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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정치

문재인의 ‘복심(腹心)’ 양정철은 文 대통령을 뭐라 평했나?

양 전 비서관, 출간 앞두고 귀국..."나는 배를 지키는 사람, 문 대통령은 굉장히 냉정한 '안개꽃'"

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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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겨레신문 홈페이지 캡처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이 오는 17일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나올 자신의 책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새해 들어 아내와 함께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그는 최근까지 일본에 머물려 '언어 민주주의'에 대한 책을 써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양 전 비서관은 당분간 서울에 머무르면서 출판 행사를 주관하고,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과 자신을 도왔던 인사들도 만날 것이라고 한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온 기자들에게 올해 6월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작년 대선(大選) 이후 보름 만에 뉴질랜드로 떠난 이후 일본, 유럽, 미국 등을 떠도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한 ‘부작용 사전 방지’를 위해서였다.
        
양정철은 ‘대통령 문재인’을 만든 사람이다. 정치를 하지 않겠다던 문재인으로 하여금 책 쓰기를 통해 대선가도(大選街道)를 달리게 한 인물이 그다. 2011년 <문재인의 운명>은 이런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이 때문에 양정철은 ‘문재인을 호랑이 등에 태운 인물’로 묘사된다. 이런 특별한 인연이 있다 보니 정치권이나 언론이 그에게 포커스를 계속 맞추고 있는 것이다.
       
양정철을 주목하는 이유
   
그를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측근이 별로 없다. 그나마 오래 가까이 있었던 사람을 들자면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경수 의원,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그리고 양정철 정도다.
       
양 전 비서관도 이런 사실을 잘 안다. 그는 문 대통령을 선장(船長), 정권 핵심 인사들을 선원(船員), 자신은 ‘배를 지키는 사람’이라 말해왔다. 육지에 내린 선장과 선원들이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배로 돌아올 때까지 자신은 배를 지키고 있겠다는 것이다. 그는 권력 핵심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차원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나 ‘배를 지키는 것’이 아니다. 배 주인이거나 주인이 지정하는 사람이 아니면 자신들이 돌아갈 소중한 ‘배’를 지킬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이번 출판기념회를 계기로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런데 당분간 국내에 머무를 것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영구 귀국하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 주변에선 "양 전 비서관이 8개월의 해외 유랑 생활을 정리하려는 것 같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그가 활동 무대를 국내로 유턴할 경우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여권의 권력구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임종석 실장 등 정권 핵심인사의 이동 및 움직임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양정철의 위치 설정이나 향후 행보를 양정철 본인이 쉽게 결정할 수 없다. 당연히 문 대통령과 일정 부분 논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더군다나 올해에는 6·13지방선거라는 문재인 정부 첫 전국단위 선거가 있다.
        
물론 양정철은 이런 주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나는 대통령에게 양날의 칼이다. 곁에 두면 편하지만 시스템이 깨질 수 있다”며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여권에서부터 그의 행보를 주목하는 현실에서 섣불리 말하기란 쉽지 않다.
         
문재인을 떠난 세 가지 이유
    
양 전 비서관은 지난 연말 일본 도쿄에 있을 당시 자신을 찾아온 한겨레신문 기자와 인터뷰했다. 해당 기사는 지난 1월 6일자 토요일판 커버스토리로 게재됐다.
    
이 기사에는 다양한 정보가 들어 있다. 양정철이 문재인을 떠나야만 했던 세 가지 이유, ‘인간 문재인’에 대한 인물평, 문재인 정부의 향후 정책 기조,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 그리고 양정철이 누구인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해당 기사는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자, 또 ‘왕’을 만들려는 자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문재인 측근이 말하는 ‘문비어천가’라고 치부하기보다는 세상의 흐름을 읽고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기에 좋은 자료라는 얘기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곁을 스스로 떠난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인터뷰 기사의 일부다.
   
“지난번에 작별 편지 한 장 남기고 떠난 것을 언론이나 국민이 과분하게 평가해준 것은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이는 나로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012년 대선이 끝나고 문 대통령과 소주 한잔 하면서 다시 대선 도전을 해야 한다, 집권을 위해서는 다 바꿔야 하고 그중에 특히 사람을 바꿔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집권을 하더라도 국정운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래 모셨던 사람들이 곁을 내줘서 새 사람들이 끊임없이 수혈될 수 있는 인적 구조를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봤다.
   
두 번째는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부터 공격받고 시달렸던 ‘친노 패권’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동안 비선그룹이네 3철(전해철·이호철·양정철)이네 하면서 정치 경험이 없는 문 대통령이 핵심 참모에게 휘둘린다느니 어떤 결정을 누가 하는지 모르겠다느니 하는 공격을 받아왔다. 허구의 프레임이지만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그런 프레임과 대선 부채로부터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봤다.
   
