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226명 해고 위기에 노조와 지역사회 강력 반발 : 월간조선

청와대의 강원랜드 직원 226명 해고 지시에 노조 측과 지역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대상자들 또한 "조사 과정에서 정당한 해명을 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17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강원랜드 직원 함모(37)씨는 "지난 1월 춘천지방검찰청에서 염동열 국회의원의 취업 청탁 관련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함씨는 "태백·영월·평창·정선·횡성이 지역구인 염 의원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데도 부정 청탁자로 몰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 측에서 면접 점수가 조작됐다고 하는데,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청탁을 했겠느냐"면서 "조작 점수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도 답이 없다. 억울하다"고 했다.

경북 경주가 고향인 직원 오모(34)씨는 "추천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서류에 불특정 다수로 나와 있어 확인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면서 "누가 추천해 어떤 청탁이 이뤄졌는지 진위 여부를 명확히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오씨는 '채용비리로 구속된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의 검찰 공소장에 이름이 올라가 있다'며 업무에서 배제돼 조사를 받았다.

근래 들어 강원랜드 노조엔 "부당하게 부정 합격자로 낙인찍혔다"는 직원들의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 김준걸 강원랜드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오늘 하루에만도 수십 명이 노조 사무실을 찾아왔다"면서 "왜 자신이 부정 합격자가 됐는지 모르겠다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부정 합격자 전원 면직 조치에 강원도는 혼돈에 휩싸였다. 특히 226명 중 119명의 출신지인 태백·정선·영월·삼척 등 4개 폐광 지역이 강력 반발 중이다. 이들 시·군 시민사회 단체와 주민들은 "전원이 해고될 경우 지역사회는 엄청난 후유증에 휘말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주민들이 부정 채용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역 사정을 감안해 최소한 법적으로 정확한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김호규 폐광지역사회단체협의회장은 "정부는 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지 일방적인 해고 조치를 미뤄야 한다"고 말했다. 광산진폐권익연대 등 4개 단체로 구성된 진폐단체연합회는 "단순 취직 부탁 사례마저 채용 비리로 몰고 가기보다 경중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해당 내용의 청원서를 다음주 중 청와대에 제출할 예정이다. 내달 10일과 27일에는 강원랜드 카지노 앞과 정선 사북읍내에서 궐기 대회를 가질 계획이다.

강원랜드 노동조합도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노조 측은 이날 "다음주쯤 노조 전담 변호사가 직권 면직 대상자인 226명과 개별 면담을 하고 소송 등 법적 대응 방안을 찾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노조는 성명을 통해 "해당 당사자의 소송 등 불복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신속하게 퇴출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 강원도당은 지난 16일 <문재인 정권의 '강원랜드 직원 직권면직' 폭거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한국당은 성명서에서 "명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까지 폐광 지역의 아들딸인 이들에게 부정채용이라는 딱지를 붙여놓더니, 이제 해고한다고 한다"며 "멀쩡한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이들에게는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강원랜드 채용 문제는 법의 판단을 받으면 될 일"이라며 "시시비비가 가려지기도 전에 청와대의 '직권면직' 한마디로 226명을 해고한다는 것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짓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공공 기관 채용 비리에 대한 후속 조처에 속도를 내라"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강원랜드 부정 합격자 226명을 직권 면직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8일부터 21일까지 검찰이 채용비리로 기소한 관련자들의 공소장에 명시된 직원을 조사했다. 그 결과 226명이 점수 조작 등을 통해 부정 합격한 것을 밝혀냈다. 산자부는 대상자들에게 불법 채용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고 했다. 이들 226명은 지난달 5일부터 업무에서 배제됐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