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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대북 제재가 김정은의 궁정(宮廷) 경제에도 타격을 줬다는 첩보가 나왔다.
한·미 정보 당국은 15일 해당 첩보를 입수하고 정확한 실태 파악에 나섰다. 주한 미국 대사관도 북한 궁정 경제를 담당한 노동당 39호실 탈북자들을 집중 면담했다.
16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탈북자 A씨는 39호실 산하 무역 회사의 해외 주재원으로 일하다 탈북했다. 그는 지금도 해외의 39호실 요원들과 연락이 가능한 인물이다. A씨는 이날 "지난주 미국 대사관에서 와달라는 연락을 받고 갔더니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 대리 등 미국 관리들이 북한 궁정 경제 상황에 대한 많은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북 제재로 39호실 산하 총국 8곳의 연간 수입이 급감했으며, 이에 따라 북 궁정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A씨 말에 따르면 39호실 소속의 어느 무역 회사는 최근 경영 상황이 악화돼 10분의 1 수준으로 수입이 떨어졌다. 그는 "선박 운영으로 외화를 버는 대흥선박회사는 등록된 선박 40여 척 가운데 운행하는 선박은 10여 척 미만"이라고 했다.
39호실에 외화를 상납하는 기타 당·정·군 소속 무역 기관들의 수입도 감소했다. 북한군 소속 무역회사들 중 상당수는 외화 확보에 실패해 회사를 매각하는 수순이다. 실제 A씨는 "국가보위성(국정원 급) 소속 신흥무역회사와 인민보안성(경찰청 급) 소속 녹산무역회사도 외화를 벌지 못해 혁명 자금을 상납하지 못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외화는 김정은 궁정 경제의 명줄이다. 각국에 주재한 외교관부터 군·보위성 산하의 무역 회사, 해외 노동자까지 합법과 불법을 오가며 외화를 벌어 평양에 상납한다. 대부분은 당 39호실에서 '혁명 자금'으로 관리하고, 일부는 노동당 재정경리부에서 '당 자금'으로 쓴다. 김정은은 바로 그 돈으로 고가의 주류·요트·의류·승용차·장신구·식자재 등을 산다. 부하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해 고급 손목시계와 귀금속을 하사한다. 외화가 없으면 김정은 통치에 심각한 지장이 생기는 것이다.
북한은 핵실험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를 자초했다. 중국도 제재에 동참해 위력이 강해졌다. 궁정 경제를 지탱하는 외화가 마르는 원인이다.
탈북자 B씨는 과거 북·중 무역업을 했다. 그는 "작년 말부터 중국 공안과 안전부가 북한과 무역하는 중국 업체들을 조사하고 세무조사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무역 회사는 물론 북·중 무역에 종사하는 중국 무역 회사들도 처벌받기 때문에 무역 거래가 완전히 멈췄다"고 전했다. 실제 중국은 북한 무역 일꾼들과 파견 나온 근로자들의 체류 비자를 연장해 주지 않고, 신규 비자 발급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제재가 지속되면 궁정 경제 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장마당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A씨는 "극심한 외화난에 북한 경제의 큰손인 '돈주'들도 어려움을 겪는 중"이라며 "이들이 주도해 온 아파트 건설 등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었다"고 했다.
정리=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