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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보

"한반도 문제, 우리 민족이 대화로 해결하자"고 합의한 문재인 정부와 김정은 정권

북한 핵·미사일 도발은 ‘한반도 문제’ 아닌 ‘전 지구적 안보 현안’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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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남북고위급회담에서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북한 김정은의 연이은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사상 최악으로 치달은 가운데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되고, 공동보도문을 채택한 건 일견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쌍방 관계 개선을 위해 남북 고위급 회담과 함께 각 분야 회담들도 개최하기로 합의한 점도 평가받을 만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해당 공동보도문은 향후 북한의 논리를 강화해 줄 내용을 담고 있다. 남북 양측은 공동보도문 3항에서 “남과 북은 남북선언들을 존중하며,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합의했다.
 
공동보도문에 “존중한다”고 명기된 ‘남북선언’은 뭘 말하나
 
여기서 말하는 남북선언들의 경우 표면상으로는 박정희 대통령 재임 당시 이뤄진 ‘7·4 남북 공동성명(1972년)’, 노태우 정부 당시 채택·서명·발효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1991년)’ 등을 포함해 기존에 남한과 북한 사이의 각종 합의를 말한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자칭 ‘햇볕정책’ ‘평화번영정책’ 등을 계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동보도문상 ‘남북선언’은 김대중-김정일 회담(2000년)과 노무현-김정일 회담(2007년)을 통해 각각 채택한 소위 ‘6·15 선언’과 ‘10·4선언’을 말하는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은 회담 끝에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1항)”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2항)”는 식의 ‘6·15 선언’을 발표했다.
 
노무현, 김정일에게 “통일 문제는 6·15선언 통해 정리 잘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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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좌)과 김대중 전 대통령(좌측 두 번째)/ 사진=조선일보
 
2007년 10월 3일 오전, 북한을 찾은 최고위급 외빈의 숙소로 이용되는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김정일과의 회담에서 “통일문제는 6·15 공동선언을 통해서 정리가 잘 되었다고 본다”며 “서로의 통일 방안에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우선 평화를 정착시키고 점진적 단계적으로 통일을 추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한, 그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담 종료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정일과 이른바 ‘10·4 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 6·15 공동선언을 고수하고 적극 구현해 나간다. 남과 북은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며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중시하고 모든 것을 이에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6·15 공동선언을 변함없이 이행해 나가려는 의지를 반영하여 6월 15일을 기념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하였다(1항)”는 식으로 김대중-김정일 선언 계승 의지를 강조했다.
 
남한의 ‘연합제’와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 사이엔 공통점 없어
 
문제는 북한이 내세우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과 우리 측의 통일 방안 사이엔 공통점이 없다는 점이다. 북한은 1980년 김일성(金日成)이 북한 노동당 제6차 대회에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을 내놓은 이래 소위 ‘고려연방제’를 주장해 왔다.
 
이와 함께 ‘선결 조건’으로 ▲국가보안법 철폐 ▲공산주의 활동 보장 ▲미국·북한 평화협정 체결 협조 ▲평화협정 체결 후 주한미군 철수 ▲미국의 내정간섭 포기 등을 내걸었다. 1990년대 이후엔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통해 각자 ‘2 체제·2정부’ 형식을 주장해 왔다.
 
남한은 1989년에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수립했다. 이는 ‘1민족·2정치실체·2체제·2정부’의 ‘남북연합’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국가’의 전 단계로 상정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자유화, 민주화 등의 체제전환을 하면, ‘1민족·1국가·1체제·1정부’의 통일국가를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한반도의 공산화’를 위한 1단계 전략으로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제시했다. ‘2체제·2정부’는 남한 적화를 위한 일종의 ‘미끼’란 얘기다.
 
태영호, “‘낮은 단계 연방제’는 남한 내부 분열 위한 북한의 기만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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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 사진=뉴시스
 
태영호 전 주영북한 공사도 6·15 공동선언에 대해 북측 진의를 파악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에 따르면 6·15 공동선언은 협상이 아니라 기만에 가깝다. 그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김대중-김정일의 6·15선언에 나오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의 진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건 기만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을 덧붙였다.
 
