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검경 수사를 받고 있는 민주당원 '드루킹(김모씨)'의 예전 글이 주목받고 있다.

드루킹은 19대 대선 직전인 작년 5월 2일 본인의 네이버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에 '문재인의 50%를 넘는 승리가 필요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해당 게시물에서 "(문재인 정부가 선출되면) 10년이 아니라 100년 가는 정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루킹의 해당 게시물은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투표해 달라는 뜻을 담고 있다. 특히 같은 진보 진영인 당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를 찍어서 표심을 분산시켜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기까지 한다.

드루킹은 "문재인 후보가 경선에 들어가기 전부터 주위에 해왔던 말이 있다"며 "'앞으로 우리가 잡게 될 정권은 적어도 10년 아니 15년은 가야 되지 않겠나, 그 정도는 내다보고 제대로 해야 되지 않겠나' 하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 때 민주세력이 다시 이길 거라는 희망으로 방심했다가 우리는 10년을 암흑 속에서 살았다"며 "우리도 '차기에 대한 준비' 없이 정권을 이끌어 갔다는 반성에서 문재인 후보가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발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드루킹은 이어 "이 나라의 수장이 될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며 "이 정권은 10년, 15년이 아니라 100년, 150년의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렇다면 드루킹은 왜 문재인 정부 이후의 연속적인 민주정권 100년을 구상했던 것일까. 더욱이 같은 진보 진영인 정의당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하면서까지 민주당 유일 집권 노선을 추구했던 것일까. 이와 관련 드루킹은 이렇게 적었다.

"문재인 정권은 600년(조선왕조 500년 + 대한민국 근현대사 100년을 지칭: 편집자주)의 썩은 기득권을 청산하고 새로운 통일국가를 만들어 내는 첫 정권이 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썩어 빠진 기득권을 모두 물갈이 하지 않고는 통일국가는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바야흐로 한반도를 둘러싼 역사의 흐름이 통일을 앞당기고 있다는 것을 현명한 사람들은 이미 눈치채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기득권의 물갈이는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이뤄질 것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말하는 '적폐의 청산' 그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는 바로 그 시발점입니다. 그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그는 새 시대, 새로운 통일국가를 여는 첫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드루킹은 문재인 정부의 장밋빛 미래를 예감하고 있다. 특히 '적폐청산' '남북통일' 같은 진보 진영의 숙원을 언급하면서 그것이 실현되면 새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드루킹은 이 숙원들은 보수 진영은 물론 같은 진보 진영인 정의당도 이룰 수 없고, 오직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대에는 지금의 좌파 정당들, 진보 정당들은 따로 존립할 이유가 없습니다. 훨씬 진보적인, 훨씬 좌파적인 거대한 정당이 북측에 생겨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통일로 포용된 북측에 말입니다. 더 이상 짝퉁이 발디딜 곳은 없습니다."

드루킹의 논리에 따르면, 통일이 되면 북측에 진정한 좌파 정당이 도래하기 때문에 현재의 진보 정당인 정의당은 필요 없다는 뜻이다.

민주당 정권이 이룩하는 남북통일에 긍정적인 입장인 드루킹은 북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여러분, 북한을 궤멸시켜야만 할 적으로 보지 마십시오. DJ정부, 참여정부 10년 동안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의 통일을 위해서 헌신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바쳤습니다. 그분들은 그것이 이 민족의 숙명임을, 반드시 나아가야 할 길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연속집권 추구, 북한에 대한 포용적 입장, 적폐청산 기조까지. 글만 놓고 보면, 드루킹의 주장과 논리는 현 정부여당의 정치 노선과 일치해 보인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드루킹 개인의 의견 표출에 불과하다.

현란한 말솜씨로 치장된 드루킹의 염원과 달리, 정작 본인은 여론조작 혐의로 수사기관에 붙잡혀 있다. 국가의 미래는 예언하면서도 스스로의 앞날은 보지 못했던 걸까.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