또 하나의 이유는 대통령과 가깝고 특별하게 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는 내가 비록 덜 중요하고 덜 높은 자리를 맡아도 결국은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는 부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과거 정부에서도 왕수석이나 왕비서관, 왕차관 등 그런 경우가 얼마나 많았나. 이번만큼은 그것을 차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중략) 자세하게 얘기하는 것은 결례여서 말을 하지 못하지만 문 대통령께서는 나에게 정부와 청와대의 자리 서너 군데를 맡아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일을 해도 논란의 중심에 있게 되고, 그건 대통령께 부담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간곡하게 사양했다. 문 대통령을 오래 모신 몇 사람들이 대선 때 서로 약속한 게 있다. 대통령의 운신 폭을 넓혀드리기 위해 참여정부 청와대에 있었던 사람은 그때 직급 이상으로는 가지 않기로 했다. 나랑 몇 사람은 얼씬도 하지 말자고 했다. 7~8명이 얘기했는데 단 한 명도 이의가 없었다.”
    
정권 창출 핵심 공신(功臣)이 스스로 물러났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 스스로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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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히말라야 트레킹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한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사진=한겨레신문 홈페이지 캡처

“(문재인 대통령)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굉장히 냉정한 ‘안개꽃’”
    
양정철 전 비서관은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든 과정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했다. “책 쓰라고 권유할 때부터 2012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그랬을 텐데 어떤 점에서 대선주자로 내세우려 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어떤 안목을 가지고 이분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했던 그런 킹메이커가 아니다. 그때 책 쓰기를 권유했던 몇 사람은 당연히 마음속에 이분이 정치에 한발 들어서면 좋겠고, 나아가 2012년 대선 때 유력한 희망으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김대중 정신과 노무현 정신을 오롯이 안고 있는 분 가운데 국민이 볼 때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갖게 하는 사람은 아무리 봐도 문 대통령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분은 정말 나서고 싶어 하지 않아서 공적 영역으로 부담 없이 발을 딛는 통로로 책 쓰기를 여러 사람이 권했다.(중략) 책을 썼으니 더는 안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상상 이상의 반향이 일었다. 우리는 독자에 대한 예의론을 펴면서 딱 한 곳 서울에서만 북콘서트를 열자고 설득해서 겨우 승낙을 받아냈다. 반응이 너무 뜨거워서 이후 부산, 광주, 대전 등 결국 전국을 다 돌아야 했다. 그 후에는 시민사회의 야권통합 운동 참여와 자신의 총선 출마를 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총선 때는 저분한테 저런 면이 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했다. 내면의 무서운 절제력에 가려져 있는 정치적 근육과 저력, 집요함을 봤다. 총선이 끝난 지 얼마 안 돼 몇몇 가까운 참모들을 불러서 (대선을) 준비하자고 하더라. 그렇게 해서 대장정이 시작됐다.”
   
그는 문재인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뜨거운 불덩어리 같다면 문 대통령은 안에 뜨거운 것을 갖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굉장히 냉정하다. 꽃으로 비유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강렬한 장미꽃이다. 화려하고 향기도 강하면서 가시도 있다. 어떤 상황이든 당신 생각이 확고하다. 이에 비해 문 대통령은 안개꽃 같은 분이다. 더불어서 같이 다른 꽃이 빛나게 하지만 사실은 그 꽃이 없으면 안 되는 그런 꽃 말이다.”
        
그의 말을 곱씹어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즉흥적’이고 ‘화끈한’ 스타일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는, 어떤 측면에서는 ‘엉큼한’ 인물이면서도 자신의 길을 가는 냉정한 사람으로 읽히기도 한다.
     
양정철은 문재인 대통령이 향후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그가 어디로 갈지를 알고 싶다면 <1219 끝이 시작이다>를 보라고 했다. 이 책은 문재인의 ‘2012년 대선 패배에 대한 처절한 고백록이자 뼈아픈 반성문’이다.
      
대학 때 반미(反美) 외친 좌파성향 인물...지난 대선 땐 보수우파 영입하고 ‘안보’ ‘애국’ ‘경제’ 내걸어
 
양정철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이른바 ‘광흥창팀’을 이끌며 외부 인사 영입에 집중했다. 김종인, 김광두, 조응천 등 한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왔던 사람들까지도 끌어들였다. 그는 반대 쪽 사람들까지 끌어들인 이유를 ‘안보’ ‘애국’ ‘경제’라는 키워드로 설명했다.
             
