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램덩크 만화 속 안경 선배.
한국 컬링 여자 대표팀(팀 킴) 주장은 김은정이다. 그녀는 경기장 안팎에서 완전히 딴사람으로 둔갑한다. 얼음판에선 표정 변화가 없다. 뿔테 안경을 쓴 채 무표정으로 거의 3시간 동안 집중한다. 상대팀도 그녀의 카리스마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상대팀 선수들은 그녀를 보고 "로봇과 싸우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다.
일본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호치는 인기 농구 만화 '슬램덩크' 캐릭터를 따와 '안경 선배'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사실 슬램덩크에 나오는 안경 선배는 김은정과 다른 점이 많다. 만화 속 안경 선배(한국명 권준호)는 주전이 아닌 식스맨이다. 강한 카리스마보다는 후배를 배려하고 다독이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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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운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스킵 김은정이 눈물 짓고 있다. |
25일 스웨덴과의 결승전에서 패배 은메달을 딴 후 펑펑 우는 김은정의 모습에서 만화속 안경 선배를 봤다. '빙판의 돌부처'였던 김은정은 그동안의 심적 부담이 매우 컸던지 시합 직후 모든 걸 내려놓은 듯 눈시울을 적셨다.
슬램덩크 속 안경 선배는 중요한 시합에 '조커'로 등장, 결정적인 3점 슛에 성공한 뒤 울었다. 상대방은 식스맨이었던 '안경 선배'를 막지 않았다. '안경 선배'를 막아야 할 수비수가 에이스 수비에 동원된 것이다. 팀원들은 노마크인 '안경 선배'에게 패스를 했다. 패스를 받은 그는 부담감에 멈칫 했지만 이내 3점 슛을 성공시켰다.
만화 속 안경 선배는 이 시합의 승리로 중요한 전국대회에 나가게 되고, 그 대회에서 최강 고교를 만나 승리한다.
김은정의 눈물에서 슬램덩크 속 안경 선배를 떠올린 것은 만화 스토리처럼 그가 흘린 눈물이 훗날 최고의 자리에 서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컬링은 비인기 종목에 성적도 불투명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컬링 대표팀은 오직 실력으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응원을 받고 아시아에서 최고 성적을 낸 팀으로 우뚝 섰다.
컬링계가 확실한 청사진을 내놓고, 정부나 기업이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을 보인다면 김은정의 눈물은 만화 속 안경 선배의 눈물처럼 최고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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