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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

클라투의 "Hope"

[阿Q의 ‘비밥바 룰라] 진짜 외계인이 영감을 주었을까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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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출신 3인조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클라투'.

음악을 소개하기 전에 책 소개부터 한다. 이상한(?) 음악의 매혹에 빠진 세 남자가 쓴 책이다. 책 제목이 좀 길다.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으면...)《탐미주의자를 현혹하는 예술적인 음악, 프로그레시브 록 명반 가이드북》(안나푸르나 刊). 작년 9월에 출판됐다. 책을 펼쳐보니 내공이 상당하다. 평생을 갈고 닦은 자신의 음악 내공을 밑바닥까지 탈탈 털어놨다고 할까.

한 남자는 LP수집가이자 아트록 매거진의 필자인 이진욱 울산방송PD. 또 다른 남자는 다음(Daum) 사전 서비스의 기획자로 《검색, 사전을 삼키다》의 저자인 정철씨.
세 번째 남자는 음악팬 사이에 꽤 유명하다는 프로그레시브 록 블로그(blog.naver.com/chedragon)를 운영 중인 제해용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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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마니아 3명이 펴낸 프로그레시브 록 이야기.
이 세 남자는 자신이 간직했던 마법 같은 음악 이야기를 쏟아낸다. 낯설고 심오해 보이는 프로그레시브 록 세계에 열광하며 기꺼이 청춘을 쏟아 부었다. 귀한 음반을 사기 위해 유리지갑까지 털었다.
 
“기존 팝 음악이나 가요보다 장엄하고 복잡하며 이야기가 가득한 프로그레시브 록의 신비로운 분위기는 무언가 추종할 것을 찾던 사춘기 소년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교실에서는 무디 블루스(Moody Blues)의 새 앨범이 너무 상업적이며 로버트 프립(Robert Fripp)은 진짜 천재일 것 같다는 이야기들이 자연스레 오갔다. 서점에는 월간팝송과 음악세계가 프로그레시브 록 특집 기사를 실은 채 매달 새롭게 놓여 있었고, 대세에 따라 릭 웨이크만(Rick Wakeman), 마이크 올드필드(Mike Oldfield), 제스로 툴(Jethro Tull), 제네시스(Genesis), 클라투(Klaatu)가 라이선스로 바쁘게 출반됐다.
금지곡 많은 헤비메탈의 경우에는 좀 달랐지만, 프로그레시브 록은 백판 같은 것은 거의 살 필요도 없었고 지방에서는 어디서 파는지도 몰랐다. 라이선스만 해도 사야 할 게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 서로 감명 깊었던 음반을 추천하고 빌려주기도 했고, 수입 오디오와 수백 장의 LP가 있는 친구는 우상처럼 떠받들어지던 시대였다. 핑크 플로이드는 이미 전설이었고 ‘The Dark Side Of The Moon’은 음악 좀 듣는다는 철수와 영희의 필수품이었다.”(이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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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투의 멤버들.

“내가 태어난 곳은 동두천이다. 기지촌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아 있지만 음악 특히 팝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하기에는 한국에서는 더 이상의 파라다이스는 없지 않을까. 초등학생 시절로 기억하는데 누나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와서 파티를 했는데 생전 처음 접하는 멋진 노래가 들려왔다. 다들 돌아가고 턴테이블 위에서 여전히 찍찍 거리며 돌고 있는 판 하나를 발견했다. 어려서 영어를 모른다고 해도 방법은 있지 않은가? 판이 꽂혀 있지 않은 커버만 찾으면 되니까. 당시에는 중학교에 입학해 알파벳을 배우던 시기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카펜터스(The Carpenters)의 음반이었는데 커버에는 멤버가 두 명으로 나오는데 왜 목소리는 한 명인지 한동안 궁금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카펜터스, 칼리 사이먼(Carly Simon), 타미 로(Tommy roe), 닐 다이아몬드(Neil Diamond)와 같은 팝 아티스트와 처음 조우했고 중학생이 될 즈음에는 자연스럽게 록 음악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다닐 무렵에는 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이나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와 같은 밴드가 미국에서는 상당히 인지도가 있었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딥 퍼플(Deep Purple),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와 같은 브리티시 하드록과 그랜드 펑크 레일로드(Grand Funk Railroad)와 같은 밴드를 선호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친구네 집에 놀러갈 기회가 있었다. 친구들도 팝 세대이다 보니까 신보나 특이한 음반을 구하면 함께 들어 보는 작은 감상회가 자연스럽게 있었는데 그 앨범이 바로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이었다.”(제해용)
 
