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지난 8일 건군절 열병식에서 공개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5형. 사진=조선중앙통신
평창 동계올림픽을 약 3주 앞둔 지난달 22일 북한은 '건군절' 변경을 선포했다. 건군절을 기존 4월 25일에서 평창올림픽 개회식 하루 전인 2월 8일로 변경한 것이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건군절 열병식이 예정되자 북한의 의도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한반도 내 긴장감이 고조됐다. 당일 열병식은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대외 무력 과시용 행사로 보기는 애매했다. 북한은 행사 전 "내부 경축 행사일 뿐"이라는 해명을 했고 외신·외빈을 초청하지 않은 채 행사를 진행했다. 생방송이 아닌 녹화 방송으로 열병식을 보도했다. 이에 국제사회의 압박을 의식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왔다.
17일 '한국일보'는 북한이 '열병식 비난'을 감내하며 40년 만에 건군절을 바꾼 이유에 대해 분석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지난달 22일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를 통해 기존 건군절인 4월 25일은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로 개명해 부르고 2월 8일을 건군절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원래 건군절로 돌아가는 것이다. 김정일이 1978년 항일유격대 조직일인 1932년 4월 25일을 건국절로 바꾸기 전까지 인민군 창설일인 1948년 2월 8일이 건군절이었다.
건군절 변경 조짐은 김정은 집권 3년째인 2015년부터 있었다고 한다.
김정은이 선대와의 차별화를 꾀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정일이 1978년에 건군절을 변경한 건 인민군이 항일 혁명 투쟁을 계승한 군대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부친(김일성) 세대인 항일 빨치산 세대를 포섭하고 부친의 항일 활동을 부각해 부친을 우상화함으로 세습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지난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고 김일성 세대는 거의 다 퇴장했기 때문에 더 이상 빨치산 항일 혁명 전통에 기댈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또 '선군후당(先軍後黨)' 통치 이념을 내세웠던 선대와는 달리 당 중심의 정치를 회복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김정은은 앞서 2016년 36년 만에 당대회를 열고 당 중심으로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올해 건군절을 바꿔 당 창건(1945년)이 군 창건(1948년)보다 앞서도록 만든 건 당 중심으로 국정을 이끌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소원해진 중북 관계가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주장도 나온다. 일제 강점기 항일유격대는 중국과의, 광복 이후 인민군은 옛 소련 간의 긴밀한 관계를 각각 상징한다. 건군절을 항일유격대 조직일인 4월 25일로 옮겼던 때가 중국과의 관계가 한창 강조될 무렵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건군절을 다시 2월로 옮긴 건 소원해진 중북 관계의 방증 아니겠냐는 게 정부 관계자의 분석이다.
정리=김성훈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