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내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서방 Vs. 러시아 신냉전 시대 다시 오나? : 월간조선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에 대해 영국 국내 담당 정보국(MI5)이 수사 정황을 공개했다. MI5는 해당 사건이 러시아 정부와 연관된 암살 시도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러시아 이중간첩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영국의 한 쇼핑몰에서 독성 물질에 노출된 뒤 쓰러진 채 발견됐다.

스크리팔은 러시아 군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 소속 전직 장교로 2006년 러시아 정보 기관 인물들의 신원을 영국 해외 담당 정보국(MI6)에 넘긴 혐의로 13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그는 2010년 미국과 러시아의 대규모 스파이 맞교환 때 석방돼 영국으로 이주했다.

영국 정부는 암살 시도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판단하고 해명을 요구하고 있으나 러시아 정부는 해당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의 우방국인 미국, 독일, 프랑스 등도 러시아를 규탄하는 성명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에 영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서방국 대 러시아의 대결 구도로 확장되면서 '신냉전' 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암살 시도 사건의 배후를 러시아로 공식 지목했다. 메이 총리는 12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지난 4일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솔즈베리에서 러시아가 개발한 군사용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공격을 당했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영국 경찰 및 MI5는 러시아가 배후로 의심되는 영국 내 의문사 14건을 재수사할 방침이다.

재수사 대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러시아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사망 사건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베레조프스키는 2013년 자택 욕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를 두고 자살을 위장한 타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베레조프스키는 2006년 러시아 정부에 의해 독살된 전직 러시아 정보요원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의문의 죽음을 맞은 러시아 출신 부호 알렉산더 펠레필리흐니와 친구 사이였다. 펠레필리흐니는 2012년 운동 도중 사망했는데, 부검 결과 그의 위에서 독성 성분이 검출돼 러시아 당국이 배후로 지목된 바 있다.

전직 러시아 이중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이 발생한지 일주일 만에 현지시간 12일 영국 런던 남부 뉴몰든에서 숨진 채 발견된 러시아 출신 니콜라이 그루쉬코프 역시 베레조프스키와 절친한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져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영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영국의 첩보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007 시리즈'가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에는 영국의 국내·해외 담당 정보국 MI5·MI6가 나온다. 이들 기관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냉전 시기까지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의 스파이를 색출하고 검거하는 것이 주요 임무였다.

007시리즈 M의 실제 모델인 MI5 최초의 여성 국장 스텔라 리밍턴.

영화 007에서 여배우 주디 덴치가 맡았던 MI6의 국장 'M'은 실제 MI5 최초의 여성 국장이었던 스텔라 리밍턴을 모델로 하고 있다. 리밍턴은 남편을 따라 지난 1967년 임시직으로 MI5에 들어간 뒤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 1992년부터 1996년 사이 MI5의 국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퇴직 후 정보기관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At Risk), '비밀 자산' (Secret Asset), '위기일발' (Close Call) 등 유명 첩보소설 작가로 변신하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소련의 옛 정보기관인 KGB 요원이었다. 소련 붕괴 이후 KGB의 후신으로 러시아연방보안국(FSB)이 세워졌다. 이 외에도 외국의 주요 정보기관에는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이스라엘의 모사드 등이 있다.

글=김성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