져가는 한국당에서 줄줄이 탈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 의원이 "분쟁이 끝없이 반복되며 한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며 친박·비박 계파 갈등 재현 조짐을 탈당 이유로 든 만큼 친박계 의원들이 곧 탈당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수도권 지역 의원들은 채 2년이 남지 않은 총선에 대비해 탈당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