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오는 4월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준비위 자문단장에 위촉됨에 따라 임동원 전 장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대중 정부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알려진 임동원 전 장관은 국정원장 재직 시절인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송금을 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2003년 초 대북송금 특검에서 베일에 싸여 있던 대북송금의 진실이 일부 드러났다. 남북정상회담 직전 국정원 3차장이던 김보현씨의 2003년 6월 특검 진술조서를 보면, 임동원씨가 대북송금에 개입한 정황이 나타난다. 다음은 김 전 차장의 특검 진술조서 일부다.
< 문 : 2000. 4. 8. 회담을 앞두고 북측에서 남측정부에게 현금을 달라고 요구한 상황에서 어떠한 협상조건을 준비하고 가셨는가요.
답 : 기본적인 지원 이외에 북측의 5억불은 과다하다고 판단하였으나 남측당국이 지원할 수 있는 범위 첫 정상회담기념으로 북측이 주민선물용으로 쌀과 생필품을 줄 수 있도록 현금 1억불을 정상회담 전에 줄 수 있다는 입장을 정리하였습니다.
문 : 이러한 입장을 박○○이나 임동원과도 협의한 내용인가요.
답 : (읽을 수 없음) 2000. 4. 5~6경 시내 호텔에서 저와 임동원, 박○○ 3명이 만나 협의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의견이었습니다.
문 : 위 1억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는가요.
답 : 그 당시에 돈을 마련하는 방법까지는 미리 상정하지 아니하였습니다.
문 : 돈을 직접 주는 것에 대한 문제점은 있지 아니한가요.
답 : 돈을 직접 주는 것은 첫째 국민적 비판여론을 감내하기가 어렵고 둘째 혹시 북측이 군사비로 전용할 우려가 있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1억불 정도를 주더라도 남북정상회담을 열어서 해빙무드를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답 : 기본적인 지원 이외에 북측의 5억불은 과다하다고 판단하였으나 남측당국이 지원할 수 있는 범위 첫 정상회담기념으로 북측이 주민선물용으로 쌀과 생필품을 줄 수 있도록 현금 1억불을 정상회담 전에 줄 수 있다는 입장을 정리하였습니다.
문 : 이러한 입장을 박○○이나 임동원과도 협의한 내용인가요.
답 : (읽을 수 없음) 2000. 4. 5~6경 시내 호텔에서 저와 임동원, 박○○ 3명이 만나 협의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의견이었습니다.
문 : 위 1억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는가요.
답 : 그 당시에 돈을 마련하는 방법까지는 미리 상정하지 아니하였습니다.
문 : 돈을 직접 주는 것에 대한 문제점은 있지 아니한가요.
답 : 돈을 직접 주는 것은 첫째 국민적 비판여론을 감내하기가 어렵고 둘째 혹시 북측이 군사비로 전용할 우려가 있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1억불 정도를 주더라도 남북정상회담을 열어서 해빙무드를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 문 : 진술인은 임동원 국정원장에게 2000. 5. 초순경 현대가 북측과 북한 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건설 및 기간산업 투자를 위한 7대 경협사업에 잠정 합의하였는바, 30년간 사업독점권을 확보하여 국내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형성·진출하며, 토지사용은 무상제공 받는 등의 혜택을 보장받고, 그 대가로 5억불을 지불키로 잠정합의했다는 내용의 정보보고를 한 바 있지요.
답 : 제가 김○○로부터 관련서류 여러 장을 팩스로 받았는지 직접 전해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를 즉시 임동원 원장에게 보고한 바 있습니다.
문 : 위 보고를 받은 임동원 원장이 누구에게 보고를 한 것으로 아는가요.
답 : 대통령에게 보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답 : 제가 김○○로부터 관련서류 여러 장을 팩스로 받았는지 직접 전해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를 즉시 임동원 원장에게 보고한 바 있습니다.
문 : 위 보고를 받은 임동원 원장이 누구에게 보고를 한 것으로 아는가요.
답 : 대통령에게 보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문 : 2000. 6월 초경 임동원 원장에게 환전편의 요청을 한 사실이 있는가요.
답 : 김○○로부터 부탁을 받고 임 원장에게 보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문 : 김○○가 액수도 말한 적이 있는가요.
답 : 김○○가 액수까지 부탁을 하지는 안 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다만 정상회담 전에 보내야 한다고 다급하게 부탁을 하였던 것입니다.
문 : 임동원 원장은 당시 제5국장이던 진술인으로부터 현대 측으로부터 2억불을 북한으로 보내려고 하는 과정에서 환전편의 제공요청이 왔었다면서 자신에게 실무부서에 가능 여부를 하문해 달라는 건의가 있었으며, 최○○ 실장으로부터 가능하다는 보고와 함께 실무자의 연락처를 받아서 진술인에게 건네준 기억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가요.
답 : 임 원장에게 2억불이라고 보고를 했는지는 기억이 없으나 위와 같이 보고를 하여 임 원장으로부터 실무자인 김○○, 김○○의 전화번호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김○○에게 전화번호를 가르쳐준 적이 있습니다.>
답 : 김○○로부터 부탁을 받고 임 원장에게 보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문 : 김○○가 액수도 말한 적이 있는가요.