“어차피 LP로 음악을 듣겠다고 생각했다면 구매 자체도 아날로그적으로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매장에서 구매하는 음반은 결코 비싸지 않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음반 가격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고 매장도 가격 경쟁력을 가지려고 꽤 노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장에서 주인에게 무엇인가 물어봐 추천받을 수 있는데 그것은 결코 싼 정보가 아니다. 그들은 음악 듣기의 프로이고, 프로가 제공하는 정보의 값은 일단 비싼 것일 텐데 그것을 그냥 알려주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대개 음반점 주인을 한다. 당신은 ‘저... 핑크 플로이드 같은 음악 좋아하는데 비슷한 것이 뭐 없을까요?’ 이 정도로 한번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
내가 초보자들에게 권하는 매장은 홍대 근처에 있는 메타복스(metavox.co.kr)와 김밥레코즈(gimbabrecords.com) 그리고 일산에 있는 잇츠팝(itspop.co.kr)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다 나오니까 찾아서 한번 들러보시라.”(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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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투의 앨범 《Hope》의 앞면.

이 책에 소개된 클라투(Klaatu)의 앨범 《Hope》를 소개한다.

거짓말 안 보태고 전 세계 클라투 팬 중 절반은 한국인일 것이다. 캐나다 밴드니까 캐나다인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으나 그들보다 더 열광했던 사람들이 한국인이다. 어릴 때 나도 오 멋지구나 하며 금방 빠져들었지만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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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e》 뒷면.
거기에 비틀스의 가명 밴드라는 신비감 넘치는 루머까지 보태져 음악 좀 듣는다 했던 팬들에게 교양 필수로 간주되었다. 음악이 수려해 그 가설에 설득력도 있었다. 1, 2집 둘 다 너무 훌륭해서 무엇을 더 좋아하는가 하는 질문은 거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수준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북미에서 이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고, 음반은 1~5달러면 구할 수 있는 지경이었으며, 3집 이후의 앨범은 완성도도 떨어지는, 거의 인디 밴드에 준하는 밴드였다.

어쨌거나 나는 2집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지금이라도 이 앨범만큼 구성이 드라마틱한 심포니 록 콘셉트 앨범을 알지 못한다. 효과음의 사용은 핑크 플로이드와 동일한 수준이며, 보컬의 감정조절은 웅장한 그 어떤 록 오페라도 따라올 수 없다. 게다가 오케스트라의 효과적인 사용은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나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 등을 우습게 눌러 준다. 앨범 A면의 밝음과 B면의 비장함이 극명하게 대조되어 말 그대로 감정을 들었다 놨다 하는데, 이것은 처음 들은 이후 25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러하다. 재킷이 묘사하는 그대로 우주에 남겨진 쓸쓸한 폐허의 느낌.

그리고 마지막 곡 "Hope"에서 다독여 주는 작은 희망. 음, 조금 감상적이 되었는데 나처럼 팍팍한 사람도 이렇게 감상적으로 만들 수 있는 앨범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들의 3집 이후 앨범도 아쉬웠지만 멤버들의 솔로 앨범은 더더욱 아쉬웠다. 클라투의 1, 2집은 정말 외계인이 영감을 준 것인가 싶을 정도였다. 수년 전 이들의 1~5집까지 모은 CD박스 세트를 한국에서만 발매했는데 순식간에 매진되고 중고 매물도 보이지 않은 것을 보면 한국에서의 인기는 여전하다. 이들이 1, 2집 수록곡을 한국에서 연주해 주면 참 좋겠으나 2005년의 반짝 재결성 이후 공연 소식은 없나 보다.(p.300~301)
 

입력 : 2018.03.03

조회 : 2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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