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가 ‘문 코드 등쌀에 외교안보 박사들 짐싼다’는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정정을 요청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4일 “중앙일보는 해당 보도의 잘못을 바로잡아달라.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인 절차를 밟아나갈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라고 표현한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적폐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되풀이되는 것처럼 모욕적인 딱지를 붙였다”고 말했다.
이날 중앙일보는 1면엔 ‘문 코드 등쌀에 외교안보 박사들 짐 싼다’, 24면엔 ‘대북정책 비판 목소리 막나…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문재인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몇몇 외교안보 박사들이 소속 연구소나 국책연구기관을 떠났다는 취지의 보도였다.
중앙일보는 그 사례 중 하나로, 지한파 학자로 알려진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박사가 지난달 하순 1년여 몸담았던 세종연구소를 떠난 점을 들었다. 신문은 “세종-LS 객원연구위원으로 초빙받아 연구와 활발한 기고·강연 활동을 해온 그가 갑자기 짐을 싼 건 뜻밖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연구소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 “문재인 정부의 대북 및 외교안보 정책에 비판적 성향을 보였다는 이유로 연구소 측에 청와대 등으로부터 압박이 심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세종연구소 측은 <중앙일보>가 대표적 사례로 꼽은 데이비드 스트라우스 박사의 경우 1년 계약이 종료된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는 또 “국책 연구기관인 국립외교원 S 박사는 최근 사표를 냈다”며 “지난 1월 JTBC 토론 프로에 출연했던 게 화근이 됐다”고도 했다. 발언 내용뿐 아니라 토론자 배치 때 야당 쪽에 앉았냐는 문제 제기가 청와대와 외교부 측으로부터 나왔다고 한다. 이로 인해 S 박사는 민간 연구소로 전직을 결심했다고 한다.
천안함 폭침 도발 주범으로 지목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방한으로 논란이 일었던 2월 하순, 국책 연구기관과 국책 TV 방송에는 “천안함을 언급 말라”는 지침이 내려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한에 비판적 입장인 탈북 인사의 경우 TV 출연이나 강연에서 배제당하고 있다”며 탈북 1호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이 최근 종편에서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그 여자’로 호칭했다가 한 달간 출연정지를 당한 사례를 들기도 했다. 신문은 다음과 같은 지적도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권의 문화계 인사 ‘블랙리스트’를 대표적 적폐로 꼽아 단죄에 나섰다. 하지만 통일·안보 분야 기관과 학자를 대상으로 한 간섭이 도를 넘자 “사실상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다. 또 다른 적폐를 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글·정리=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