답 : 김○○가 액수까지 부탁을 하지는 안 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다만 정상회담 전에 보내야 한다고 다급하게 부탁을 하였던 것입니다.
문 : 임동원 원장은 당시 제5국장이던 진술인으로부터 현대 측으로부터 2억불을 북한으로 보내려고 하는 과정에서 환전편의 제공요청이 왔었다면서 자신에게 실무부서에 가능 여부를 하문해 달라는 건의가 있었으며, 최○○ 실장으로부터 가능하다는 보고와 함께 실무자의 연락처를 받아서 진술인에게 건네준 기억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가요.
답 : 임 원장에게 2억불이라고 보고를 했는지는 기억이 없으나 위와 같이 보고를 하여 임 원장으로부터 실무자인 김○○, 김○○의 전화번호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김○○에게 전화번호를 가르쳐준 적이 있습니다.>
김 전 차장의 진술을 요약하면, 북측에 제공하려는 돈이 군사비로 전용될 우려가 있었지만 1억불 정도를 주더라도 남북정상회담을 열어, 해빙무드를 여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돈을 북측에 건네는데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음을 김 전 차장의 진술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당시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도 특검에서 “2000년 5월 초순경 현대가 부담하기로 하는 박○○ 특사와 임동원 원장의 제안에 대해서 저도 동의를 하고, 곧바로 대통령에게 보고를 드렸는데 보고 시 임동원 국정원장은 대통령께 정부가 부담해야 할 1억 불을 현대가 맡기로 했다고 보고를 드렸다”고 진술했다. 이 전 수석은 “보고를 받은 대통령께서는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느냐’고 하셨고, 그러면서 ‘정부가 떳떳하게 해야 하는데’라고 하시며, 서운해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해 김 전 차장의 진술을 뒷받침했다.
2008년 임동원씨가 펴낸 회고록 《피스메이커》엔 이런 대목도 있다.
<(2000년) 8.15 이산가족 교환방문 후 9월 초 우리 정부는 화해의 상징으로, 북한에 돌아가기를 원하는 비전향장기수 63명 전원을 판문점을 통해 무조건 송환했다. 분단피해자들의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성숙한 자세를 과시한 것이다.
당연히 냉전수구세력의 송환반대와 방해가 극심했는데, 이들은 '가치관의 혼란 우려' '북측의 체제선전에 이용당할 우려' 등을 들먹이며 '탈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와 연계시켜야 한다'는 논리로 송환 반대 여론을 조성했다. 7년 전 이인모 노인을 비롯한 비전향장기수 송환을 반대할 때 들고나온 논리를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 63명의 비전향장기수는 북한 정권을 위해 복무한 간첩과 빨치산 등이었지 양심수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임 전 장관은 ‘분단피해자’라는 말로 이들을 사실상 미화했다. 게다가 이들의 송환을 반대하는 세력을 ‘냉전수구세력’이라 싸잡아 비판, 북한 측 논리를 대변하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참고로 당시 김대중 정부가 북송한 63명 중엔 일본인을 납치해 갔던 신광수라는 거물급 북한 공작원도 있었다. 신광수는 일본인을 납치한 범인이 밝혀진 유일한 경우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냉전수구세력의 송환반대와 방해가 극심했는데, 이들은 '가치관의 혼란 우려' '북측의 체제선전에 이용당할 우려' 등을 들먹이며 '탈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와 연계시켜야 한다'는 논리로 송환 반대 여론을 조성했다. 7년 전 이인모 노인을 비롯한 비전향장기수 송환을 반대할 때 들고나온 논리를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 63명의 비전향장기수는 북한 정권을 위해 복무한 간첩과 빨치산 등이었지 양심수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임 전 장관은 ‘분단피해자’라는 말로 이들을 사실상 미화했다. 게다가 이들의 송환을 반대하는 세력을 ‘냉전수구세력’이라 싸잡아 비판, 북한 측 논리를 대변하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참고로 당시 김대중 정부가 북송한 63명 중엔 일본인을 납치해 갔던 신광수라는 거물급 북한 공작원도 있었다. 신광수는 일본인을 납치한 범인이 밝혀진 유일한 경우로 알려져 있다.
평안북도 출생인 임동원 전 장관은 육사 13기 출신으로 합참 전략기획과장, 연대장, 육본 전략기획처장을 지낸 뒤 1980년 육군 소장으로 예편했다. 노태우 정부 때이던 1992년 통일부 차관에 임명되었다가, 그해 9월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발생한 이른바 ‘훈령 조작사건’으로 통일부 차관에서 경질되었다.
1995년 1월 당시 정계를 은퇴해 야인 생활을 하던 김대중씨가 만든 아태평화재단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햇볕정책’을 연구,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국정원장,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에 발생하자 그는 “이번 사태는 우발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일은 개입하지 않았다. 그는 이런 지시를 내릴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대북지원과 금강산 사업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