 “연방제 통일이라고 하는데, 그건 남한 국론을 분열시키기 위한 기만술입니다. 통일을 한 번에 할 수 없으니 단계적으로 가자. 통일 정부를 만들어서 외교, 안보를 담당하게 하고, 남과 북 사이에 차이점이 없어지면 통일로 간다? 이건 완전히 기만입니다. 북한 사람치고 그걸 믿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실현 불가능합니다.”
 
북한의 체제 전환 없이 ‘연방’ 구성하는 건 북한 전략에 말리는 것
 
이와 관련해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2013헌다1)〉을 통해 북한을 추종하는 통진당이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 이후 추진할 통일국가의 모습은 과도기 단계인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거친 사회주의 체제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었다. 당시 안창호, 조용호 헌법재판관은 ‘북한식 연방제 통일’의 결론은 ‘남한 적화’란 취지의 ‘보충의견’을 냈다.
 
〈피청구인(통합진보당)이 주장하는 연방제 통일과 관련하여 보건대 (중략) 남북 총투표는 변혁의 대상인 ‘수구보수세력’ 등이 배제된 민중만이 주권자로서 참여하는 투표를 의미하고, 북한에서는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의 ‘수령’과 ‘조선노동당’의 의사에 의해 주민의 의사가 결정되므로, 비록 남북 총투표로 통일헌법을 제정하고 통일국가를 형성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남북한 주민 전체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중략) 피청구인 주도세력이 ‘1민족·1국가·2체제·2정부’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주장하는 것은 결국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를 추구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요약하면, 북한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방을 구성하는 건 북한의 ‘적화통일’ 전략에 휘말리는 것이란 얘기다.
 
북한, “남북 문제는 민족 내부 문제...외세에 의존하면 더 복잡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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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신년사를 발표하는 북한 김정은/ 사진=뉴시스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구절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 안전보장과 세력 균형의 중추인 미국을 배제하고 남북한이 한반도의 모든 현안을 풀자는 건 북한의 한미 분리 전략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북한의 소위 ‘조선중앙통신’이 “북남관계 문제는 어디까지나 조선 민족의 내부 문제이기 때문에 외세에 의존하여 풀려고 한다면 문제해결에 복잡성만 조성하게 된다”고 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 공동보도문 문항에 담긴 북한의 속내는 ‘미국 배제’라고 할 수 있다.
 
‘힘의 불균형’ 상태에서 남북 회담 주도권은 누가 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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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 사진=뉴시스
 
핵미사일, 생화학무기 등의 대량살상무기를 가진 북한의 군사력은 남한을 압도한다. ‘한미동맹’을 통한 연합방위체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남북한의 전력은 ‘완전 비대칭’인 셈이다.
 
이 같은 ‘힘의 불균형’ 상태에서 남한과 북한이 ‘민족’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한반도 문제를 논의한다면, 그 주도권은 자연스레 북한이 쥘 수밖에 없다. 북한이 의제를 주도하는 남북 회담은 김정은이 미국을 협박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는 시간을 벌어주는 데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은 ‘한반도 문제’ 아닌 ‘전 지구적 안보 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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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안 표결 당시 손을 들어 찬성 의사를 밝히는 니키 헤일리(오른쪽 여성) 미국 주유엔 대사/ 사진=뉴시스
 
더구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한반도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 안보 문제’다. 이는 국제 사회가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통해 연이어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핵은 이제 미국을 위협한다. 공공연하게 ‘핵전쟁’을 운운하면서 협박을 해 온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위 ‘한반도 당사자론’을 명기한 공동보도문을 채택한 문재인 정부의 '의중'은 무엇일까. 북한의 전략전술에 휘말리지 않고, 미국과 굳건한 공조 체제를 유지하면서 북핵을 없앨 만한 ‘묘수’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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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 당시 생각에 잠긴 문재인 대통령(좌측 두 번째)/ 사진=뉴시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8.01.10

조회 : 6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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