“2012년 대선을 복기해 보니까 응당 우리가 장점으로 선점해야 할 것을 저쪽이 갖도록 방관했거나 빼앗겼더라. 하나는 안보 문제이고, 둘째는 애국이라는 가치, 셋째는 경제에 대한 유능함이었다. 그런 것은 공약을 내놓는다고 사람들이 절대로 안 믿는다. 사람으로 보여줘야 한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의 주문으로 총선 6개월 전부터 영입 1호부터 마지막까지 40명 정도를 영입했다. 40명을 영입하려면 400명을 접촉해야 하고, 최소한 800명의 리스트가 필요하다. 이름 들으면 알 만한 분들은 내가 맡고, 파격적인 인물 발탁은 최재성 전 의원이 맡았다. 그때 폭탄주 수백 잔을 마셨다.”
    
양정철은 보우수파의 전유물이었던 안보, 애국, 경제, 태극기 등을 자기 것으로 가져오는 묘책을 고안해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20대 대학생 때 반미(反美)를 외쳐 구속까지 됐던 그가 안보, 애국, 태극기를 끌어들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졸업 이후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좌파’ 쪽에서 일하며 보냈다. 물론 그가 애국이나 태극기를 말한다고 해서 자신의 신념까지 바꿨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서 더 무섭고 한편으론 위험한 것이기도 하다.
     
지난 연말 정치권과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 양정철-임종석 갈등설이 나돌았다. 양 전 비서관은 "허황된 얘기"라며 극구 부인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전혀 아니다. 나로서는 임 실장이 후배지만 굉장히 고마운 사람이다. 인적 외연을 넓히는 과정에서 임 실장에게 같이하자고 굉장히 공을 많이 들였다. 그는 당시 대선캠프에 와서 일할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였는데 기꺼이 와서 정말 열심히 해줬다. 다른 청와대 수석이나 실장에 비하면 나이가 어리지만 오랜 정치 경험과 여러 번의 아픔을 겪으면서 키운 포용력으로 주변 사람과의 관계 등에서 잘해주고 있다. 나로서는 업고 다니고 싶은 마음이다.”
   
“모든 게 싫어지면서 근원적 회의가 오더라. 조로한 느낌이 든다”
     
양정철은 이달 안으로 ‘언어 민주주의’에 관한 책(출판사 메디치미디어)을 낸다. 이런 책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리운 것이 많고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썼지만,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자면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주의를 위해 썼다. 민주주의의 완성은 정치와 행정, 시스템으로 다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의식과 문화가 같이 바뀌어야 이뤄진다. 노무현과 문재인의 가치나 그들의 진면목을 많이 알리는 한편 책임있는 시민으로서 공론의 장에서 적극적인 응원자로 일하고 싶었다.”
      
한겨레신문 기자가 “책의 주요 내용이 공존과 배려, 상생 이런 것이라고 들었는데 맞나. 기존의 투사나 싸움꾼 양정철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고 질문하자 이렇게 답했다.
      
“참여정부 때 언론 주목을 받았던 몇 가지 이슈에서 내 역할에 거품이나 안개 같은 부분이 있다. 하여튼 참여정부가 당시 여론이나 정치권으로부터 과도한 공격과 비판을 받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강하게 대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생각하면 공직자로서 현명한 대응이나 처신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언론이나 야당 의원에게 거친 말과 공격적 언사를 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앞으로도 저는 그런 방식이 우리의 컬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중략) 청와대에 5년 있으면서 많이 바뀌었다. 청와대 근무하면서 국가와 정부라고 하는 건 너무도 책임이 막중하고 국민 삶에 무겁고 중한 존재이기에 이념과 당파와 진영을 뛰어넘는 것이라는 걸 절감했다. 본인 지지자들에 의해 대통령이 됐지만 되고 나서는 지지하지 않는 사람까지도 끌고 가는 국가 지도자가 대통령이다. 따라서 지난 역사에 대해서도 분열하고 대결하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서로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보수-진보의 틀에서 이제 빠져나가야 한다. 문 대통령도 지금의 적폐 청산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마무리가 되면 통합의 정치, 미래 지향의 정치,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여러 선택들을 하시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문 대통령은 철저한 원칙주의자이면서 실용적 합리주의자다.”
      
달콤한 권력을 스스로 사양한 양정철 전 비서관은 권력 밖에서 철저히 ‘문재인’을 위해 뛰고 있다. 물론 양정철은 살아있는 권력의 ‘종말’이 어떤 것인지를 노무현 정부 이후 실감했을 것이다. 그 스스로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나니까 모든 게 싫어지면서 근원적 회의가 오더라. 조로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그런 그가 문재인 정부에 몸을 제대로 담근다면 과연 어떤 것들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글=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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