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도 미투... 경희대 교수 "졸업 안 시키겠다"며 여제자 성추행 : 월간조선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과학계에서도 성추행 폭로가 나왔다.

13일 KBS 보도에 따르면 경희대 자연대 소속 대학원생 A씨는 지도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지도교수는 졸업을 앞두고 있는 A씨를 졸업시켜 줄 수 없다며 유흥주점으로 데려갔고, 울고 있는 A씨에게 다가가 접촉을 시도했다.

A씨가 KBS에 제보한 메일의 주요 내용이다.

"교수의 갑질에 의한 정신적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며 이런 사안을 다뤄주셨으면 하는 바람에 이렇게 제보 드립니다. 연구계가 무척이나 좁기 때문에 반드시 익명 처리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여기저기 면접을 보고 있는데 교수님이 졸업을 시켜줄 수 없다는 거예요. 차일피일 확답을 미루기에 절박한 마음에 애원하다시피 했고 그날 밤 술자리는 3차로 이어졌어요. 교수님은 여자 접대부가 나오는 학교 근처의 유흥주점의 룸으로 저를 데려갔습니다.

무섭고 졸업도 안 시켜준다니까 눈물이 나는 거예요 엉엉 울었는데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슬금슬금 옆으로 오셔가지고 손을 잡으셨어요. 그리고 울긴 왜 울어 울지 마 이러면서 뽀뽀 뽀뽀 이러는데 너무 소름이 돋아서..."

A씨는 지도교수의 성추행을 학교 선배에게 말했지만 사회생활을 하려면 감수하라는 반응이 돌아왔다고 한다. 학내 성폭력 상담소를 찾았지만 상담소는 합의하도록 조정하는 역할만 한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한다.

이공계 대학에서 지도교수의 위치는 대학원생들에게 절대 권력에 가깝다. 지도교수가 대학원생의 논문 실적 및 졸업 여부, 졸업 후 취업 등에 지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원생이 지도교수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 외부에 알린다거나 대처를 하기 어렵다.

지난해 과학기술계 연구기관 성폭력 징계 현황. 가해자는 부원장, 센터장 등 대부분 고위급이었고 피해자 7명 중 6명은 계약직이나 위촉직, 파견직 여직원들이었다. 사진=KBS뉴스 캡처

과학기술계 연구기관에서도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 과학기술계 연구기관의 성폭력 징계 현황을 보면 가해자는 부원장, 센터장 및 선임급 연구원 등 대부분 고위급이었고 피해자 7명 중 6명은 계약직이나 위촉직, 파견직 여직원들이었다. 피해 여성 대부분은 성폭력 발생 이후 계약 해고나 자진 퇴사 등으로 연구기관을 떠나버렸다.

14일 경희대는 대학원생 여 제자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진상 조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희대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해당 교수를 강의와 연구, 학생 지도 등 교수 업무에서 배제하고 징계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글=김성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