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30년 측근'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검찰 소환조사 후 15일 이른 아침 귀가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MB 자택에서 만나 위로했다. 이날 자택에는 10여명의 측근들이 함께했다.
          
유인촌 전 장관은 이명박 정권 때 2년간 문체부 장관을 지냈다. 이어령 전 장관이 갖고 있던 최장(最長) 재임 기록(23개월16일)을 깼다. 당시 문체부 간부들은 유 전 장관에 대해 “웃어른(MB)처럼 부지런하고 일중독”이라며 “토·일요일 밤낮이 없다”고 말했었다. 그런 모습을 MB가 좋아했다는 것이다.
           
유 전 장관은 MB와의 인연도 오래됐다. 연결 고리는 1989년 방영된 드라마 ‘야망의 세월’로 올라간다.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유인촌이 출연했던 ‘전원일기’의 팬이었다. 당시 정 회장 초대로 현대그룹 임원들을 만난 유인촌은 그 무렵 MB를 알게 됐다. 이명박 현대건설 회장을 모델로 한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유인촌이 MB역을 맡으면서 두 사람은 가까워졌다.
           
과거 유인촌은 MB와의 잊지 못할 ‘기억’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나란히 앉게 됐는데 잊을 수 없는 말을 들었다”며 “이명박 회장이 ‘꿈이 하나 있다’면서 ‘시베리아를 개발해 천연가스와 석유를 파이프로 서울까지 끌어오겠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소개했다. 그 때부터 유인촌은 MB의 도전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MB는 서울시장이 된 후 유인촌에게 초대 서울문화재단 대표를 맡겼다. 당시 중앙대 연극과 교수였던 유인촌은 휴직한 후 2년여 동안 문화행정 경험을 쌓았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재생 프로젝트, 버스 중앙 차로가 핵심인 교통개편 등을 옆에서 지켜보며 “욕을 먹어도 할 것은 한다”는 추진력을 배웠다.
        

      
평소 유인촌은 MB를 인간적으로 존경해왔다고 한다. 그런 ‘주군(主君)’이 최근 검찰에 소환돼 장시간 조사를 받고 구속 위기까지 몰리면서 유인촌 또한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한다.

현재 MB는 뇌물 등 20여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한때 그를 보좌했던 최측근들이 검찰 조사과정에서 되돌아서 MB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MB의 ‘30년 측근’ 유인촌은 “내 인생은 비극이다”라는 말을 종종 하며 "타고난 팔자대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 설명하곤 했다. MB를 향한 검찰의 칼날이 유인촌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볼 일이다. 비극이 될지 희극이 될지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

        

글=백승구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